[TF기획-갈등의 시대②] 박근혜가 위독하다?…알고보니 ‘가짜뉴스’

보수와 진보 등 정치적 성향에 따른 이념 갈등으로 상대 진영을 깎아내리는 가짜 뉴스가 무분별하게 양산되고 있다. 사진은 2017년 3월1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 찬성 측과 반대 측의 도심 대규모 집회의 충돌을 막기 위해 경찰 차벽에 세워진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는 한반도 허리만 끊어진 것이 아닌 듯하다. 여러 갈등이 심화하면서 사회가 다방면으로 갈라졌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갈등의 시대'로 불려도 어색함이 없다. 왜 우리는 불신과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볼 때다. 해묵은 여러 갈등은 문재인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의 '포용국가' 구상은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여러 양극화 문제 해결과도 맥이 닿아 있어서다. 젠더 갈등, 이념 갈등, 지역 갈등의 문제점과 정부의 개선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아니면 말고' 가짜 뉴스 심각…여론 왜곡 부추겨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아니면 말고.'

지난 2월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몸무게가 30kg대로 줄어드는 등 건강이 위독하다는 설이 돌았다. 진원지는 한 극우논객이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이었다. 그런데 이를 뒤집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대변인격인 유영하 변호사는 한 방송에 출연해 "'위독설' 등 온갖 억측이 난무해 해명하는 차원에서 방송에 나왔다"며 항간의 소문을 일축했다.

'가짜뉴스'가 무분별하게 양산되고 있다. 가짜 뉴스는 말 그대로 뉴스의 모양새를 갖췄지만, 사실이 아닌 거짓 내용으로 점철된 정보를 말한다. 최근 가짜뉴스는 '지라시' 성격을 넘어서 제법 그럴싸하게 유포된다. 이 때문에 가짜뉴스를 접한 이들은 이를 마치 사실로 받아들이기 쉽다.

이제는 언론 뿐이 아니라 누구나 온라인상에서 짜깁기 등을 통해 가짜 뉴스를 만들 수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광범위하게 확대재생산되기도 한다. '팩트체크' 기사가 등장하는 것만 보더라도 가짜 뉴스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언론의 오보까지도 가짜 뉴스의 범주에 포함된다. 매일 셀 수 없을 만큼 쏟아져나오는 말과 기사, 정책 등을 일일이 검증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게다가 개인 차원을 넘어서 조직적으로 가짜 뉴스를 생성, 유포하는 세력도 늘어나 폐해는 심각하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직접 규제에 나서기도 어렵고,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전가의 보도'로 내세운다는 점이다.

현역 정치인들이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망언을 내뱉는 등 정치권에서 지지층 결집 등을 목적으로 가짜 뉴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가 광주시민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받았던 극우논객 지만원 씨. /김세정 기자

경제·사회·문화·종교 등 다방면에 걸쳐 가짜 뉴스가 나오는 가운데 특히 정치와 관련한 허위 사실이 공공연하게 퍼진다.

현역 정치인이 가짜뉴스를 유포하기도 한다. 지난달 초 이종명 당시 한국당 의원은 "폭동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며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는 것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순례 한국당 의원(현 최고위원)은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을 만들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군 개입설은 6차례에 걸친 국가기관의 조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허위사실로 판단이 끝났다. 또 5·18 유공자는 신체장애 피해에 대한 보상금 외 연금은 받지 않는다. 명백한 가짜 뉴스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수십억 달러를 송금했다거나, 나라를 아예 통째로 북한에 넘기려 한다는 황당한 허위조작정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더불어 '빨갱이'들이 청와대를 장악했다는 근거가 없는 내용들이 온라인상에서 떠돌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로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일부 문제도 근거없는 '소설'에 그쳤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국정농단 사건은 법원의 판단이 끝났지만, 극우보수단체를 중심으로 박 전 대통령은 '무죄'라는 등 법치주의의 보루를 흔드는 가짜 뉴스 형태의 영상도 넘쳐난다.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가짜 뉴스가 나오는 배경에는 진영논리가 있다. 시쳇말로 '종북좌빨'처럼 '색깔론'을 덧씌워 혐오를 선동해 정치적 이득을 노리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가짜 뉴스를 지속적으로, 조직적으로 유통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단호한 의지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제공

'표현의 자유' 미명 아래 무분별하게 정치권과 관련한 가짜 뉴스가 만들어지는 배경에는 극단적 진영 논리가 있다. 지난 대선과 총선 등 선거철만 되면 허위조작정보가 난무하는 이유도 일맥상통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12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가짜 뉴스는 어떤 목적을 갖고 멀쩡한 사실을 왜곡하는 공작적 수단"이라며 "어떤 의도로든 적당히 버무려서 자기 진영에 불리한 부분은 빼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정쟁 도구"라고 말했다.

정치 가짜뉴스의 주요 표적은 대통령이다. 지난해 떠들썩했던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등 건강 이상설과 간첩설 등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에 대한 악의적인 허위 정보를 양산해 신뢰도를 깎아내는 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8일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정부 여당은 가짜 뉴스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가짜뉴스 등의 허위정보가 제기됐을 때 초기부터 국민께 적극 설명해 오해를 풀어야 한다"면서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대통령조차 가짜 뉴스가 도를 넘었다고 우려하는 셈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이용자들이 쉽게 가짜 뉴스에 노출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해도 처벌이 애매하다는 점도 문제다. 가짜 뉴스로 피해를 봤다면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유포했을 경우 정보통신망법 위반 명예훼손이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상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돼야 한다. 이 때문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씨는 2012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전세준 변호사(법무법인 제하)는 "특정 집단의 명칭을 댄 혐의는 명예훼손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있지만 해당 집단구성원의 수가 너무 많으면 처벌이 어렵다"며 "특정 개인에게까지 명예가 훼손돼야한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가짜 뉴스를 완전히 해소하는 대책은 사실상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정부가 직접 규제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언론의 신뢰성 회복과 플랫폼 사업자의 자발적인 서비스 개선을 이끌어내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신뢰받는 언론사와 시민단체 등으로 가짜 뉴스를 걸러낼 수 있는 공정한 검증기구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장기적 관점에서는 언론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정부 단속은 규제 순응성이 작용하지 않고 효과도 없고 표현의 자유 등 위헌성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허위 정보는 역사적으로도 계속됐고 매체가 늘면서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범위도 넓어졌다"며 "가짜 뉴스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가짜뉴스에 직접 대응하기보다는 좋은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사회적 체계, 저널리즘의 발전, 공영방송의 신뢰성 상승, 팩트체크의 활성화에 투자하고, 수용자는 가짜 뉴스나 허위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역량에 집중 투자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김 처장은 "이용자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는 서비스 품질 개선을 요구해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맞물려야 가짜 뉴스 근절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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