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황교안, 진실 밝혀라" 촉구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정치 시작과 함께 승승장구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라는 암초를 무난하게 넘을지 정가의 이목이 쏠린다. 지난 2013년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었던 당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성접대 의혹에 휩싸였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정치권은 황 대표가 김 전 차관 수사에 압력을 넣은 것 아니냐는 등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고, 황 대표는 이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됐던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로부터 고급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으며 임명된지 얼마 안 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의혹의 중심엔 별장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속옷 차림을 한 중년 남성이 여성을 안고 노래를 부르는 등의 장면이 담긴 영상이 있었다. 경찰은 김 전 차관을 성접대했다는 피해자들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였고 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경찰은 검찰로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잇따라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약 7년 전 사건은 검찰 과거사조사위원회가 김 전 차관 연루 의혹이 있는 강원도 원주 별장 성접대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결정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엔 정치권이 앞서 김 전 차관 의혹 사건 재조사와 관련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이 사건에 대해 추궁했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증거를 선별해 제출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나 민 청장은 "영상에 나오는 인물은 누가 봐도 (김 전 차관이) 명백했다. 육안으로 명확한 영상은 감정의뢰없이 검찰에 송치했다"며 "저희도 문제제기를 많이 했지만, 명확하게 해소가 안 됐다"고 했다. 경찰은 선명한 영상 등 명백한 증거를 검찰에 제출했지만,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나온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사건에 대한 재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 대표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행안위 민주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가 안 됐을 것 같은데, 장관에게 보고 안 됐으면 이상한 거고, 보고가 됐으면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조사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황 대표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이유는 지난 2013년 3월 박근혜 출범 당시 이틀 차이로 장관과 차관에 임명됐기 때문이다. 황 대표와 김 전 차관은 경기고와 사법연수원 1년 선후배 사이로 임명 당시에도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정치권은 황 대표와 김 전 차관의 개인적 관계 등을 이유로 사건 외압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어떤 것도 드러난 바가 없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해당 사건 재조사 요구와 함께 황 전 총리 연루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15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 사건의 핵심은 검찰이 의도적으로 부실수사를 했는지, 그랬다면 어느 선까지 영향력이 행사됐는지 여부"라며 "황 대표는 국민 앞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이제라도 황 대표는 추악한 진실을 밝혀라. 김 전 차관은 검찰 소환에 적극 임하라"며 "검찰 역시 당시 '법무부 장관' 황교안의 개입은 없었는지 명명백백히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 역시 "황 대표가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황 대표가 이 사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기는 어렵다는 게 일반인의 상식"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황 대표는 '관련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황 대표는 이날(15일) 경남 창원 국립 3·15 민주묘지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차관 관련 의혹에 "(당시) 검증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차관에 임명됐고, 임명된 뒤에 의혹 제기가 있어 본인이 사퇴했다"며 "그게 전부"라고 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 역시 논평을 내어 "황 대표는 김 전 차관의 이른바 성접대 의혹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며 "김 전 차관은 임용에 문제가 없다는 청와대 인사검증 결과에 따라 임명됐고, 임명 직후 불거진 추문 의혹으로 본인이 사임했다. 이것이 전부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황 대표는 취임 후 5.18 폄훼 발언 의원 징계 문제가 첫 위기였다면, 김 전 차관 연관성은 두 번째 위기라 할 수 있다. 보수층 대권 주자로 일찌감치 도장을 찍은 황 대표가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소환 통보(15일)를 받은 김 전 차관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진상조사단은 강제 수사권이 없어 김 전 차관은 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