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정국 급랭

지난 1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시작으로 3월 임시국회의 막이 올랐지만, 각 당 원내사령탑은 현안에 대한 엇갈린 인식을 보였다. 특히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으로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한국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더팩트DB

교섭단체 대표연설 통해 본 3월 임시국회 전망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시작으로 3월 임시국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11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12일),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13일) 순으로 이어진 대표연설은 어렵게 열린 올해 첫 국회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현안 인식 및 대안은 3당 3색이었고, 나 원내대표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으로 1·2당은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보수와 진보가 힘을 합쳐 한반도 평화와 공존의 새 역사를 쓰기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여야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극심한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용 성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홍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법안으로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를 수사하기 위한 '공수처법',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정원법', 권역별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 '검경수사권 조정'을 꼽았다.

반면 나 원내대표의 현실 인식은 전혀 달랐다. 그는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 "오만과 무능과 남 탓으로 점철됐다"며 "70여 년 위대한 대한민국 역사가 좌파정권 3년 만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정부 경제 정책과 관련해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일자리 정책 실패를 거론하며 "망상에 빠진 좌파정권이 한국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먹튀 정권', '욜로 정권', '막장 정권' 등 거친 언사도 사용했다.

특히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실패'로 규정하면서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이 이제는 부끄럽다.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고 발언해 민주당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이와 관련, 민주당은 13일 국회 본회의 직후 나 원내대표가 국회법 25조(품위유지 의무), 146조(모욕 등 발언의 금지) 등을 위반했다며 국회 윤리위원회에 징계안을 제출했다. 이에 한국당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방해했다며 윤리위에 제소했다. 원내 1·2당 지도부가 국회에서 한 발언을 놓고 상대 당 지도부를 윤리위에 제소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어렵게 열린 3월 임시국회가 시작 단계부터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아울러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편을 위해 패스트트랙을 준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 개편은 내각제에 가까운 권력구조 개선을 위한 개헌이 함께 추진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의회 무력화 시도"라며 "국회의원 숫자는 270명으로 30명 줄이고, 비례대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한국당의 제안은 그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해온 것과 전혀 다르고, 헌법에 명시된 비례대표제를 없앤다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라며 "민주당과 함께 비례성과 대표성을 가장 잘 반영할 단일안을 만들어 빠른 시간 내에 패스트트랙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13일 오전 국회 의원과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전날 본회의 연설에 문제가 있다며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김 원내대표는 선거제 개편과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는 민주당과 함께하기로 했지만, 다른 부분에 있어선 각을 세웠다. 그는 "거대 양당은 말로 민생과 국익을 내세우면서, 속으로는 철저하게 당리당략만을 계산하고 몸으로는 국회 개회조차 거부하는 구태정치를 이제 그만둬야 한다"며 "제발 말로만 하지 말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오히려 부익부빈익빈을 가속화시키고 있고,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서 보이듯이 전 정권 인사 찍어내기를 통한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1심 판결 이후 과도한 사법부 흔들기 등 이 자리에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사라져야 할 일이라고 주장해 왔던 일들을 지금 본인들이 다시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선거제 개혁을 고리로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손잡고 민생·개혁 법안을 처리해 나갈 수도 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상당해 또 다시 정치권이 정쟁의 소용돌이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유한국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왼쪽)과 전희경 대변인이 13일 오후 국회 의안과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연설을 방해한 민주당 이해찬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의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13일 국회에서 여야가 미세먼지를 재난관리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 액화석유가스(LPG)를 자동차 연료로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 미세먼지 배출 저감을 위한 방안을 담은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안' 등 10건의 법안을 통과시킨 만큼 시급한 사안은 처리하면서 장외 설전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한 야당 의원은 "어렵게 국회가 열린 만큼 원내 모든 정당이 참여하는 협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특히 여당이 야당의 비판을 열린 자세로 듣고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며 "다툴 부분은 국회 내에서 다투면서 시급한 현안은 처리하는 '일하는 국회'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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