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결렬은 의도적…존 볼턴 악역"
[더팩트ㅣ국회=박재우 기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대북 전문가로 각광받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와 남북경제협력 전망' 세미나에 참석해 화려한 입담을 자랑했다.
故 김근태 전 의원과의 인연,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투, 협상 과정에서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얘기하면서 유독 그의 유머감각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전문가로서의 날카로움도 놓치지 않았다.
정 전 장관은 노딜(No Deal)로 끝난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해결책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에서 원포인트 회담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전 일찍 시작된 세미나에도 불구하고 자리는 만석이었다. 정 전 장관은 김영삼 정부 당시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내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는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현재는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을 지내며, 방송 출연과 강연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하노이 북미회담의 결렬 이유를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정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으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적으로 마이틀 코언(트럼프 대통령 전 개인 변호사) 청문회에서의 악재를 돌파하기 위해 북미정상회담을 결렬시켜 판을 뒤집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무협상단인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와 비건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회담시작 이틀 전인 지난달 25일 오전까지만 마무리 지었던 것을 근거로 대부분의 협의는 이미 마무리됐었다고 판단했다.
첫날(지난달 27일) 만찬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우리 둘이 나눈 얘기를 문서로 만들면 돈을 내고 보고 싶을 것"이라고 말한 것에 비추어 협상은 거의 마무리 단계였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갑작스럽게 이튿날 확대회담에서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나타난 것을 들며 그가 악역을 맡고 판을 깼다고 지적했다. 개인적인 인연을 들면서도 2002년 남북, 북미 협상 당시에도 볼턴 보좌관이 북한의 HEUP(고농축우라늄 핵개발 계획)개발 의혹을 꺼내들며 그 당시에도 판을 깼다고 비판했다.
북미정상회담 노딜의 해법으로는 문 대통령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을 끝내고 귀국 당시 문 대통령과 통화를 통해 중재해달라는 메시지와 회담 결렬 당시 북미 정상 간 악수하는 사진을 예를 들며 여전히 두 정상의 협상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북핵문제 해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오히려 김 위원장에게 더 절실하다"면서 "김 위원장은 국가발전계획 5개년이 마무리되는 2020년 안에 성과를 내야한다. 이전에는 5개였던 경제특구를 22개로 늘려 일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