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 보기 위한 취재진·구경객, 두 개의 출입구에 '혼란'
[더팩트ㅣ하노이(베트남)=이원석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 첫 만남을 가졌다. 두 정상이 만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앞엔 두 정상을 보기 위한 수백 명의 취재진·관광객·현지인이 몰렸다. 특히 입구가 두 개였던 메트로폴 호텔 특성으로 인해 취재진은 물론 구경객도 역사적 만남의 현장을 직접 지켜보기 위해 왔지만 자칫 위치를 잘못잡아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염려에 큰 갈등을 빚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난 이날 오후 메트로폴 호텔 근처는 상당히 혼잡했다. 접근금지 바리케이드 앞엔 두 정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일찍부터 취재진이 몰렸고, 구경객 또한 점차 늘어나 인도를 넘어 도로에까지 인파가 가득 찼다. 인파를 통제하려는 베트남 공안의 고성과 길을 지나는 차량들의 경적에 귀가 아플 정도의 소음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그러나 두 정상을 보기 위한 인파의 더 큰 문제는 호텔 입구가 정문과 후문, 두 개란 점이었다. 취재진과 구경객은 어디에서 두 정상이 어디서 내릴까를 추측하며 큰 고민에 빠져야 했다. 취재진은 각자 이런저런 추론들을 하며 자리를 잡았다. '정문은 도로가 좁으니 후문으로 올 것 같다', '후문에 처진 천막이 흉하니 정문으로 내릴 것 같다' 등의 근거를 댔다. 보통은 2명 이상의 취재진이 함께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양쪽으로 갈라져 자리를 잡았다.
혼란스럽기는 구경나온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구경객이 휴대폰 카메라를 켜둔 채 두 정상의 모습을 담으려는 듯 구도를 살피는 모습이었다. 다만 역시 입구가 두개인 점이 문제였다. 한 관광객은 취재진에게 "어디로 그들이 오냐"고 재차 묻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숙소를 떠났고, 이후 김 위원장도 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더팩트> 기자는 정문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도 국가 정상인데 정문으로 오지 않겠냐'는 판단이었다.
곧 사이렌 소리가 점차 가까워졌다. 경호 오토바이들이 호텔 정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뒤이어 수행단과 VIP를 태운 차량이 정문 앞에 줄지어 섰다. 구경객들 사이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내린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접근금지선이 멀어 제대로 보이진 못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을 내려준 전용차량이 취재진과 인파가 몰린 곳을 통해 빠져 나간 것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문에서 내렸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김 위원장의 차량이 도착하지 않았다. 생중계 리포팅을 하던 국내 방송도 "김 위원장은 도착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그때 이미 김 위원장은 후문을 통해 호텔로 들어간 뒤였고, TV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 악수를 하는 장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취재진보다 더 아쉬워한 것은 두 정상을 한 번이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 나온 구경객들이었다. 미국에서 온 한 관광객은 <더팩트> 취재진에 "김 위원장을 보고 싶었는데, 이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려 상당히 아쉽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이 너무 몰렸고 거리가 멀어 육안으로 두 정상을 보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가족 모두와 함께 메트로폴 호텔을 찾은 현지인 반(남·40) 씨는 "(두 정상을) 한 번 볼 수 있을까 싶어서 가족과 왔지만 보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6시 30분에 만나 8시 50분께 헤어졌다. 예정보다 20분 연장한 2시간 20분 동안 함께한 것이다. 양 정상은 환담 이후 친교 만찬을 가졌고, 이 자리엔 두 정상과 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대행, 북측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리용호 외무상이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