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매체 "영변 중단·종전선언" 보도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제2차 북미정상회담날인 27일 한 미국 매체에서 잠정 합의내용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한 미국 언론들의 반응은 냉랭했지만, 국내 대북 전문가들은 비핵화의 첫걸음으로 큰 진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26일(현지시간) 복수의 고위 소식통을 통해 "영변 핵시설 중단과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대북제재 일부 해체를 잠정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실제 북미 정상 간 만남에서 합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라 미 전사자 유해 추가 송환에 대해도 언급했다. 기사에서는 이렇게 된다면 미국이 아니라 북측에게만 큰 이득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실었다.
반면, 국내 전문가들은 이 내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더팩트>는 27~28일 북미정상회담에서의 잠정 합의문 전망과 관련해 대북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일부 대북 전문가들은 역사적인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 현지에 상주해 있거나, 각종 방송 출연으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하노이에 위치한 한국 프레스 센터에서 강연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그 보도 내용에서 더 추가되거나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추측된 내용인지, 합의 내용인지 확인할 수는 없다"며 조심스러운 평가를 했다.
이어 "영변 핵시설까지 언급돼있다"며 "동결 단계가 먼저 선행돼야 폐기하고 검증할 수 있으니 초기 조치로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종전선언 관련해서는 "관계 정상화 부분에서 연락사무소 내용 등은 미국이 비핵화 초기에 그런 상응조치를 내놓을만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종철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영변 시설로 인해 향후 추가 비핵화 조치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어 중요하다"며 "폐기까지는 굉장히 긴 과정이기 때문에 중단 정도라 해도 큰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 이후에 추가 비핵화 조치에 대한 협상 일정을 마련해 놓는다면 더 의미가 있다"며 "협상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북한과 미국의 적대 정책을 해소하고 관계 진전을 한다는 것"이라며 "평화체제를 논의하겠다는 시그널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호열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미국도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도 비핵화에 대한 방향 설정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변 핵시설에 대해서는 "보기에 따라서 평가는 갈리겠지만, 한 걸음을 뗐고 악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대할 수 있다"며 "앞으로 큰 틀에서는 비핵화와 개방을 위해 양측이 서로 검증해보고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락사무소에 대해서 "오래전부터 대화 창구의 필요성은 있었던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북한으로서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반면, 영변 핵시설 중단으로만은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아직 두 정상 간의 다섯 차례 만남이 남았지만, 이대로 진행된다면 우려스럽다는 평가였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보도를 통해 나온 것은 북한 셀프 비핵화에 따른 것"이라며 "영변 핵시설의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제재 완화까지 나왔는데 이것은 북한이 주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가 내용에 대해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깜깜이 정상회담"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합의문에 무엇이 담길지 정확히는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해체를 원하고, 북한은 더 많은 경제적 보상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원장은 "영변 핵시설 문제는 1994년에 이미 시작된 것"이라며 "2005년에 불능화를 한다고 했던 것으로 이미 오래전에 써먹었던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제재에 큰 구멍이 생기는 것으로 국제사회가 제재를 유지할 수 없게 약해지는 것"이라며 "고스란히 북한에 핵전력이 남아있고, 그런 노후화된 시설(영변)에 대한 내용만 가지고 합의가 이뤄진다면 우리로서는 만족하지 못할 선언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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