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선 창문 안 열어… 북측 수행단 환영인파에 손 흔들기도
[더팩트ㅣ하노이(베트남)=이원석 기자]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를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오전 '장갑차 경호'를 받으며 숙소인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 도착했다. 길거리엔 일찍부터 회사원, 학생 등 남녀노소 환영인파가 나와 김 위원장의 하노이 도착을 반겼다.
김 위원장이 이날 숙소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께(현지시간)다. 북한에서부터 열차를 타고 온 김 위원장은 같은 날 오전 8시 20분께 동당역에서 도착했고, 약 2시간 40분을 꼬박 달려 하노이에 첫발을 디딘 것이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에 도착하기 전 오전 일찍부터 하노이 시내는 부분 통제가 진행됐다. 멜리아 호텔 인근엔 취재진조차도 접근이 불가능했다. 약 100m가량 떨어진 바리케이드에서부터 취재가 가능했다.
김 위원장이 동당역에 내려 하노이로 출발한 뒤로는 본격적인 도로 통제도 시작됐다. 김 위원장이 지날 길을 따라 접근금지선이 쭉 쳐졌고 차, 오토바이 등 모든 교통수단의 진입을 막았다. 바리케이드에 길이 막힌 수백 대의 오토바이와 차가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곧 건물에서 회사원, 가게 종업원 등 인파가 쏟아져 나와 접근금지선에 붙어 섰다. 학교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학생들은 철제 담장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 소식이 계속해서 전해졌는지 점차 인파는 늘어났다. 환영 인파가 북한 인공기와 미국 성조기, 베트남 국기를 든 모습도 보였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볼 수 있을까'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곳저곳 위치를 살피며 접근금지선을 넘어 재빠르게 도로를 건넜다. 옥상은 모두 통제된 것으로 관측됐다. 한 빌딩 옥상에 사람이 있자 현지 경찰이 내려오라는 듯 손짓하는 모습도 있었다.
도로는 북적북적했고, 현지인들은 설레는 표정으로 김 위원장 차량이 나타날 전방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그 방향으로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확인한 뒤 동시에 탄식이 뱉는 장관도 벌어졌다.
긴 기다림 끝에 멀리서 인파가 술렁였고, 차량 행렬이 보였다. 가장 선두에서 베트남 경찰 오토바이가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갔고, 경호 차량과 검은색 밴이 뒤따랐다. 인파는 각 국기를 더 크게 흔들며 환영의 환호를 보냈다.
김 위원장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곧 지나갔다. 동당역에서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드는 장면을 연출했기에 기대됐으나 이번엔 창문이 열리지 않았다. 차량은 멜리아 호텔 입구 하차장으로 들어갔고 김 위원장이 내렸다.
그 뒤로 계속해서 북측 관계자들이 탄 차량, 트럭들이 지나갔다. 북한 취재진이 몸을 반쯤 차 창문 밖으로 내밀어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도 보였다. 선팅이 약한 차량에 타고 있던 북측 관계자들이 환영인파를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도 포착됐다. 현지인들 역시 환호하며 손을 흔들었다.
장갑차 두 대가 행렬 후미에 붙어 뒤따르기도 했다. 인파 속에선 장갑차의 등장에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철통 경호'를 실감하게 하는 광경이었다.
차량 행렬이 끝난 뒤 김 위원장과 북측 관계자들을 내려준 차량, 경호 차량들이 유턴해 떠났다. 바리케이드가 걷혔고, 통행이 정상화됐다. 환영인파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다만 여운이 가시지 않는 듯 김 위원장이 들어간 멜리아 호텔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하노이 도착으로 본격적인 제2차 정상회담의 막이 오른 모습이다. 같은 날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양 정상은 다음 날(27일) 친교 만찬 자리에서 이번 회담 첫 만남을 갖는다. 본 회담과 합의문 발표 등은 28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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