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대강 보 해체 놓고 격돌… "국민 재앙" vs "자연성 회복"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위원회가 지난 22일 4대강 사업으로 금강과 영산강에 건설된 5개 보 중 3개 보를 해체 또는 부분해체 하는 안을 정부에 제시한 것을 놓고 여야가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2017년 6월 완전 개방한 영산강 승촌보가 1년 만에 퇴적물이 쌓인 하중도가 생기며 생태계 복원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문병희 기자

한국당 대 범진보진영, '공주보·세종보·죽산보' 해체 시각차 극명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지난 22일 4대강 사업(2009년 10월~2012년 12월)으로 건설된 금강과 영산강 5개 보 중 3개의 보(공주보·세종보·죽산보)를 해체 또는 부분해체하고, 2개(백제보·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안을 정부에 제시한 것과 관련해 여야가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며 충돌하고 있다.

사업을 추진했던 이명박 정부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절차를 무시한 정략적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범진보진영은 일제히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당 내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한국당 4대강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시 부여·청양군)은 이날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해체 또는 상시 개방하기로 한 보는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며 "공주보와 백제보의 담수 기능이 사라지면 예당저수지에 공급해온 농업용수와 보령댐에 공급해온 식수 공급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어 "금강의 물을 생명수로 농사짓는 농민들과 식수로 사용하는 금강유역 주민들은 무슨 죄냐"며 "농민과 지역주민들의 의견은 완전히 배제된 체, 4대강 사업 반대론자들만이 모여 내린 이번 결정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 문재인 정권이 현지 주민들과 농민들의 의사를 개무시하고 있는데, 그냥 물러서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윤기찬 한국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전임 정부의 치적을 모두 부정해 흔들리는 지지층을 재결집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하다"며 "이번 3개 보 해체 결정은 정략적"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윤 대변인은 "원전건설 여부를 결정하는데도 형식적이나마 최소한 공론화위원회는 거쳤는데, 이번 보 해체에는 그런 최소한의 절차조차 무시됐다"며 "이런 오만하고 근시안적 정책은 결국 온 국민에게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정부가 보 해체 및 상시 개방을 강행하면 무효소송을 제기하는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홍종호(앞줄 오른쪽)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공동위원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세종보와 죽산보는 해체, 공주보는 부분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뉴시스

반면 범진보진영은 "늦었지만, 잘 된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현안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위원회는 40차례 회의와 경제성, 환경성, 치수, 이수, 국민 및 지역 주민 의식 등 다각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안을 마련했다"며 "국민 소통을 바탕으로 정부, 민간 전문가, 시민사회가 적극 협력해 4대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한 집단지성의 산물로서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변인은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온갖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32조 원(공사비+유지비)이라는 막대한 국민 세금을 투입한 대표적인 혈세 낭비 범죄"라며 "자유한국당은 '전 정권 지우기'니 '좌시하지 않을 것'이니 하는 것이 얼마나 후안무치한 일인 줄 깨닫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홍성문 평화당 대변인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4대강 개발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은 것은 다행"이라며 "이번 평가에서 제외된 한강과 낙동강의 11개 보에 대해서도 정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촉구한다"고 추가 조치를 요구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수문을 완전히 개방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금강의 세종보엔 다시 새들이 날아들고, 야생 생물이 회복되고 있다"며 "이에 힘입어 다른 보들도 개방키로 결정한 것"이라고 호평했다.

또한, 최 대변인은 "4대강 사업의 애초 목적은 온데간데없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배만 불렸다는 푸념만 가득하다"며 "5·18 역사를 부정하는 한국당은 흐르는 물을 잠시 가둘 수는 있어도 영원히 가둘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명박 정부 때 만든 4대강 보는 한강 3개, 낙동강 8개, 금강 3개, 영산강 2개 등 총 16곳으로 공사비만 22조 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녹조 발생 등 환경 문제와 함께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보 유지비 논란이 커지자 문재인 정부는 보 처리 방안을 고심해왔다. 위원회의 해당 보 해체 및 상시 개방안은 올 7월 국가 물관리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sense83@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