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여야 공방거리…북미정상회담, 한국당 전당대회 등도 코앞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국회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다. 싸워도 국회에서 싸워야 한다. 국민의 삶과 마음 앞에선 이유도 조건도 필요 없다. 국회는 지금 당장, 무조건 열려야 한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19일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낸 국회 정상화에 대한 간곡한 호소도 소용이 없었다. 1월 임시국회는 문 한 번 열리지 못하고 종료됐고, 2월 임시국회는 아직 의사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올해 내내 국회 개점휴업 지속
문 의장은 국회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기에 앞서 임시국회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5당 원내대표와 회동을 가졌지만, 성과는 없었다.
이 가운데 북미정상회담(27~28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27일) 등 빅이벤트도 줄줄이 대기 중이고, '환경부 블랙리스트', '한국당 5·18 망언' 의혹, '더불어민주당의 김경수 경남지사 판결 불복' 등 여야가 격돌하는 쟁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거대 양당이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19일)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한국당은 "국회로 돌아올 최소한의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했고, 민주당은 "조건 없는 국회 정상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한국당은 전당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오며 급격히 우경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당 대표 후보자 TV토론회에선 황교안 전 국무총리, 김진태 의원이 '탄핵 불복' 입장을 밝혔고, 김준교 최고위원 후보는 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나라를 팔아먹고 있다", "민족반역자", "종북 문재인 탄핵" 등 막말을 하며 민주당을 자극했다.
이에 탄핵 정국으로 정권을 잡은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어제(19일) 황교안 전 총리 등 한국당 당권주자들이 앞다퉈 '탄핵이 잘못됐다'고 했다. 탄핵 당시 황 전 총리는 담화문을 통해 '헌재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탄핵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자기부정이고 민주주의를 수호한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헌법과 민주주의 정신을 준수하지 않는 정당은 존립할 가치가 없다"고 맹비난했다.
또한, 홍 원내대표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에 대해서도 한국당의 특검 요구 등 의혹의 확대·재생산 차단에 나섰다. 그는 "환경부 문건은 불법적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합법적 체크리스트"라며 "신임 장관이 산하기관 임원에 대한 평가와 관리·감독을 하는 것은 적법한 인사와 관련한 감독권 행사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장 임명권을 가진 청와대와 협의를 진행하는 것도 정상적 업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거대 양당의 행태를 싸잡아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은 과거 정권의 무능과 부정부패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고, 야당이 된 후로는 민생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기로 작정을 한 것 같은데, 민생과 경제를 위해 즉시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며 "민주당도 여당으로서 국회 정상화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갖고 있다. 1월 임시국회를 보이콧 했을 정도로 무책임했고, 여당으로서의 자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와 공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전당대회 이후 여야 협상 진척 있을 듯"
하지만 바른미래당의 목소리는 거대 양당에 닿지 않고 있다. 여기에 북미정상회담과 한국당 전당대회라는 정치일정 등을 감안하면 2월 임시국회도 성과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쟁 중인 정당이 움직이려면 국민들의 압박이나 실익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당은 지금 다소 비판을 받더라도 집권여당의 악재를 물고 늘어져야 할 때라 보는 듯하다"며 "막연하게 '국회가 열려야 한다'는 주장만으로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원장은 이어 "여당인 민주당이 어느 정도 한국당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이런 상태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선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된 이후 여당과의 협상이 다시 진행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sense8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