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여파로 한국당 '약세'…흩어진 중도 보수 흡수할 수 있을까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최근 불거진 '5·18 망언' 사태로 몇몇 탈북민들이 '북한 특수군'으로 지목되는 등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일각에선 하 의원의 이런 행보가 자유한국당에서 떨어져 나간 지지율을 흡수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8일 하 의원은 '지만원 피해자 대책위'와 함께 국회 앞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민주화 운동 북한개입설 등을 비판했다. 그는 "'5·18 때 광주에 북한군 투입' 가짜뉴스와 관련해 "'북한군의 광주 침투'를 주장하는 몇몇 탈북자들이 있다. 그런데 제가 가까운 지인들 통해 확인해보니, 이 탈북자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 생계를 위해 거짓 증언을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저는 민주화 운동가 출신이고 이런(5·18 망언) 사태를 참을 수가 없다"며 "사실 이런 부분(진상규명)은 민주당 차원에서 더욱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북한 인권운동을 오랫동안 해온 하 의원은 "아무도 나서지 않아 제가 직접 (진실을) 밝히려고 한다"며 "민주화 운동가 출신이라고 하는 386 세대가 많은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하 의원은 오는 21일 토론회를 열고 '광수'로 지목된 탈북민들을 초청해 직접 이야기를 들을 예정이다. 아울러 얼굴인식 전문가를 통해 극우논객 지만원 씨가 주장한 '북한 개입설'이 허위임을 밝힐 계획이다.
하 의원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극우 논객 지만원 씨의 '5·18 북한개입설' 주장에 대해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하 의원이) 북한 인권운동을 했던 경험으로 북한 관련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며 "정확하게 문제가 무엇인지, 왜 확산이 됐는지 알아야 하는데 일부의 잘못된 증언으로 지 씨의 주장이 사실처럼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 의원은 이 문제가 우리 사회의 일부분이 극단화·극우화 돼 좋지 않다고 보고 나중에도 문제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 꾸준히 지켜보고 있었다"며 "북한 인권운동을 함께 했던 탈북민들 대부분이 지 씨로부터 '광수'라고 지목돼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다. 이번 기회에 논란을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실 측은 극우 보수층에게 '북한군이 광주로 들어왔다'는 거짓 증언을 했다고 밝힌 '양심고백자'를 접촉 중에 있다고 한다.
최근 정국은 5·18 망언 사태로 혼란을 겪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둔 한국당은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발언으로 한 주 만에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다. 지난 18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한국당 지지율은 지난주 28.9%에서 3.7%포인트 하락한 25.2%로 집계됐다.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 컨벤션 효과를 기대했던 한국당이 5·18 여파로 여야 4당의 강한 공세와 함께 일부 보수층 이탈을 겪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하 의원을 비롯한 바른미래당의 적극적인 비판이 '틈새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최근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세 의원의 발언에 한국당이 늑장 대처 등 헛발질을 하다 보니 강경보수화 되고 있지 않나"라며 "바른미래당 입장에서는 틈새가 생긴 것이다. 이번 상황이 '기회'라고 보고 외연을 확장하려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황 평론가는 "일시적으로 보면 5·18 망언 이후 흔들리는 정국 속에서 (바른미래당이) 지지율을 흡수해 분위기가 좋아지는 기류를 타긴 하겠지만, 오래가긴 힘들다"며 "바른미래당의 야당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작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진 국민들이 중도 정당에 대해 사랑을 못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총선이 다가올수록 거대 양당으로 결집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결국, 일시적인 반등은 보이겠지만 정체성 문제 등으로 장기간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