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지켜달라" "살려달라" 호소…도망치듯 행사장 떠난 김순례
[더팩트ㅣ대전=이원석 기자] 5·18 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에 휩싸였던 김진태·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14일 전당대회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반성의 모습은 커녕 오히려 "저를 살려달라"며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같은 날 오전 당 윤리위원회는 두 의원에 대해선 전당대회가 끝날 때까지 징계를 유보하기로 했다.
각각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김진태·김순례 의원은 이날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2·27 전당대회 후보자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했다.
최고위원 후보인 김순례 의원이 먼저 연설 단상에 올랐다. 김 의원은 앞서 지난 8일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조금 방심한 사이 정권을 놓쳤더니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연설 전 상의 재킷을 벗어 던진 김 의원은 한 팔을 번쩍 들어올리고는 "자유대한민국 사랑한다. 자유한국당 사랑한다. 당원동지 여러분 사랑한다"고 입을 뗐다. 김 의원은 "매일 자고나면 제가 죽고 있다. 또 죽고 또 죽고 있다"며 "존경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저 살고 싶다. 여러분이 살려주시겠습니까"라고 호소했다.
이어 김 의원은 "저 살아서 자유대한민국 자유 우파의 가치를 지키고, 겸손하고 '절제된 용어'로 앞장서는 여전사가 되겠다. 믿어주시겠냐"고 묻기도 했다. 김 의원은 "사즉필생((死則必生)의 의지로 저 김순례가 대여전사가 되겠다. 사랑한다"며 연설을 마쳤다. 5·18 망언 논란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지지자들은 김 의원의 이름을 재차 연호했고, 김 의원도 비장한 표정으로 퇴장했다.
김진태 의원은 당 대표 후보 중 가장 첫 차례로 연설 마이크를 잡았다. 김 의원은 공청회에 참석하진 않았으나 이를 주최했고, 그와 관련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카우보이모자를 쓴 김 의원은 경례 포즈를 취하더니 "모자 잘 어울리냐. 첫 선거 때부터 썼던 모자를 꺼내서 쓰고 왔다"며 "진태 없으면 진퇴양난, 행동하는 우파, 보수의 아이콘 김진태"라고 인사했다.
김 의원은 5·18 폄훼와 관련한 당의 처분을 직접 언급했다. 김 의원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여기 오는 중에도 돌아가라고 할까 봐 가슴이 '벌렁벌렁' 했다. 그래도 완주할 수 있게 됐다"며 "근데 지금 완주갖고 만족할 때가 아니다. 만약 당 대표 안 되면 김진태는 쫓겨날 수도 있다. 한국당에 제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김 의원은 "가끔씩 심장이 쫄깃쫄깃할 때도 있지만, 제가 없으면 재미가 없지 않냐. 한국당에 김진태가 없으면 앙꼬(팥소) 없는 찐빵 아닌가"라며 "저를 지켜주셔야 한다. 당 대표가 될 때까지 확실히 밀어달라"고 호소했다. 이후 논란에 대해 다른 언급은 없었다.
앞서 한국당 윤리위는 이날 오전 비공개 회의를 갖고 논란이 된 세 사람 중 김진태·김순례 의원의 징계는 전당대회 뒤로 유보하고 이종명 의원에 대해서만 제명 처분을 내렸다. 이와 관련 김진태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 전당대회에 집중하겠다"며 "이 의원은 안타깝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순례 의원은 이날 5·18 망언 논란에 대해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도망치듯 현장을 빠져 나가면서 다소 굴욕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취재진이 따라 붙자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던 김 의원은 막다른 출구에서 방향을 급선회(?)하기도 했고, 일부 지지자들이 기자들을 막아선 틈에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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