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연찬회서 유승민 대신 결별 명분 쌓은 이언주 의원?

이언주 의원이 8일 열린 바른미래당 연찬회에 참석해 보수가치를 강조했다. 사진은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출당시 정견발표를 하고 있는 이언주 의원의 모습. /더팩트DB

통합 주장 의원들에겐 "그렇다면 합류하지 말았어야지"

[더팩트ㅣ양평=박재우 기자] 8일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 연찬회가 유승민 전 대표의 결별 명분 쌓기가 될 거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다른 인물의 명분 쌓기가 더 부각됐다. 연일 자유한국당행 가능성이 점처지고 있는 이언주 의원은 이날 연찬회 브리핑에서 "우리는 통합 당시 중도보수 정당을 지향했다"며 보수 가치를 강조했다.

애초 참석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이 의원은 오후 3시 30분께 연찬회장으로 도착했다.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비공개 토론회에 참석했다.

오후 5시 26분께 시작된 이 의원의 언론브리핑은 다소 이례적이었다. 당 대표, 원내대표, 대변인이 아닌 평의원이 브리핑을 했기 때문이다. 이날 유승민 전 대표도 브리핑을 했지만, 당의 창당주로서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어 시작부터 기자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 의원은 "토론 시간에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기자분들이 그때까지 계속 안 계실 수도 있어서…"라며 "제가 꼭 말할 것이 있어 마이크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양당 통합 당시 통합선언문에서는 '중도보수정당'을 선언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의 '진보세력'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 진보세력은 헌법적 가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가치를 무시하고 위협하는 정책들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타파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통합당시 바른미래당의 가치는 보수중도라고 말했다.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추진협의체 출범식 당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태규, 이언주, 정운천, 오신환 의원(왼쪽부터)의 모습. /더팩트 DB

그러면서 "최초 통합선언에서 진보라는 얘기가 나왔다는 것은 가당치 않다"며 "보수라는 것에 동의 못하는 분들이 우리당에 함께 했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황당하게 진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견디기 힘들다"고 민주평화당과 통합을 주장하는 김동철·박주선 의원을 겨냥했다.

앞서 박주선·김동철 의원은 비공개회의에서 당 정체성에 대해 "작년 6.13 지방선거 직후 진행한 바른미래당 워크숍에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세력을 아우르는 민생 실용 정당이라고 정리가 됐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을 대체할 세력이 돼야 할지, 보완할 세력이 돼야 할지 묻는 질문에 이 의원은 "지금은 둘 다 안 되고 있다"며 "때로는 손해를 보더라도 (한국당과)손을 잡고 가야한다"고 '반문연대'를 다시 꺼내들었다. 그러면서 "큰 틀에서 우리가 정체성에서 한국당의 경쟁자여야지 민주당이 경쟁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초기 통합 멤버 중에 없다"고 강조했다.

8일 오후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2019년 의원 연찬회에서 손학규 대표가 발언하고 있는 가운데, 박주선, 김동철 의원이 듣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 의원은 "평화당 의원들은 우리가 통합할 당시 통합을 반대하면서 창당을 했다"며 "정치라는 것은 자기 소신대로 해야 하는 것인데 서운하지만, 다른 길을 가겠다면 어쩔 수 없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했다.

또한 "반면 그분들(박주선·김동철)은 창당선언을 하고 교섭협상을 진행한 뒤 뒤늦게 참석했다"며 "당연히 보수중도의 기본뿌리는 공감하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통합을 추진 중인 이들에게 쓴소리도 했다. 그는 "그런데 다른 얘기 하면 곤란하다"며 "근본적인 시각 자체가 다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애초에 합류하지 말았어야지 하지 않았겠느냐"고 꼬집었다.

반면, 김동철 전 원내대표는 저녁식사 이전에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의 브리핑 내용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 의원 얘기 저한테 하지 마세요"라며 "한국당 하고 같이 해온 사람이 몇 개월 만에 와서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하고 있느냐. 그 얘기 하기 전에 당에 사과부터 해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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