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인사이드 아웃>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사가 말하는 '탄핵'의 진실?
[더팩트ㅣ서초=허주열 기자] 인터파크도서 주간 베스트셀러 3위, 예스24 주간 베스트셀러 국내도서 부문 7위, 교보문고 1월 넷째 주 종합 주간 베스트 33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을 맡았던 변호사의 탄핵 사태 1년의 기록을 정리한 <탄핵 인사이드 아웃>의 출간 첫 주 성적표다. 탄핵 결정과 이후 이어진 재판 과정을 사실과 법리의 관점에서 재조명한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초반 반응이다.
저자 채명성 변호사는 탄핵심판의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과 형사재판의 변호인단에 모두 참여한 변호사로 격동의 시기 1년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했다. 그 시간은 스스로 "모든 게 다 어려웠다"고 자평할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검토할 기록은 많고, 헌법재판소는 구박하고, 여론은 안 좋고…. 온 사방이 어려움이었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채 변호사가 지금 탄핵을 다시 돌아보는 책을 출간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을 임하는 심정은 어땠을까. 왜 접견을 거부하고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것일까. <더팩트>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선정 사무실에서 채 변호사를 직접 만나 이런 궁금증들에 대해 물었다.
◆탄핵 재판의 역설 조목조목 설명
"탄핵 사태는 거짓이 진실을 덮고, 법치가 정치에 굴복한 과정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대리인단·변호인단의 일원으로 결정적인 순간들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이 과정을 객관적 사실과 법리적 관점에 비춰 냉철히 되짚어 보았다. 잘못된 과거를 되풀이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자는 바람에서다."
채 변호사가 <탄핵 인사이드 아웃>에서 밝힌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평가와 관련 책을 출간한 배경에 대한 설명이다. 탄핵심판 직후 헌재 결정문 해설서, 탄핵 결정의 부당함을 조명한 책 등은 나온 적이 있지만, 탄핵의 연장선에서 진행 중인 형사재판까지를 한 권으로 정리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채 변호사는 저서에서 헌재 판결 이후 이어진 형사재판의 부당함을 법률가의 시각에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아직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책을 출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다른 변호인단에게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책 출간과 관련한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유영하 변호사 등 함께 했던 변호사들 중 누구에게도 책과 관련한 이야기를 안 했어요. 같이 했었던 변호사들은 책 출간 하루, 이틀 전 알았죠. 이 책에 대한 비판이나 혹시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제가 다 받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생각 외로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에요. 책 출간 뒤 연락이 와서 '누군가는 할 일이었다', '고생했다' 등의 말을 많이 하는데 기쁘고, 보람을 느껴요."
채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본인 페이스북에 책 출간 사실을 알리며 이 책을 통해 '부채감을 조금은 덜고자 한다'고 했다. 그가 가진 부채감이 누구에 대한 것인지, 어떤 부채감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저는 이 사건을 전체적으로 가장 가까이서 봤고, 많이 아는 사람 중 한 명이에요. 변호인단 총사퇴 이후 1년 이상 입을 닫고 있었는데, 아직 박 전 대통령은 감옥에 있어요. 그리고 재판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늘 있었어요. 또, 일반 국민은 모르는 (탄핵에 대한) 진실을 나 혼자서만 삭히고 넘어가야하는 부채감도 있었어요."
이런 부채감을 갖고 있던 그는 지난해 10월 미국 교포들로부터 탄핵 사태의 전말을 10~20페이지 정도로 정리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을 계기로, 이참에 진실을 국민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해 집필을 시작했다고 했다.
이 책은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의 절차상 위법과 불공정, 실체 없는 허상에 불과한 탄핵심판 결정문, 이어진 형사재판의 부당함과 허구성, 탄핵 사태 이면의 검은 진실에 대해 347페이지에 걸쳐 법리적으로, 상식적으로 조목조목 설명한다. 책에 담지 못한 뒷이야기가 더 있는지 궁금했다.
"못 담은 내용이 더 많아요. 처음부터 고민하다 안 넣은 것도 있고, 초안에 넣었다가 수정 과정에서 뺀 것도 많아요. 이 책은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을 빼고, 가장 정제된 내용들만 담았어요. 같이 변호를 했던 분들은 '(책) 한 문장 한 문장에서 그 뒤에 비하인드 스토리(뒷이야기)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했죠. 이 책에 담긴 내용도 대부분의 국민이 모른다고 생각해요. 지금 밝히지 못하는 부분은 나중에 재평가가 이뤄질 때 드러나게 될 것이라 생각해요."
◆촛불집회 참석자들에게 이 책을 권하는 이유
저자의 입장에서 많은 독자가 책을 보면 좋겠지만, 평가가 엇갈릴 수 있는 사안인 만큼 "특히 이 책을 봤으면 하는 이들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채 변호사는 잠시 생각한 뒤 "촛불집회 참석자"라고 답했다. 그는 "탄핵 여론을 주도한 촛불집회 참석자는 좌파 시민단체를 제외하고 대부분 선동된 여론에 속아서 나간 이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그 때 언론보도 등과 이후에 드러난 것을 이 책을 통해 비춰 보고 객관적으로 다시 판단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탄핵을 부른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측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인식에 대한 답도 들을 수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이나 기타 국정농단에 개입했다는 사람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정말로 몰랐어요. 모르는 상태에서 파면 결정을 당했고, 형사재판으로 넘어와 재판에 참여하면서 그 것을 알아갔어요. 재판은 박 전 대통령이 (비선들의 국정농단을) 알아가는 과정이었어요. 때문에 증인 신문도 열심히 듣고, 거짓말이 있으면 옆에 앉은 변호사에게 '이게 진실이다'고 지적하기도 했죠. 제가 볼 때는 철저하게 엮인 것이고, 속은 것이에요."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과 관련해 지시한 게 없고, 인지하지도 못했으며, 형사재판을 통해 서서히 그 사실들을 알아갔다는 이야기다. 채 변호사의 "엮인 것이고, 속은 것"이라는 발언은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과 탄핵을 대하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을 당한 것 때문에 사람들을 기피하고 있는 것일까.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를 제외한 다른 이들과의 접견을 거부하고 있다.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현재 행보를 "역사에서 올바른 평가를 받기 위한 본인 만의 조용한 투쟁"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본인을 만남으로 인해 그분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또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원치 않아서 접견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모든 것과 절연한 상태에서 본인만의 조용한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아직 (박 전) 대통령을 잘 이해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형량 등에 대해선 이미 마음을 비웠어요. 역사에 진실을 밝히는 것, 그것을 위해서 재판을 거부한 상태에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구치소에서) 참고 견디고 있어요."
◆"드루킹 사건에 문 대통령 관여됐다면 '탄핵' 사유"
책의 말미에는 최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언급하며, 공무원(문재인 대통령 지칭)이 관여했다면 탄핵이나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는 구절이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문 대통령의 측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심 재판에서 드루킹 일당의 공동 정범으로 인정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고, 야당에선 '윗선'을 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 대통령도 탄핵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책에 그 내용을 담은 것은 이 사건의 발단이 오보와 여론 선동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드루킹 댓글공작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봐요. 그래서 이번 탄핵 사태가 어떻게 시작됐고, 흘러갔는지를 볼 때 헌재, 검찰, 특검, 법원 얘기도 해야겠지만, 언론 얘기와 여론 조작한 드루킹이나 다른 댓글 조작팀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 한다 생각했죠. 문 대통령도 공무원이니 관련이 있다면 탄핵 사유에 해당된다고 봐요. 아직 윗선에 대한 수사가 안 돼 현재는 관여 여부를 알수 없지만, 만약 관여가 된 것으로 드러난다면 책임져야 하지 않겠어요?"
채 변호사의 책을 읽고,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며 탄핵 사태와 이후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에 대한 그의 확고한 소신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정치제도에서 잘잘못은 사법부가 가린다. 그러나 사법부가 늘 올바른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역사가 말해준다.
가까이만 봐도 현 정부는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사건 등에 대해 징역 8년을 선고했던 판사의 판단에 '환영 논평'을 냈다가, 같은 판사가 김 지사에게 징역형을 선고하자 '적폐 판사'로 규정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반인에게는 사법부의 권위가 넘을 수 없는 벽이지만, 권력자들에게는 이해관계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이 흔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이외에도 많다. 탄핵 사태를 결정한 재판부는 역사의 심판정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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