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2차 북미회담 <상>] 정성장 "北 비핵화 1~2단계 조치 발표할 수도"

<더팩트>가 지난 25일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 본부장은 인터뷰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합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진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정 본부장의 모습. /성남 세종연구소=남용희 기자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2월 말 베트남에서 열릴 전망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화두인 가운데 북미 정상이 어떤 합의를 이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반도의 운명이 다시 한번 세계적 관심사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북미 회담 결과에 따라 국내도 요동칠 수 있다. 분단 후 가장 좋은 관계에 있는 남북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위험과 예측 불가능성이 존재하는 북한이기에 더욱더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이목이 쏠린다. <더팩트>는 북한과 미국 전문가를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의 의제와 결과 그리고 이후 한반도 정세와 관련 '긍정적인 전망', '우려의 시선', '특별한 관점' 등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짚어보았다. <편집자주>

"한반도 냉전 구조도 해체될 수 있는 가능성 있어"

[더팩트ㅣ성남 세종연구소=박재우 기자]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이달 말 열릴 것으로 거의 확실시 되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이런 결과 도출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만났지만, 결과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이런 이유로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은 세계적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 1월 미국 워싱턴과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만났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2차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북한 특사와 미국 대통령의 만남이었다. 특히 같은 달 17~19일 2박 3일간의 스톡홀롬 실무회담은 그 어느 때보다 긍정적 회담이었을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지난달 25일 경기도 성남 세종연구소에서 만난 정 본부장도 "건설적인 회담이 됐을 거라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합의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더팩트>는 정 본부장에게 지난 1년간의 한반도 정세와 2차 북미정상회담 전망과 대일, 대중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치권의 역할 등에 대해 약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정 본부장은 지난 1년에 대해 한반도 정세의 근본적인 대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준 한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우 좋은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남 세종연구소=남용희 기자

다음은 정 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지난 1년간 한반도 정세를 전반적으로 평가와 함께 올해에 대한 전망은?

지난 1년은 한반도 정세가 근본적인 대전환의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해였다. 북한은 2017년까지만 해도 체제 생존을 위해서 핵 개발에 매달렸었다. 또, 국제사회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의 '병진노선'(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 노선)에 한계가 도달한 시점이었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화의 손을 내민 것이 정세전환에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국면은 과거와 비교해 봤을 때 한반도 냉전 구조가 해체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남북한과 미국 최고 지도자들이 핵 문제 해결과 관계개선에 적극성을 보이기 때문에 기존 관료들을 통한 협상과는 다르게 '빅딜(Big Deal)'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한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하려 해도 미국에 부시 정부와 같은 강경한 정부가 들어섰고, 오바마 정부처럼 초기 미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하려고 해도 남한 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었다. 따라서 현재는 매우 좋은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부친인 김정일보다는 경제 발전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외교에서도 과거 김정일과 비교해 김 위원장은 이미 싱가포르에 가서 북미 정상회담을 했고 또, 베트남에서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래서 밝은 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워싱턴을 직항으로 방문했고,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남·북·미 3자 실무협상도 했다. 실무회담에서 어떤 얘기를 했다고 예상하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미국을 방문해서 북미 양측이 일정한 정도 접점을 찾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정부 당국자의 용어를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하는 것은 간접적인 표현으로 아직도 이견은 있다는 뜻이다. 여전히 이견이 존재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 좁히는 데 성공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긍정적인 부분은 김 부위원장이 워싱턴에 도착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을 만났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대화를 했는데 분위기가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이 호텔로 돌아간 다음에도 미국 대북협상 실무자들과 회의를 했다. 그 자리에서 고위급 및 실무회담도 사실상 이뤄진 셈이다.

스톡홀름 회담에서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이렇게 남·북·미 대표 세 명이 참석해서 2박 3일간 긴밀하게 대화 나눈 것도 향후 북미 협상 접점을 찾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실무협상에서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했다기보다 이후 합의를 도출해 내는 데 도움이 되는 소통의 공간이었다고 본다. 서로 어떤 요구를 하고 있는지, 무엇을 양보할 수 있을지 그런 문제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지 않았나 본다.

특히 한미가 논의해온 비핵화 로드맵을 두고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지, 타진할 수 있는지 입장 확인을 한 것으로 보인다. 건설적인 회담이 됐을 거라고 추정된다. 북한이 상응 조치 요구사항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두 차례 사전 회담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를 끌어내는 중요한 사전 준비 회의였다고 평가한다.

인터뷰에서 정 본부장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1차 북미정상회담 서명식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는 모습.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는 무엇이고, 어떤 내용의 협상이 나와야 성공한 것인지 전망해본다면?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폐기 가능성 내비쳤다. 그러므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좀 더 나아가서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일부 폐기라던가, 완전 폐기 일정에 대해서 합의가 이뤄진다면 그 자체만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은 중요한 성과를 거둔 것이다.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서 구체적인 합의까지 도달한다면 아주 성공적인 회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 내에 북미 관계를 개선하고 비핵화 목표 시안이 합의문에 들어갈 수 있다면 상당히 큰 성과를 거둔 것.

김 위원장으로서는 많은 고민을 했을 거라고 본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성과를 거두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하면 새로운 합의를 찾기 어렵다. 북미정상회담을 먼저 개최하고 그걸 토대로 한국을 답방해 보다 진전된 협상을 제시하고 싶었을 거라고 판단된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에서 남한이 가져야 할 자세와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은 무엇인가?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관련해서 진전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사회 일각에서는 불완전한 합의를 했다고 깎아내릴 가능성있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보수와 진보 사이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외부의 회의적인 의견을 설득해야 한다.

여·야 국회의원, 정부측 인사,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여야정 대북정책 결정기구를 만들어서 그 안에서 입장 차이를 줄일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 북한전문가·핵전문가·미사일전문가·안보전문가 등 많은 전문가들을 참여시킴으로서 보수 전문가들이 소외됐다는 의식을 해소시킬 필요가 있다.

정 본부장은 성공스러운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ICBM 폐기 합의와 비핵화 로드맵의 구체적 합의를 꼽았다. /성남 세종연구소=남용희 기자

-북미정상회담 이후 3.1절 맞아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가능하다고 보나?

북미정상회담이 2월 말로 나오지만 3월 초가 될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 개최하고 나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이뤄질 것으로 본다. 3.1절 행사에 김 위원장이 온다는 것은 시간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 중국도 끌어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또,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중국 반환을 선호한다고 했는데 그 배경과 가능성은 무엇인가?

한국과 미국은 매우 긴밀하게 대화를 하고 있다. 북한 혼자서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상대하기 벅차다. 북한 입장에서는 우군이 필요한 셈이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깊게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도 한반도 문제에 소외되는 것은 또 꺼린다. 작년 북한이 남한과 대화하고 미국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했을 때 중국은 굉장히 당황했고, '차이나 패싱'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당시 세종연구소에 방문한 중국 전문가들 표정에서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김 위원장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중국 정부에 미리 설명한다고 했을 때 중국은 환영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전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주석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다. 국제사회에 중국 영향력이 크다는 인상을 줬다.

북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국으로 이전하게 되면 미국은 북한 미사일 능력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만약 미국이 생각했던 것보다 북한의 ICBM의 수준이 떨어진다면 북한의 대미협상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반면, 북한으로서는 ICBM을 미국으로 이전하게 되면 기술력을 노출하게 된다. 생각했던 것보다 북한의 ICBM의 수준이 떨어진다고 하면 북한의 협상력이 떨어진다.

또한, 북한이 ICBM을 개발하는데 중국과 러시아 기술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것이 확인되면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난처해진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ICBM을 미국보다는 중국과 러시아에 이전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북한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북한 내부에서 폐기하고 보여주는 것이, 미국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북한 ICBM을 미국이나 영국으로 이전하는 것일텐데, 중국 또는 러시아로 이전해 폐기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북미 양측 모두 수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 본부장은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북일관계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은 정 본부장가 세종연구소에서 발행한 출판물과 정 박사의 모습. /성남 세종연구소=남용희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시정연설에서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언급했다. 향후 북일관계는 어떻게 될 거라고 예상하는가?

아베 일본 총리가 국회 시정연설에서 북한과 국교 정상화를 하겠다고 발언했다. 최근 일본 내각 관계자들과 이 문제에 대해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제2차 북미정상회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뒤에 북일 대화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납치자 문제에 대해서도 점진적으로 단계적으로 풀어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단계적인 관계정상화를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성과를 이루게 되면 남북관계나 북일관계에도 긍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 북미정상회담 합의 성과가 크면 클수록 미치는 파장이 크게 될 것 같다.

-협상테이블에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인가?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할 때인가?

미국이 리비아식 비핵화 방식인 CVID 용어 사용을 자제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리비아처럼 핵 개발 초기 단계가 아니다. 리비아는 신고하고, 검증받고, 폐기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북한은 그동안 핵실험을 6차례나 했다. 사실상 '핵' 보유 국가라고 봐도 된다.

신고해야 한다면 북한이 신고해야 할 것이 방대하다. 우선, 핵 지식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CVID는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이유가 핵 개발한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핵을 포기해도 다시 개발할 수 있다. 그래서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에도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이 빠졌다.

'한미워킹그룹'(한미 당국 사이의 대북정책 공조를 위해 출범한 협의체) 구성 이후에 미국 입장이 유연해지고 있는데, 제재완화 강경론에서 다소 유연해졌다. 미국의 대북 입장이 한미 공조를 통해 유연해졌고, 북한의 비핵화 협상전략도 그동안 구체화 되었기 때문에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와 관련한 실질적인 합의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월 평양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실험장 영구 폐기' 카드를 꺼냈는데, 이는 1단계 조치이다. 북한이 2단계, 3단계, 4단계를 밝히지 않았지만,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1단계뿐 아니라 2단계, 3단계까지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정 본부장은 2019년 새해 개인적인 목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개인에 대한 책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에 몰두하느라 바쁘지만, 올해만큼은 이 책을 꼭 완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성남 세종연구소=남용희 기자

-세종연구소의 2019년 역할은 무엇인가?

한반도 정세가 대전환을 보이는 상황에서 세종연구소는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 '세종 정책 포럼'이라는 비공개회의를 통해서 정부에게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있고, 각종 세미나를 통해서 정부 정책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후 그것을 평가하는 대규모 학술회의도 예정돼있다.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다. 특히, 북한 비핵화 전망에 대해서 외부 세계는 대단히 회의적이고 부정적이다. 예를 들어 과거 김일성 사망 후 국제사회에서 북한조기붕괴론이 지배적이었던 것처럼 현재에도 북한에 대한 부정확한 판단이 만연해 있다. 따라서 세종연구소는 올해에도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협상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공공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올해 개인적인 목표는?

개인적으로는 김 위원장 개인에 대한 책을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는데 일이 많아서. 가능하면 올해 안에 출판을 하고 싶다.(웃음)

정 본부장은 프랑스 유학 시절 북한을 잘 아는 파리10대학교의 지도교수 밑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북한 전문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지도교수의 보증 아래 방북 연구를 추진하기도 했다. 정 본부장이 몸담고 있는 세종연구소는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대표적인 민간싱크탱크 기관이다. 정 본부장은 북한 연구로 널리 알려진 전문가로 세종연구소에서도 연구기획본부장뿐 아니라 북한연구센터장도 맡고 있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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