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치인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들이 정치권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여의도를,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다. 국민 목소리 전체를 대변하는 정치권 내 여성의 필요성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여성 정치인들이 설 자리는 이제 완벽히 마련된 걸까? <더팩트>는 현 정치권 내 여성 정치인들의 활약을 조명해보고 여성 정치 전문가와 인터뷰를 통해 대한민국 여성 정치의 현주소에 대해 짚어봤다. 또, 제기되는 반론들과 오해들에 대해서도 고민해봤다. <편집자주>
당 대표·장관·대변인 등 요직서 '존재감'…공감과 소통의 여성 정치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지난 2016년 총선을 통해 꾸려진 제20대 국회의원 300명 중 여성은 51명(17%)으로 역대 최다였다. 1948년 제헌국회에선 200명 중 여성이 단 한 명도 없었고, 2대 국회에선 2명에 불과했다. 그 이후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고 매우 더뎠지만, 현재까지 왔다. 여전히 부족하단 견해가 많지만 1940~50년대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물론 비례대표에 여성 비율을 할당하는 제도 등 단순 비율만으로 여성 정치인들의 활약을 평가하기는 조금 이르지만, 실제 여성 정치인들이 국회, 정당 등에서 보여주는 존재감이 결코 작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여성들은 정당 대표, 각종 당직, 대변인, 장관 등 그동안 남성들의 전유물이던 자리를 차지해 분명 뛰어난 리더쉽,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임기 '꽉' 채운 당 대표 추미애…보수 최초 여성 원내대표 나경원
여성에게 '최초'란 단어가 많이 붙는 20대 국회다. 지난해 8월 이해찬 대표에게 바통을 넘겨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전 대표는 여러 기록을 세우고 퇴장했다. 추 전 대표는 지난 2016년 8월 27일 당선됐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 정권 교체, 지방선거 대승 등 대표 한 명이 세우기도 힘든 기록을 독차지했다. 더군다나 추 대표는 '파리 목숨'으로 불리는 당 대표 임기 2년을 꽉 채웠는데 이는 민주당 창당 이래 최초였다. 그는 여성 최초의 집권여당 대표이기도 했다. 추 전 대표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여성임에도 남성 못지않은 '카리스마'로 당을 이끌었고, 특유의 섬세함과 날카로움으로 당을 이끌었단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나경원 원내대표는 보수진영 최초로 여성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이제껏 보수정당 역사에서 여성 대표, 여성 대통령은 있었지만, 여성 원내 사령탑은 없었다. 특히 보수 진영에서 대표, 대통령보다도 여성 원내대표가 탄생하기 더 힘들었던 데는 특수한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다른 선거와 달리 원내대표 선거는 투표 당사자가 국회의원들로만 구성되는데 그 집단이 대부분 남성이라는 점이다.
현재 민주당은 전체 의원 129명 중 22명(28%)이 여성인데, 한국당은 전체 의원 112명 중 13명(15%)만이 여성이다. 아울러 원내대표의 주 역할이 '협상'이란 것도 여성 원내대표의 탄생이 힘들었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치권 전반엔 치열한 협상 과정은 남성이 아니면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고정적이고 보수적인 관점이 존재해온 것으로 관측된다. 협상 상대가 대부분 남성이란 점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적 요소를 딛고 원내사령탑에 오른 나 원내대표는 원내 협상 등에 있어서 제대로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단 평가가 많다. 한 한국당 의원은 "직전 원내대표였던 김성태 전 원내대표보다 더 단단하고 실리를 잘 챙긴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장관 30%가 여성…행정부도 여성이 '대세'
문재인 정부 들어 여성에겐 척박하던 장관직에 여성이 30%나 들어갔다. 1기 내각에서 강경화 외교부·김은경 환경부·김영주 고용노동부·정현백 여성가족부·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장관급) 등에 이어 2기 내각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취임했고, 현재까지 30% 가까운 비율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역시 최초가 많았다. 강경화·김현미·유은혜·김영주 (전) 장관이 각 부처 최초 여성 수장이 됐다. 최초엔 항상 우려가 따른다. 관료 사회를 이끌어야 하는 장관직을 여성이 잘 수행해낼 수 있겠느냔 우려가 나왔다. 더군다나 다른 나라와 소통하는 외교부, 우리나라 사회 분야를 총괄하는 사회부총리직에 오른 강경화·유은혜 장관 등을 향해선 걱정 어린 시선이 더 많았다. 그러나 강 장관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 역시 불안하게 요동치는 미·중·일과의 관계를 능숙하게 조율하며 안정적으로 대한민국 외교를 이끌고 있다. 유 장관도 각종 사회 문제에 발 빠르게 대처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과 '공감'하는 여성 정치인들
지난해 말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불의의 사고로 숨진 故 김용균 씨로 인해 국회에선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비롯해 산업 현장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일명 '김용균법'이 통과됐다. 쉽진 않았다. 각종 이해 관계, 정치 상황 등으로 인해 여야 협상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국회를 찾은 김 씨 어머니를 눈물로 위로하던 정치인들이 여러 언론에 포착됐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민주당 한정애 의원이다.
특히 한 의원은 협상이 진행되던 회의장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김 씨 어머니를 끌어안고, 오열해 지켜보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처럼 여성 정치인들은 그동안 다른 정치인들이 보여주지 못하던 '공감', '감성', '소통'의 능력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최근엔 여야 할 것 없이 대변인에도 여성을 다수 임명한다. 여성 대변인은 취재진과 소통은 물론이고 메시지를 내는 데 있어서도 돋보인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최근 크게 존재감을 알리지 못하던 바른미래당의 목소리를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이 담긴 표현으로 부각시키며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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