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김경수 법정구속, 보수단체 '성지순례'...서초동 '희비'

김경수(왼쪽)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30일 법정 구속된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 참관을 위해 법원을 찾은 이재오 전 의원 등이 김 지사의 1심 재판부를 칭찬하는 등 어느 때보다 밝은 모습을 보였다. /남윤호 기자·뉴시스

설을 앞둔 한 주, 정계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심에서 법정 구속되면서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됐습니다. 판결이 뒤집히면서 야권은 대여 공세에 탄력을 받는 상황입니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해피 조선' 발언으로 전(前) 보좌관이 됐고,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한국당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홍준표 전 대표 등 다른 당권 주자들을 긴장하게 했습니다.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황교안 전 총리는 '뽀통령'급?...대선 출정식 방불

[더팩트ㅣ정리=임현경 기자] -이번 주도 정치권은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역시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정치권은 1월 임시국회를 빈손으로 끝냈지만, 김 지사 구속으로 사실상 '시계 제로' 상태에 놓였습니다.

-여기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한국당 당 대표에 출마하면서 홍준표 전 대표를 긴장하게 했습니다. 홍 전 대표는 연일 황 전 총리를 '탄핵 총리'라고 비판하며 견제하는 모습입니다. '뽀로로' 다들 아시죠? 아이들 사이에선 대통령보다도 더 인기가 좋다고 해서 '뽀통령'이라고도 불리는데요. 뽀통령급 정치인이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그럼 대체 누가 뽀통령의 아성에 도전했는지를 먼저 얘기해봅시다(웃음).

황교안(왼쪽) 전 국무총리가 한국당 당 대표 후보에 출마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홍준표 전 대표는 황 전 총리를 탄핵 총리라며 집중적으로 견제하고 나섰다. /남윤호·이새롬 기자

◆ '뽀통령급' 황교안?...호통 '소나무' 홍준표

-황 전 총리와 홍 전 대표가 지난달 29일과 30일 각각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흥미진진한 싸움이 될 것 같은데요, 출마 선언식에선 별다른 일은 없었나요?

-별일이 있었습니다(웃음). 우선 황 전 총리 선언식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목격했는데요. 피켓 내용을 두고 청년 지지자들과 중년 당원 지지자들이 다툼을 벌였습니다. 이날 여러 내용의 피켓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안보 대통령 황교안' '경제 대통령 황교안'이란 글이었습니다. 마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했죠.

-대선이 3년이나 남았는데 벌써 지지자들 마음속엔 황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 같군요(웃음).

-네, 분위기를 보니 그 피켓은 청년 지지자들이 준비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몇몇 다른 지지자들이 반발했죠. '대통령'이란 문구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 같았습니다. 한 중년 남성은 "이거 나중에 또 뉴스에 나온다. 대통령 들어간 피켓 접어라"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이에 청년 지지자들이 반발했습니다. 한 청년은 "왜 접어야 하냐. '뽀로로 대통령' 말할 때 그 대통령"이라고 반박하더군요. 언성이 높아졌고, "넌 뭐냐. 나 당원이다! 이번 선거 당 대표 선거다" 뭐 이런 말들이 오갔는데, 주변인들이 말리면서 큰 싸움으로 번지진 않았습니다. 물론 이날 중년 남성의 예언(?)대로 '뽀통령'은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웃음).

황교안 전 총리가 한국당 전당대회 출마 선언 기자회견장에서는 젊은 지지자들이 안보 대통령 황교안 경제 대통령 황교안 등의 피켓을 들어 중년 지지자들과 언쟁을 벌였다. 지난달 29일 황 전 총리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장 앞. /이원석 기자

-'뽀통령'은 모든 유아의 친구이자 애정의 대상으로 알고 있는데, 그 지지자들에겐 황 전 총리가 그런 의미를 가진 인물인 모양입니다. 피켓이 문제가 될 걸 알았던 중년 지지자의 관록이 엿보이네요. 홍 전 대표의 출마 선언은 어땠나요?

-홍 전 대표는 여전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로 계속 대중들을 만나왔지만, 기자회견은 아주 오랜만이었는데요, 과거 당 대표 시절 모습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한 취재 기자가 '패배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질문하자 "그 질문은 예의가 아니다"고 꾸짖었는데요, 대표 시절 공격적인 질문엔 "대답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역질문을 하거나 발끈했던 모습과 똑같았죠. 사실 홍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취재진에게 "어떤 못된 질문도 받겠다. 그런데 감정 건드리는 질문만 하지 말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군요. 불같은 홍 전 대표의 모습이 사시사철 같은 모습인 '소나무' 같네요. 그 취재 기자의 질문이 감정을 건드렸나 봅니다(웃음). 못된 질문과 감정을 건드리는 질문의 차이가 아주 미묘하네요. 어쨌든 오는 27일 열리는 한국당 전당대회 경쟁이 아주 치열할 것 같습니다. 지켜보도록 하죠.

한 보수단체가 서초역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가는 길목에 걸어놓은 현수막. /임현경 기자

◆ 김경수 법정 구속에 미소지은 MB측…보수단체 '성지순례' 열풍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달 30일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재판부가 '댓글 조작 공모'를 인정한 것인데요. 정치권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분들도 있었다고요.

-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었죠. 서울중앙지법에서 김 지사의 선고 공판이 열리는 동안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이 진행됐는데요. 이 전 대통령의 재판이 증인 불출석으로 잠시 휴정하는 동안, 속개를 기다리고 있던 모두가 김 지사의 선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 강훈 변호사 등은 이번 김 지사의 선고 결과에 만족스러운 듯 보였습니다. 들뜬 목소리로 "김경수네 판사가 잘했다", "이번 (이 전 대통령) 보석 건도 잘 돼야 할 텐데", "오랜만에 (법원이) 신뢰를 회복했다" 등의 대화를 주고받았죠.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보석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죠.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을 심리하던 김인겸 부장판사는 이번 대법원 인사 결과 법원행정처 차장을 맡게 됐습니다. 불가피하게 새 재판장을 맞게 된 건데요. 새로운 재판장이 측근들의 바람처럼 이 전 대통령에게 좋은 결과를 안겨줄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서울중앙지법 앞에는 '성지순례'가 이어지고 있다고요?

-네. 온라인상에서는 흔히 어떤 사건을 미리 예언한 글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방문했던 식당 등을 찾아가 기념하는 행위를 성지순례에 빗대곤 하는데요. 김 지사의 1심 선고 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앞서 김 지사의 공판이 시작된 지난해 한 보수단체가 서초역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는 길목에 '김경수 여론조작, 국민이 재판한다', '여론조작 수괴 김경수를 극형에 처하라' 등 과격한 문구의 현수막을 걸어놓았는데요. 1심 선고 결과를 접한 보수성향의 시민들이 이 현수막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가더군요. 현수막대로 실현됐다면서 말이죠.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1일 항소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안 전 지사가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을 마친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서초=남윤호 기자

-최근에는 '셀카봉'에 여러 대의 휴대폰을 매달아 실시간으로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여러 창구의 라이브 방송을 동시에 진행하는 시민들을 많이 볼 수 있죠. 특히 보수단체의 집회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분들 역시 현수막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김 지사의 선고 결과에 대한 기쁨(?)을 나눴습니다. 현수막을 건 분들은 굉장히 뿌듯했을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김 지사가 항소 의지를 밝히면서, 재판 결과는 언제든지 뒤집힐 가능성이 있어 이분들이 계속 웃을 수 있을지 2심 재판을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도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뒤집히면서 법정 구속됐습니다. 안 전 지사의 모습은 어땠나요?

-네, 안 전 지사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터라, 항소심도 비슷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김지은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징역 3년 6월의 실형과 함께 법정 구속했습니다. 안 전 지사도 이를 예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날 항소심에 출석하면서 아무런 말도 없이 무거운 표정으로 들어갔습니다. 안 전 지사는 재판장의 선고 후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피해자 측에서는 환호가 터졌습니다.

-안 전 지사는 호송차로 이송되는 과정에서도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표정은 침울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이날 안 전 지사가 붉은색 목도리를 했었는데요, 그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피해자 김 씨도 안 전 지사 구속 후 변호인을 통해 입장을 밝혔죠.

-네, 김 씨는 변호사를 통해 "안희정과 분리된 세상에서 살게 됐다. 길지 않은 시간이겠지만, 그 분리가 제게는 단절을 의미한다. 화형대에 올려져 불길 속 마녀로 살아야 했던 고통스러운 지난 시간과의 작별"이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김 씨는 또 "이제 진실을 어떻게 밝힐지, 어떻게 거짓과 싸워 이길지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더 고민하려 한다. 말했으나 외면당했던,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고 저의 재판을 지켜본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미약하지만,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해피 조선 발언 이후 사표를 제출, 전 보좌관이 됐다. 김 전 보좌관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강연하는 모습.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김현철 '해피 조선'발언에 뿔난 청년들 "탈조선 해야 하는 거냐"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겸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결국 사의를 표하고 청와대를 떠났습니다. "헬조선이라고 하지마라. 아세안 국가에서 여기를 보면 '해피 조선'"이라는 말이 화근이었습니다. 청년 정치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논란은 김 보좌관이 제출한 사표가 수리되며 일단락됐지만, 2030 청년 정치인들은 아직도 이에 대해 격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먼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청년 정치인들은 청와대 핵심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에는 "공감할 수 없다"고 했지만, 청와대에 '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며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했습니다.

-한국당 청년 정치인들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과 연관시켰는데요, 당 색에 맞게 소득주도성장 폐기, 자유시장경제를 유독 강조했습니다. 또, "운동권 세대가 '꼰대'"라며 김 보좌관의 발언을 두고 '꼰대발언'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반면, 정의당·바른미래당은 이에 대해 "과거 정권과 뭐가 다르냐"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청년층을 단순히 '숫자'로 본 것 아니냐는 따끔한 충고도 있었고, 근본적인 세대교체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해피 조선'이 되려면 '탈 조선' 해야 하는 거냐"는 강도 센 비판도 있었습니다. 특히 이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동 발언'과 유사하다는 의견이 주목할 만 합니다.

-'중동 발언'이요? 예전에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어떤 발언이었죠?

-"대한민국에 청년들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 진출을 하라"는 말이었는데요.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3월 중동 순방 후 이런 발언을 해 당시 야당과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었습니다. 당시 제1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간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민주당이 김 전 보좌관에 발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습니다. 민주당 정당대회에서 청년 최고위원이라고 나선 국회의원 2명에게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두 의원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청년 정치인의 생각도 들어보고 싶었는데, 정말 아쉽더군요.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임현경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플러스팀),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이선화 기자, 남용희 기자, 김세정 기자 (이상 사진영상기획부)

imaro@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