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김경수 '배후' 밝혀라"…文대통령 겨냥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법원이 댓글 조작 연루 혐의를 받은 김경수 경상남도지사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정치권에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의 '정당성'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 귀추가 주목된다.
30일 김 지사에 대한 1심 선고 후 정치권은 술렁였다. 김 지사가 여권의 핵심 인사인 데다 이번 의혹이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김 지사가 무죄를 받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야권에서도 '유죄가 나올지 몰랐다'는 분위기였다.
◆野 "김경수 '배후' 밝혀라… 대선 정당성 의혹 거세져"
판결 직후 야당은 즉각 맹비난에 나섰다. 특히 문 대통령의 댓글 조작 인지와 연루 여부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지사가 댓글로 대선 여론을 조작하고 여론조작의 대가로 인사를 약속한 것은 민주주의를 유린한 중대 범죄"라고 비판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대선 결과의 정당성에 대한 국민적인 의혹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표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또한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최측근인 김 지사의 댓글 조작 개입을 인지하고 관여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다. 이에 대한 사법적 판단도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김 지사를 '민주주의 파괴자'라고 비판하며 "이제 시작이다. 김경수의 '진짜 배후'를 밝혀라"고 '윗선' 존재 가능성을 제기했다. 문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김 대변인은 또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불법 여론조작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라"며 "불법 여론조작사건에 '관용'과 '성역'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19대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대선 후보나 관계자들도 김 지사의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국당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30일) 여의도 더케이 타워에서 열린 출마 기자회견에서 "간간이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김 지사가) 문재인 당시 후보에게 보고했다. 문재인 후보가 찍어주는 좌표를 전달하고 그 댓글 여론을 바꾸게 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그 사건이 확정된다고 하면 (문재인) 후보의 문제도 될 것"이라고 했다.
당시 국민의당 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의 측근 김철근 전 대변인도 '김경수 대선 여론조작 진상규명을 위한 바른미래당 당원모임 '이름으로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김 지사가 누구의 지시를 받고 대선 댓글 조작을 기획하고 보고했는지 규명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전 대변인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지지율 40%로 1위를 넘나들던 안철수 후보가 이들의 댓글 여론조작과 대대적인 가짜뉴스 공격으로 최대 피해자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국민의 의사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민주주의 파괴행위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與 "보복성 판결…불복 프레임 단연코 반대" 文대통령은 '침묵'
여권에선 김 지사에 대한 판결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등에 대한 '보복성 판결'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김 지사 판결 관련 논의에 나섰다.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박주민 최고위원은 "(1심을 선고한) 성창호 부장판사의 경력 등에서 정치적 배경을 의심할 요소가 충분하다"며 "양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 판사를 했고, 상당한 측근으로 볼 수 있는 사람으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차장 공소장에도 사법농단에 관여했다고 적시된 부분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특별위원회까지 만들어 이번 일에 대응하기로 했다.
야권의 대선 불복 목소리와 관련해 홍영표 원내대표는 "동의할 수 없다. 사법적 결과에 기초했을 때 대선 불복 프레임에 단연코 반대한다"면서 "아울러 이번 사법부 판단을 100%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대선 불복 프레임의 명분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청와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단 메시지를 통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판결"이라며 "최종 판결까지 차분하게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번 판결에 대한 문 대통령 입장은 없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판결이 나온 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에게) 보고를 드렸다"며 "대통령은 특별한 말씀이 없었다"고 했다.
또 "야권에서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댓글 조작을 인지하고 관여했는지, 지난 대선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는 물음에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정치평론가 "대선 정당성 얘기하기엔 아직 무리"
이번 사안에 대해 야권은 추후 문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 야권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지사가 직접 그런 일에 공범으로 관여했단 건 문 대통령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단 얘기"라며 "야당이 절대 묵과하고 넘어가긴 어려운 사안 같다. 대선 자체를 인정하기가 어려운 것이고 정말 심하면 '탄핵' 얘기까지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진 대선 정당성을 논하기엔 무리라는 견해가 우세한 것으로 관측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예를 들어 부정 투·개표를 했다고 하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댓글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며 "지난 대선이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얘기하기엔 무리가 있을 거란 생각"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역시 "아직까지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대선 정당성까지 거론하긴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황 정치평론가는 "야당 입장에선 일단 대선 과정에서 김경수 지휘하에 드루킹이 (댓글 조작을) 해 1심에서 법정 구속된 상태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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