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응어리 녹여주고 싶다"…심석희, 초록목도리 착용 독일 출국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김정숙 여사가 성폭행 사실을 공개한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를 격려하고 위로했다.
심석희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은 27일 "지난 24일 영부인이 비서관을 통해 심석희 선수에게 편지와 초록색 머플러를 보내왔고, 심석희는 26일 오후 감사하다는 내용의 답장을 영부인께 보냈다"고 밝혔다.
심 선수 측 변호인이 공개한 김 여사의 편지에는 "긴 시간 동안 혼자 아파하며 혼자 눈물 흘리며 속으로만 담아두었을 고통의 응어리를 녹여주고 싶다"고 적혔다.
김 여사는 또 "빙상 위에서, 빙상 밖에서,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없이 넘어지고 수없이 일어서면서 얼마나 아팠을까"라며 "오랜 시간 혼자 고통을 견디던 방에서 걸어 나오면서 꿈을 향해 달려온 길을 더 이상 못 가게 될까 봐 얼마나 겁이 났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들과 이 사회의 내일을 위해 용기를 내줘 고맙다"고 위로와 함께 격려했다.
영부인은 편지와 함께 심 선수에게 초록색 목도리도 선물했다. 김 여사는 "초록은 겨울을 딛고 일어나 봄을 만든다. 석희 씨가 희망이 돼 줘 봄이 더 빨리 올 것이다"고 전했다. 심 선수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초록이라고 한다.
심 선수도 김 여사의 위로와 격려에 답장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운동선수 이전에 심석희라는 한 사람으로서, 한 여자로서 큰 용기를 냈습니다. 오랜 시간을 혼자 견뎌왔던 것은 외로움과 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라고 그동안의 고통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힘들었을 저를 헤아려주시고 보듬어 주시려 하는 마음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또한, 어딘가에서 또 힘든 시간을 외롭게 견디고 있을 분들에게 저도 큰 힘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라며 "아직은 출구가 잘 보이지 않지만, 따뜻한 영부인님의 응원에 힘입어 차분히 잘 찾아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더욱 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심 선수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월드컵 5차대회에 출전을 위해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이날 출국했다. 특히 심 선수는 검은색 마스크와 함께 김 여사가 선물한 초록색 목도리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