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원 지역구에선] 마포을 국회의원은 손혜원? 정청래? <하>

손혜원 의원이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가운데, 지역구에서는 손 의원보다 정청래 전 의원의 영향력이 더 큰 것 같았다. 사진은 손 의원 당시 탈당 기자회견의 모습과 정 전 의원(왼쪽 위)의 모습. /국회=배정한 기자

☞<상>편에서 계속

여러분의 손으로 직접 뽑은 그 국회의원은 잘하고 있습니까. 2016년 4월 총선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2020년 21대 총선을 준비할 때가 됐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시간이 가도 여전히 당파싸움에 제 기능을 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이런 꼴을 보려고 국회의원을 뽑지는 않았는데 말이지요. 우리를 대신해서 정치를 해달라고 했는데 혹시 민심은 외면한 채 자신의 정치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신지요. <더팩트>는 화제와 이슈의 국회의원 지역구를 찾아 '풀뿌리 민심'을 듣는 '그 의원 지역구에선'을 연재합니다. 모든 시민을 만날 수 없겠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유권자를 만나 '우리 의원님'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들어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정청래 아바타? vs 지역상권 위해 노력

[더팩트ㅣ마포=박재우·문혜현 기자] 손혜원 의원이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에서 돌연 탈당했다. 17일 손혜원 의원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서 1차 취재를 마친 상황에서 손 의원 '탈당'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더팩트> 취재진은 21일 손 의원의 지역구를 다시 찾았다. 첫 방문 이후 손 의원의 목포 소재 부동산은 9채에서 29채로 늘어났고, 다른 각종 의혹들도 보도됐다.

"혹시 제가 목포에 후보로 나올 것이라는 그런 질문 없습니까? 누가 하시면 제가 대답해 드릴게요."

손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셀프' 질의응답을 했다. 그러면서 차기 총선에 불출마할 것을 밝혔다. 국회의원이 된 이유에 대해서는 "정치를 하려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들어왔다"고 지지자들에게 결집을 호소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러한 발언들로 지역구 관리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지역구 국회의원이 됐고, 자신의 지역구보다 목포에 대한 관심이 더 큰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왜 굳이 남의 지역구에 가서 땅을 샀느냐'라는 불만부터 나왔다.

마포을 선거구를 다시 찾은 취재진이 동교동에서 만난 30대 청년은 손 의원의 탈당 소식에도 불구하고 "지역구 챙기지 않고 다른 곳에서 부동산 투기나 한 것 아니냐"며 "지역구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망원시장에서 만난 70대 어르신은 "지역구에 있어야 할 사람이 남의 지역에서 집을 20채씩 샀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 같이 돈 없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보인다. 의원직 사퇴해야 한다"고 자신의 심정을 표현했다.

취재진이 다시 찾은 가게들은 손 의원 탈당 소식에도 담담해 보였다. 첫 방문부터 손 의원 부동산 투기 의혹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이들은 기성 정치인들과 비슷한 행보라는 점에서 탈당, 불출마 선언을 믿지 못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는 '또 오셨냐'며 취재진을 알아봤다. 그는 손 의원 탈당 소식에 대해 "정치가 다 뭐 그런 것 아니겠느냐"며 "뭔가 자기 속셈이 있는 것 같다. 진짜 반성해서 민주당을 탈당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부동산 자영업자는 손 의원의 총선 불출마 소식에는 "그걸 어떻게 알겠느냐"며 "정치인들 솔직히 한두 번 그런 것도 아니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반면, 손 의원을 전적으로 응원하는 카페 주인도 있었다. 손 의원은 꾸준히 이 가게를 찾아 커피를 즐긴다고 한다. 최근 한 달 동안 연이은 구설로 바빴는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 카페 주인은 손 의원에 대해 "좋은 손님이다. 사람 참 좋으시다"며 지역구 활동에 대해서는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주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목포 부동산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저는 그분을 믿는다"며 "요즘은 뭔가 오해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더팩트> 취재진이 찾은 손 의원의 단골 가게 카페 주인은 손 의원에 대한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손혜원 의원 홈페이지

그렇게 민심 탐방을 하던 도중 뜻밖의 이름이 나왔다. 정청래 전 의원이었다. 지역구 활동에 대해서는 손 의원보다 정 전 의원 이름이 더 자주 나오는 것 같았다.

시장에서 채소를 팔고 있는 50대 여성 자영업자는 "우린 손 의원 별로 안 좋아한다"며 "지역구 구민들하고 친해지려는 노력은 하나도 안 한다"고 불평했다. 반면 "정 전 의원은 안다. 정 전 의원은 이웃집 아저씨 같다"며 "나는 민주당 지지자는 아닌데 정 전 의원만큼은 꼭 찍는다"고 칭찬했다.

철물점을 운영하는 60대 남성 자영업자는 손 의원에 대해 "지역적으로 타고난 국회의원이 아니다"라며 "정 전 의원이 뒤에 앉아서 조종하고 있다고 소문 다 났다"고 평가했다. 부정적인 의미로 말했지만, 지역구는 정 전 의원이 관리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야당 출신 마포 정치인 또한 비슷한 말을 했다. 야당 전직 지역위원장이었던 그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손 의원은 사실 지역구 관리를 전혀 안 한다"며 "정청래 아바타라고 소문이 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 공천도 정 전 의원이 다 관여했고. 차기 총선에는 정 전 의원으로 교통정리가 됐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지역구민들은 손혜원 의원보다 정청래 전 의원이 지역구 관리를 더 잘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포=문혜현 기자

손 의원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 그의 뒤에는 정 전 의원의 도움이 있었다. 정 전 의원은 제20대 총선 당시 잦은 '막말'로 구설에 오르자, 김종인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마포을에서 컷오프됐다. 이에 비례대표 후보로 유력했던 손 의원이 자처해서 마포을 출마 의지를 표명했다. 정 전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않고, 손 의원을 도와 결국 당선시키는데 보탬이 됐다.

현재 정 전 의원은 손 의원의 후원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손 의원이 탈당하는 바람에 정 전 의원의 거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마 공석이 된 마포을 지역위원장직을 승계받을 가능성도 있다.

앞선 방문 시 정 전 의원은 손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 출근해 회의실에서 손님을 맞고 있었다. 직원에 따르면 자주 이곳으로 출근한다고 했다. 당시 미팅이 길어지는 바람에 취재진과 만남은 무산됐다. 혹시나 하고 다시 지역사무실을 찾았지만, 정 전 의원은 자리에 없었다.

취재진은 정 전 의원과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문자도 남겼지만, 답장이 없었다. 최근 손 의원의 일로 인해 일체 기자들의 연락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마포을 지역구 활동에 대해서는 손혜원 의원보다 정청래 전 의원 이름이 더 자주 나왔다. 특히 일부 지역민들 사이에선 정 전 의원이 사실상 지역을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손 의원과 정 전 의원의 지난 2016년 4월 20대 국회의원 총선 유세 당시. /더팩트DB

손 의원의 당적은 정리됐지만, 목포 부동산 투기 논란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관련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에 대해 손 의원이 고소하겠다고 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어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당 소속이었던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쇼'에서 손 의원에 대해 옹호하면서 "손 의원은 돈에 미친 게 아니라 문화에 미친 거다"며 "부동산 투기를 위해서 샀다기보다는 부동산 개발, 상업적 개발을 막고 문화 개발을 하고 싶었던 일종의 문화 알박기"라고 손 의원을 옹호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손 의원을 옹호하고 나섰지만, 논란은 계속 확산 중이다. 손 의원은 야권과 일부 비판여론을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여전히 SNS를 통해 자신과 관련한 의혹에 해명과 반박 그리고 경고를 이어가고 있다. 억울하다는 손 의원의 운신 폭이 좁아지는 상황에서 반전 카드로 민주당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는 자칭 문화 전문가이다. 문화에 조예가 깊다면 지역구 국회의원이 아니라 문화계 몫 비례 대표가 어땠을까. '손 의원은 원래 지역구를 잘 안 챙겨요'라는 일부 지역구민들의 아쉬운 목소리를 이렇게나마 거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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