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 탈당 과정서 의혹 확대…입만 열면 더 커지는 의혹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제 문제, 제 결백, 제 인생이 걸린 문제여서 당에 더 이상 부담주지 않고 제가 해결하겠다."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제기된 손혜원 의원은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탈당 및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직 사퇴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하지만 손 의원의 해명, 탈당 과정에서 의혹은 줄지 않고 증폭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배후 음모론을 거론하고, 최초 의혹 보도 매체, 건설사, 지역구 의원까지 끌어들여 검찰 조사를 같이 받자고 요구하며 스스로 의혹의 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당에도 민주당 부담은 그대로
민주당은 손 의원에게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보이며 탈당 효과가 무색한 상황이다. 지난 17일 긴급 최고위원회에서 손 의원의 결백 주장을 믿고, 조치를 보류한 민주당은 3일 만에 나온 손 의원 탈당 선언에 들러리로 전락했다. 손 의원 탈당 기자회견에 원내사령탑인 홍영표 원내대표가 함께 자리해 먼저 마이크를 잡고 "수차례 만류했다"고 지도부의 입장을 전했다.
한 초선 의원의 의혹으로 인한 탈당 선언에 원내대표가 함께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홍 원내대표가 손 의원의 호위무사처럼 비춰지며 민주당과 손 의원은 여전히 한 몸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손 의원도 "당적을 내려놓지만 (당원) 여러분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들이 곁에서 저를 도와주시고 힘을 주셔야 제가 광야에 나가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당장 손 의원 발언과 민주당 행보에서 공격 포인트를 찾은 야당은 21일 공세 수위를 높였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손 의원의 도덕적 오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지역구 목포)을 '배신의 아이콘'이라고 했는데, 손 의원이야말로 '오만방자의 아이콘'"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손 의원은 음모론의 희생자인 것처럼 동정심을 호소하고, 언론사 기자들을 향해 고소를 선포하며 후안무치·적반하장의 진수를 보여줬다"며 "원내대표와 동반한 탈당 기자회견은 아마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일 것이다. 어제(20일) 기자회견은 한마디로 손 의원이 행사한 초권력의 실체를 감추려는 정치적 거래였다"고 질타했다.
이어 "손 의원이 당당하다면 여당에게 촉구한다. 특검과 국정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법적 검토가 끝나는 대로 일단 검찰에 고발하고, 특검을 동시에 추진하겠다. 그렇게 당당하다면 못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손 의원 탈당에도 민주당은 여전히 야당 공세의 가시거리에 있는 셈이다.
손 의원이 '배신의 아이콘'으로 지목한 박지원 의원도 발끈했다. 손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21대 총선 목포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나는 총선에 안 나갈 거지만, 국민이 더 이상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배신의 아이콘인 노회한 정치인을 물리칠 방법이 있다면 그분 유세차에 함께 타겠다"고 했다. 이는 박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앞서 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SBS, 중흥건설, 아파트 조합 관련자들, 박지원 의원 검찰 조사 꼭 같이 받읍시다. 궁금한 게 많다"며 "저 같은 초선 의원 한 명만 밟으면 그 곳에 아파트 무난히 지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나"라고 목포 지역 관련자들까지 끌어들여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박 의원은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손 의원이 팩트를 잘못 알고 있다. 서산·온금 지역 재개발 사업은 맨 처음 25층 아파트를 유달산 자락에 건설하게 추진했다. 그런데 저는 분명하게 반대했다"며 "지금은 21층을 추진하는데 제가 반대한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반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늘어나는 적…'투기의 아이콘' 역공도
또한 박 의원은 "15채, 16채, 20채, 확인되지는 않지만, 29채로 보도가 된다면 그것을 투기라고 보지 않을 국민이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박물관을 만들려고 그랬다"는 손 의원의 해명에 대해서도 그는 "박물관을 만드는 것은 목포시, 목포시민들과 공론화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날 손 의원이 박 의원을 배신의 아이콘, 노회한 정치인으로 지목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박 의원은 "제가 손 의원을 배신한 게 아니라 손 의원이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사실을 얘기한 것뿐이다. 손 의원이야말로 부동산 '투기의 아이콘'이 된 것"이라며 "본인도 받겠다고 했고, 저랑 같이 검찰 수사를 받자, 필요하면 저도 부르시라"고 역공을 가했다.
정치평론가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손 의원이 (검찰 조사 대상자로) SBS, 중흥건설, 박 의원을 끌어들이는 것은 판을 키우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본인은 정당하고, 본인을 공격하는 사람은 뒤에 뭔가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 실장은 이어 "이렇게 하면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민주당이 야당이면 그런 프레임이 효과가 있을 수 있는데, 여당이다. 손 의원에 대해 사람들은 '투기다, 죄가 없다, 잘 모르겠다' 세 가지 판단 중 하나를 할 텐데, 스스로 판을 키우면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대관절 뭐 길래 저러냐'는 식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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