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판교 테크노밸리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깜짝 홍보'
[더팩트|분당=문혜현 기자] 쌀쌀한 겨울 날씨가 이어진 10일 판교 테크노밸리의 점심시간. 직장인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오가는 가운데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등장했다. '손다방'이라는 커피 트럭과 함께 나타난 손 대표는 '민심 녹차', '개혁 커피', '연동형 둥글레차', '비례대표 코코아' 등을 나눠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홍보했다.
지난달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단식을 9일 간 하기도 했던 손 대표는 이날 판교 주민, 직장인 등을 상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홍보에 나섰다. 이번 홍보 캠페인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호응도가 30대 이하에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는 당내 자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인천 부평을 시작으로 판교가 두 번째다.
이날 판교 테크노밸리 H스퀘어 인근에선 손 대표와 채이배, 이찬열 의원, 이준석 최고위원과 당 관계자들이 모여 연동형 비례대표제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한 쪽에 마련된 커피 트럭에서는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에게 무료로 음료를 나눠줬다.
손 대표는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이 신기술 혁명이다. 3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앞섰는데, 4차 산업혁명은 너무 처지는 것 아닌가"라며 "신기술 혁명, 새로운 차원에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판교에 왔다"고 밝혔다.
판교 테크노밸리는 손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조성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추진한 곳이기도 하다. 손 대표는 "판교 테크노밸리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며 "이 앞엔 개울이 흐르고, 평지가 있다. 첨단 산업 위주로 유치하고 친환경적으로 디자인했다. 판교 테크노밸리가 지난해에 77조원 매출을 올렸다고 하는데, 삼성·현대 다음이 판교 테크노밸리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손 대표는 최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청와대 행정관 논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사건을 언급하면서 "청와대가 모든 것을 다 쥐고 국회와 내각은 허수아비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여기 있는 IT·첨단 산업 관련 기업·직장인들은 다 안다. 지금 우리가 반도체로 먹고 살아가고 있는데, 어제 통계를 보니 반도체 영업이익이 38.4%나 뚝 떨어졌다"며 "반도체 하나로 경제를 유지하다 만약 반도체가 전 세계 시장 위축과 중국의 추격으로 위축된다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호소했다.
손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정책 기조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우리 경제 구조를 바꿔야 한다. 만나는 상인, 기업인, 시민 모두 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다"라며 "우리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바꾸자고 하는 것은 바른미래당 의석 몇 개를 늘리기 위함이 아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서 의회가 중심이 되는 정치, 내각이 제대로 기획하는 행정을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마이크를 든 이준석 최고위원은 '사표 방지'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장점을 부각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정치에서 다뤄야 할 문제가 많은데, 내 표가 사표가 될까봐 투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여러분이 원하는 정당이 더 많은 의석을 가질 수 있다. 이게 바로 민심을 반영하는 정치다. 대한민국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원하는 색깔대로 투표해야 한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이념화된 세대의 독선을 극복하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바른미래당 홍보 캠페인에는 많은 시민들이 몰렸다. 하지만 반응은 엇갈렸다. 대체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는 공감했지만 국회의원 증원에 대한 생각은 부정적이었다. 또 캠페인 자체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이도 있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행사를 지켜보던 50대 연구원 A 씨는 "홍보를 해야 안다"며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주요 쟁점인 국회의원 증원에 대해선 "반대한다. 줄였으면 좋겠다. 일을 많이 안 하는 것 같은데 너무 (숫자가) 많다"며 "세비를 반으로 줄이고, 그만큼 숫자를 늘리는 것은 괜찮을 것 같다. 세비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IT업계에 종사하는 40대 직장인 B 씨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제가 집권 여당을 지지했던 이유기도 하다"며 "내 표가 사표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당과 야당 중 유리한 쪽으로 밀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B 씨는 이어 "국회의원은 줄였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나라는 1인당 몇 십만 명을 대표하지 않나. 백만 명 단위에 한 명 정도가 대표해야 한다"며 "국회의원은 소수 의견까지 대변해야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큰 그룹을 대표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제조업에 종사자는 30대 남성 C 씨는 불편한 기색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뭔지는 아는데, 여기서 하면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시끄럽겠나"라며 "소중한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인데 문화생활 하는 중도 아니고 이렇게 강제적으로 하는 것은 소음이라고 생각한다"고 행사 자체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C 씨는 국회의원 증원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그는 "굳이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지금도 놀면서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바른미래당의 홍보 캠페인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처음 알게 된 이도 있었다. 개발자인 20대 D 씨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방금 알았다"며 "국회의원 수를 늘려도 다른 것들이 바뀌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래서 반대다. 솔직히 국회의원 인식이 안 좋지 않냐"고 반문했다.
손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5당 합의에서 10% 이내로 의원 숫자를 늘릴 수 있다고 합의했다. 때문에 아직은 플랜 B를 세우지 않고 최선을 다해 캠페인을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기자가 만난 시민들의 생각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논의하는 정치권의 견해는 '엇박자'를 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