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직접 소통 선호, 기성 언론 향한 회의감도 한몫
[더팩트ㅣ임현경 기자] 바야흐로 '유튜브 정치'의 시대가 도래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주요 정치인사들은 여의도에서 가상 현실 속 서버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3일 '유시민의 알릴레오' 예고편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유튜브 진출을 선언했다. 영상이 게시된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은 1만 명을 밑돌았던 구독자 수가 하루만에 10만 명을 돌파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유튜브 스타로 떠오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TV홍카콜라' 채널은 구독자수 18만 명을 넘어섰다. 영상당 조회수도 최대 40만 이상에 달할만큼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민주당은 채널 '씀'을 통해, 한국당은 채널 '오른소리'를 통해 각각 유튜브에서 영상 콘텐츠를 생산·유포하고 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박용진 민주당 의원 등은 정책이나 법안을 홍보하는 개인 채널도 운영 중이다. 정치권에서 이토록 유튜브 활동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 '소통' 갈증 충족…높은 접근성에 노년층도 쉽게 이용
유튜브의 최대 장점은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스마트폰 이용률과 대중교통은 물론 각종 편의시설에 와이파이망이 보급된 환경 덕에, 인터넷만 연결돼 있다면 시공간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유튜브는 회원가입이나 로그인 없이도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령 불문 높은 접근성을 갖는다. 지상파나 종편, 케이블 방송 콘텐츠의 경우 POOQ, Tving 등의 플랫폼을 통해 시청이 가능하지만, 회원가입이 필요하고 때론 별도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은 콘텐츠 제작자가 실시간으로 시청자의 댓글을 확인하고 이를 반영해 소통할 수 있으며, 시청자는 댓글을 작성하고 후원금을 지불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콘텐츠 공급자와 수요자 간에 양방 소통이 이뤄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유튜브의 특성이 정치적 측면에서 '소통에 목마른' 대중들의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분석했다. 최재용 한국1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트렌드 자체가 페이스북에서 유튜브로 옮겨갔다"며 "지난 선거 때 여당이 SNS를 이용한 마케팅으로 많은 표를 얻은 뒤 자극을 받은 보수세력이 유튜브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봤다.
최 회장은 "연세가 있는 분들도 1인 미디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당장 지하철에서도 노년층이 이동 중 뭘 하고 있나 살펴보면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며 "유튜브에서 무료로 음악을 듣고 콘텐츠를 감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사 뉴스도 유튜브를 통해 접하게 된 것"이라 설명했다. 또한 "기존 언론이 다루지 않는 부분들에 갈증이 있는 상황에서, 유튜브 콘텐츠는 진실 여부와 별개로 그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황태순TV'을 운영하고 있는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천편일률적인 보도에 지친 국민들이 대안으로 유튜브 방송을 찾는 것"이라며 "유튜브는 시사·정치 분야에서 기성 언론을 위협하는 유력한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규재, 조갑제, 황장수 등의 인물이 유튜브를 통해 현 정권에 불만을 가진 이들의 숨통을 트게 했다"며 "인기를 끌자 진보 논객들이 후발주자로 나섰다. 유시민 같은 경우 '썰전', '알쓸신잡' 등의 방송에 출연하며 대중 지명도가 높아진 상황을 바탕으로 현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겠다고 나온 것"이라 평가했다.
황 평론가는 "정치권에서도 기본 방송으로는 국민들과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어렵다보니 P2P(Person to Person, 개인 대 개인) 형태로 대화가 가능한 플랫폼으로 몰리는 것"이라며 "그만큼 정치가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고 봐야할 것"이라 부연했다.
◆ 가짜뉴스의 달콤한 유혹…현실적으로 제재 어려워
일각에서는 유튜브의 '자유'를 두고 우려하기도 한다. 구글에서 운영하는 유튜브는 미국에 서버를 두고 있어, 국내법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청소년에게 유해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는 물론 정치 이념에 따라 근거 없이 기정사실화되는 가짜뉴스를 제재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미비하다.
앞서 민주당 가짜뉴스대책특별위원회는 지난해 10월 15일 구글코리아에 허위조작 콘텐츠(가짜뉴스)에 대한 삭제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바 있다. 해당 위원회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SNS상에서의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가짜뉴스 확산을 묵과할 수 없다"고 언급한 지난해 10월 2일 설치된 기구다.
박광온 민주당 가짜뉴스대책특위 위원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구글코리아는 '위반콘텐츠는 없다'고 답했다"며 "구글 유튜브의 허위조작 정보로 인한 개인·사회적 폐해를 외면하는 대응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또한 "과연 구글은 현지 법률을 준수한다는 구글 자체 원칙과 약관, 가이드라인에 충실했는지 문제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최재용 한국1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은 "가짜뉴스 양산 가능성은 염려되는 부분"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차도 유튜브상 가짜뉴스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제재를 하지는 못한다. 미국 본사에서 요청을 거부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유튜브 관련 심의 규정과 절차에 대해 "특정 콘텐츠가 국내법을 명백히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국내 이용자 접속 차단을 통해 시정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서버를 우회해서 접속하는 국내 이용자까지는 막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구글과의 자율협정규약에 의해 논의를 거쳐 완전히 콘텐츠를 삭제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도 "가짜뉴스의 경우 '가짜'라는 개념 자체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고 다툼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개별 건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뉴스 당사자나 법률대리인이 직접 심의위에 신고를 한다면 관련 절차가 진행된다"며 "다만, 미국에서 명예훼손은 형사가 아닌 민사의 영역으로 간주된다. 실제로 국내법상 명예훼손이 성립하느냐도 각 건마다 세부적으로 다르게 봐야할 것"이라 덧붙였다.
유튜브에게 밀려난 기성 언론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관점도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유튜브는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 하는 얘기들을 마구 생산해내는 측면이 있으나 이것은 시장 원리에 의해 1~2년 내에 정리될 것이라 본다"며 "그보단 자극적이고 비정상적인 콘텐츠에 환호하는 병리적 현상 자체를 봐야 하며, 기성 언론들도 왜 대중에게 외면당하는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