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신재민 "靑 차영환 비서관이 외압…내가 담당자"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개입 의혹과 적자국채 발행 압력 등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역삼동=이덕인 기자

"적자국채 미발행 보도자료 취소, 들은 얘기아니다" 추가 폭로

[더팩트ㅣ역삼동=이원석 기자] 2일 강남구 역삼동 모처, 40석이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취재진이 가득 찼다. 청와대가 지난 박근혜 정부의 국가채무비율을 높이기 위해 적자국채 발행을 압박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긴급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었다

곧 신 전 사무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졌고, 신 전 사무관은 카메라 앞이 익숙하지 않은 듯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세로줄 체크 남방에 검은색 자켓을 입은 그의 몰골은 다소 추레했다. 그는 며칠간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말하며 엷게 웃었다. 이어 그는 떨린 목소리로 "원고 없이 라이브로 할 예정이다. 부족해도 이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계속해서 취재진이 사진을 찍자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 듯 "회견을 하는 동안 촬영을 계속하는 거냐"고 되묻기도 했다.

많은 취재진 앞에서 신재민 전 사무관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덕인 기자

신 전 사무관은 본격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먼저 자신이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 대해 "먹고 살기 위해서 (유튜브) 영상을 찍은 것이 아니다. 공직에 있던 동안 부당했던 것을 남기지 않으면 다른 일을 할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신 전 사무관은 자신의 고발과 관련 기획재정부가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적자) 국채 관련해 총리 보고만 4번 들어갔다. 내가 담당자였다"며 "사건의 전말에 대해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세 명밖에 안 남았다. 내가 제대로 된 사실관계를 모른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힘줘 말했다.

또, 신 전 사무관은 "공익제보자가 숨어다니고 사회에서 매장당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공익제보자가 사회에서 인정받고, 즐겁게 제보하고 유쾌하게 동영상을 남기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며 "그런 진정성이 의심받을 정도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지는 몰랐다"고 했다. 신 전 사무관은 한마디를 마칠 때마다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역시 극도의 긴장으로 인해 나오는 행동으로 보였다.

신재민 전 사무관은 본인이 해당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기재부가 주장하는 것에 대해 (적자) 국채 관련해 총리 보고만 4번 들어갔다. 내가 담당자였다고 강조했다. /이덕인 기자

그러면서도 신 전 사무관은 당당해 보이려는 모습이었다. 그는 "기자들과 접근을 피하기 위해 모텔 등에서 칩거 중이지만 앞으론 당당하게 취재에도 응하겠다"며 "저는 어떤 이익 집단, 정치 집단과도 연결돼 있지 않다. 이 나라의 행정 조직이 나아지길 바라면서 한 행동이었다"고 했다.

신 전 사무관은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도 진행자는 최대한 시간을 짧게 줄이려는 듯했지만 신 전 사무관 본인은 길게 해도 상관없다는 눈치였다.

그는 질의응답에서도 재차 이번 폭로가 어디서 들은 내용이 아닌 자신이 직접 겪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신 전 사무관은 "내가 (어디선가) 들었다고 하는 건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한테 들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경우에도 내 옆에 청와대 쪽과 과장, 국장이 통화하고 있었고 통화를 끊고 부당한 지시를 받으면 하는 행동들이 보였다"고 했다. 그는 거듭 "제가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아울러 신 전 사무관은 차영환 당시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이 적자국채 발행을 하지 않기로 한 보도자료를 취소하라고 전화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그는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말자고 결론을 냈는데, 이후 청와대에서 (기재부) 과장,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자료를 취소하라고 했다"며 "12월 발행 계획이 보도자료 엠바고가 잡혀 있었는데, 과장이 차 비서관에게 전화를 받은 이후 몇몇 기자들에게 '기사 내리면 안 되겠냐'고 했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신재민 전 사무관을 고발할 계획이다. 신 전 사무관은 이에 대해서도 이날 성실히 임하겠다고 담담하게 입장을 밝혔다. /이덕인 기자

마지막으로 신 전 사무관은 "저로 인해서 또 다른 공익신고자가 나왔으면 좋겠다"라며 "신재민이 고발당해 법적 절차를 밟고 사회적으로 안 좋게 되면 어느 누가 용기를 내겠나"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재부에서 일하다 그만둔 신 전 사무관은 지난달 개인 유튜브 채널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기재부와 청와대가 KT&G 백복인 사장의 연임을 막으려 하고 적자국채 발행 외압을 넣었다는 등의 내용을 폭로해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앞서 기재부는 이날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다는 계획이다. 신 전 사무관은 이에 대해서도 "검찰 고발에 있어선 성실히 임하겠다"고 담담히 밝혔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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