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저물어 간다. 올해 정치권에선 많은 이슈가 있었다. 이 중 해결된 것도 있고, 연말까지 풀지 못한 숙제도 있다. 국회를 주도하는 교섭단체 3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은 올해 활동을 어떻게 평가할까. 각 당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중장기 전략과 정책 등을 수립하는 정당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싱크탱크 수장에 물었다. 한국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원장 김선동)은 연말·연초 바쁜 일정을 이유로 답변을 거부해 민주당·바른미래당 싱크탱크 수장의 인터뷰를 차례로 싣는다. <편집자 주>
국회 교섭단체 싱크탱크 수장이 바라본 2018년
[더팩트ㅣ여의도=허주열 기자] "지역 간 거리가 멀까요, 세대·성별 간 거리가 멀까요. 이제는 후자가 더 멀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지역에 기초한 소선거구제로는 20대와 다른 세대, 남성과 여성의 다른 목소리를 대변할 수 없습니다."
홍경준 바른미래당 바른미래연구원장에게 <더팩트>가 바른미래당과 정부의 올 한해 활동을 정리하고 평가하는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답변 대부분은 '선거제도 개혁', '정치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 부분이 바뀌지 않으면 내년에도 올해 같은 답답한 정치가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역 간 거리보다 큰 세대·성별 간 거리
홍 원장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인 '저녁이 있는 삶'을 설계한 사회복지 전문가로 오래전부터 손 대표와 인연을 맺어왔다. 하지만 정치인은 아니다. 그는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을 맡고 있는 학자로 지난 10월 바른미래연구원 수장으로 영입됐다.
그래서일까, 지난 28일 오후 <더팩트>와 만난 홍 원장은 올해 한국 정치와 바른미래당의 행보에 대해 냉철한 평가를 내놨다. 잘한 부분은 칭찬했고, 부족한 면은 대안까지 제시하며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먼저 인터뷰 전날 열렸던 올해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이날 본회의에선 83개 법안이 통과됐지만, 유치원 3법, 상법개정안 등 다수 민생·개혁 법안은 처리되지 못했다. 홍 원장은 현재 선거, 정치제도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 했다.
홍 원장은 "유치원법은 결국 최대 330일가량 걸리는 패스트트랙으로 가게 됐다. 이를 일부 언론에서는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 판정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며 "한유총 회원 수는 전체 국민의 0.008%에 불과한데, 이들이 국민을 상대로 판정승을 거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1차적 책임은 발목을 잡은 자유한국당에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조직화된 소수 이익집단의 힘이 조직화되지 않은 유권자보다 강하게 국회에 반영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해외에서도 소선거구제 시스템에선 조직화된 이익집단에 밉보이면 당선이 어려워 의원들이 끌려가는 면이 있는데, 결국 선거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원장은 원내 제3당이지만 올해 존재감을 크게 보이지 못한 바른미래당의 행보에 대해서도 냉정히 평가했다. 지난 2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통합으로 만들어진 바른미래당은 리얼미터의 12월 넷째 주 여론조사에서 8.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올 초 바른정당 지지율은 6%, 국민의당 지지율은 5%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합 시너지가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홍 원장은 "정체성, 가치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이 부분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도 부족했다"며 "결국, 바른미래당의 부족함을 보여준 것이다. 다만 한편으로는 거대 양당(민주당·한국당)의 독점체제가 강해 제3당이 지지를 얻기 어려운 구조적 측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 활동에 대해선 지지하지만,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홍 원장은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며 "북핵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한 점은 높게 평가하고 지지하지만, 과정에선 비핵화와 관련한 만족할 만한 성과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비핵화의 첫걸음은 '핵 리스트' 작성인데, 이것도 안 됐다"며 "긴 호흡으로 북핵문제 해결을 추진하며 치밀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주변국과의 공조가 필수인 만큼 단기간 성과에 치중하지 않고,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신중히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선 아쉬운 대목과 개선책을 함께 제시했다. 홍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성장과 분배를 망라한 종합세트"라며 "소득주도성장 부분만 부각된 측면이 있는데, 다양한 정책 패키지가 동시에 진행되지 못하고 최저인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등 일부만 시행돼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부분 입법화 과정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입법화 과정에서 각 정당의 이해관계 차이에 따른 구조적 어려움도 있었다. 과감한 구조, 규제, 노동 개혁을 통해 시장과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협치와 타협으로 국회가 받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홍 원장은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강력히 호소했다. 그는 "100%가 만족하는 진리인 정책은 없다. 정책은 진리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일리를 추구해야 한다"며 "이해관계가 다른 이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타협이 불가피한데, 우리 정치는 그게 원활하지 않아 국민 불신이 커졌고, 거대 양당은 이에 편승해 '적대적 공생'을 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국회의 모든 문제를 선거제도 때문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이 선거제도의 문제와 관련이 있고, 이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대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한 구체적 방안을 만들고,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세비·특권 묶고, 의원 수 늘려야"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 당의 입장과 별개로 개인적인 견해도 내놨다. 그는 "최근 연구원 자체 여론조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해 국민들은 과도한 세비와 특권을 가진 국회의원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반대하는 이가 많았다"며 "다만 찬성하는 이(40%)에게 국회의원 정수에 대해 물었더니 400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국회의원을 500~600명으로 늘리고, 대신 예산은 총액예산제로 묶은 뒤 인상은 최저임금위원회처럼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해 독립적 기구에서 결정하는 방식으로 하면 그만큼 특권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로스쿨이 만들어지고 변호사가 늘어나 일반인이 법을 더 가까이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좀 더 적극적으로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20대 남성의 경우 정치적 대변자가 없다"며 "지금과 같이 지역에 기초한 소선거구제가 민의를 잘 대변한다는데, 지역은 대변하지만 세대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지역과의 거리보다 세대별 거리가 더 커졌고, 이들의 정치적 욕구를 해소할 방법은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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