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저물어 간다. 올해 정치권에선 많은 이슈가 있었다. 이 중 해결된 것도 있고, 연말까지 풀지 못한 숙제도 있다. 국회를 주도하는 교섭단체 3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은 올해 활동을 어떻게 평가할까. 각 당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중장기 전략과 정책 등을 수립하는 정당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싱크탱크 수장에 물었다. 한국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원장 김선동)은 연말·연초 바쁜 일정을 이유로 답변을 거부해 민주당·바른미래당 싱크탱크 수장의 인터뷰를 차례로 싣는다. <편집자 주>
국회 교섭단체 싱크탱크 수장이 분석한 2018년
[더팩트ㅣ여의도=허주열 기자] "축구로 비유하면 남북관계 개선으로 득점했지만, 경제분야에서 실점을 많이 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은 2018년 민주당을 이렇게 평가했다. 축구라는 쉬운 예를 들었지만, 날카로운 평가가 아닐 수 없다.
정부와 민주당의 정책을 평가하고 정당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싱크탱크 수장인 김 원장의 평가엔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은 통하지 않았다. 올 겨울 가장 추웠던 28일 오전 <더팩트>와 서울 여의도에 있는 연구원에서 만난 김 원장은 약 1시간 동안 민주당의 2018년 행보에 대한 날카로운 자평을 내놨다. 잘한 것도 있지만 부족한 점도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준비 중인 대안까지 설명했다. 지지율 고공행진이라는 온탕에서 출발해서 점점 온기를 잃어간 민주당의 지난 1년에 대해 주요 사안별로 그에게 물었다.
◆"당정에 대한 국민의 자부심·기대치 낮아졌다"
연초 50%가 넘는 정당 지지율을 기록했던 민주당은 리얼미터의 12월 넷째 주 여론조사에서 36.3%까지 지지율이 떨어졌다(tbs 의뢰, 24·26일 조사, 응답자 전국 성인 1003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여론과 정치를 따로 떼놓을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뼈아픈 대목이다.
김 원장은 "그간 지지율이 너무 높았던 측면도 있지만, 뼈아픈 게 사실이다. 축구로 비유하면 남북관계 개선으로 득점했지만 경제분야에서 실점을 많이 했다"며 "여기에 정치적 공방과 각종 사건·사고가 지지율 하강을 부추겼다. 근본적으로는 촛불민심을 바탕으로 한 정권이라는 국민의 자부심과 기대치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내부적으로는 어느 시점에서는 대통령은 40%대 중반, 당은 30%대 중반으로 조정되는 시기가 오지 않겠느냐는 논의가 몇 개월 전부터 있었다. 현재 지지율은 자연스러운 하강과 역대 정부 평균치에 해당한다"며 "경제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와 올해 추진한 정책들이 내년 초쯤 효과가 나타나면 어느 정도 선에서 저지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지만 이런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경우 지난 6.13지방선거 때와 같은 압도적 승리를 다음 선거(2020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맛볼 수 없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 원장은 민주당도 이를 자각, 대비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와 여당에게 국정은 잘하는 게 기본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뽑힌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도 잘해줘야 한다"며 "잡음이 나오지 않아야 하고, 실수도 하면 안 된다. 이런 점을 인지하고 내년부터는 초선이 많은 지방의원들에 대한 교육, 규율 강화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외교서 '득점'하고 경제서 '대량 실점'
당·정이 올해 가장 두각을 나타낸 분야는 외교 분야다. 3차례 남북정상회담,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가 평화 국면으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반면 일각에선 북핵 폐기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지며 실속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김 원장은 남북관계 개선 만큼은 기대 이상의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올해 남북관계의 진전을 보면 '좋아졌다'고 이야기할 수준을 뛰어 넘는다"며 "'한반도 정치'가 '한반도 대정치'로 가는 기틀을 마련했고, 국제적으로 불가측성이 큰 트럼프 리스크가 지속된 가운데 유일하게 한미관계는 흔들림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 분야는 일 년 내내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700만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셌고,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은 기업과 더 일하고 싶은 근로자의 지탄 대상이 됐다. 이 대목에선 김 원장도 아쉬움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처음부터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세 가지를 아우른 포용성장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의견이 연구원에서도 있었다"며 "3대 경제 기조를 균형 있게 전략적으로 진행했으면 좀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다만 김 원장은 "사실 재벌개혁이 일정한 성과를 내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자영업자에 대한 보완대책이 동시에 진행됐다면 최상이었을 텐데 국회 사정 때문에 잘 안 된 면도 있다"며 "정책의 종합적 시행이 당초 계획대로 되지 않은 면이 아쉽지만 문제점을 알고 2기 경제팀이 속도 조절에 나선 만큼 내년 상반기에 재정 집행을 집중하고, 당·청이 협력해 나가면 하반기쯤에는 구조적 전환과 함께 경제가 나아진 것 같다는 심리적 전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지부진했던 사법 개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원장은 "전체적으로 사법 개혁은 아쉬운 면이 많았다"며 "현재 문제 극복이 먼저여서 연구원에서도 사법농단을 독립적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특별판사제 도입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검·경수사권 조정 등을 함께 추진할 것을 제안했는데 잘 안 됐다"고 했다.
◆올해의 워스트, '유치원법' 처리 무산
김 원장은 올해 정치권의 최악의 행보로는 유치원 3법 처리 무산을 꼽았다. 국회는 지난 27일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 진통 끝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김용균법) 등 83건의 법률안을 통과시켰지만 유치원법은 한국당의 발목 잡기에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했다.
그는 "유치원법을 올해 통과시키지 못한 것을 올해의 워스트(worst)라 생각한다"며 "이 법에 대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87%가 원하는 경이적 지지를 보이는데 정치적, 당략적 이유로 미뤘다. 이는 발목을 잡은 한국당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말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김 원장은 "이번 기회에 과감한 선거제도 개혁으로 한국 정치의 물줄기를 바꿔야 하고,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우리 실정에서 작동 가능한 연동형 의석배분 등을 통해 다양한 민심이 국회에 비례적으로 반영되는 선거제도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선거제도 개혁은 국회, 정당 개혁과 함께 가야 한다"며 "구체적 방안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한 것을 따르기로 한 만큼 정개특위에서 논의가 잘 되기를 바란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비례대표를 중심으로 의원수를 늘리고, 의원 세비를 동결하는 방안이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국민이 어떤 경우에도 늘리는 건 안 된다고 하면, 그것을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해 지역구를 줄이면서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안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원장은 민주당의 올해 활동 총평과 내년 구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민주당의 입장에서 국정 지지도 추이를 살피면 국회 전반기의 행복한 시간은 지나가고 있다"며 "내년에는 민주당이 초심으로 돌아가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단기 성과를 내도록 노력해 믿을만한 당이라는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정·청 전체 화두가 경제와 남북관계인데, 남북관계는 올해 레일이 깔렸기 때문에 내년에는 경제활성화에 집중해 각종 보완대책, 적극적 세정정책을 내놔야 한다"며 "이 모든 것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그림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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