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김지은 씨도 출석해 비공개 신문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안희정 전 충청남도지사가 21일 항소심에서 법정에 출석한다. 피해자 김지은 씨도 증인신문을 위해 출석한다.
서울고법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10분 312호 중법정에서 안 전 지사 관련 사건 항소심 첫 공판을 연다.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선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검찰 측 요청에 따라 김 씨 증인신문을 포함한 대부분 심리가 비공개로 진행된다. 재판 초반, 인정신문과 모두진술 정도만 공개되고 이후로는 비공개로 전환된다.
재판부는 총 네 차례 공판을 갖고 2월 1일 선고하겠다는 방침이다. 공판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안 전 지사는 충남지사 시절 김 씨를 상대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 등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8월 1심에선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가 안 전 지사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이유 중 하나는 '증거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재판부는 위력에 의한 간음에 혐의와 관련 "피고인이 차기 대권 주자로 거명되는 유력 정치인이고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의 임명권을 가지고 있어 위력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하지만 개별 공소사실을 두고는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김 씨의 진술 역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점도 선고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 재판부는 김 씨가 성폭력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안 전 지사에 대한 존경을 나타내는 등 사정을 볼 때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가 아니었던 것 같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신빙성이 떨어지는 진술을 하는 게 2차 피해의 충격 때문인지 신중히 고민했다"며 "그루밍 상태에 있었던 건 아닌지 혐오 사건에 직면해 학습된 무기력 심리상태가 된 것은 아닌지 봤는데 피해자가 이런 상태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씨 측과 검찰은 즉각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법적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심에서 무죄가 나온 이후 반응이 극명하게 갈린 만큼 항소심에서 여론의 관심 또한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편 안 전 지사는 1심 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여러분, 죄송하다. 부끄럽다. 많은 실망을 드렸다"며 "다시 태어나도록 더 노력하겠다.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후 종적을 감췄던 그는 지난 11월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무슨 할말이 있겠나. 아내랑 둘이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lws20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