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택의 고전시평] 개혁은 기득권 세력의 도전에 대한 응전이다

지지율 하락의 진통을 겪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지금이라도 촛불민심을 떠받들어 진흙탕 속에서 연꽃을 피우는 심정으로 개혁을 보다 가열 차게 단행해야 한다. 사진은 광화문광장의 촛불집회 2주년 기념 행사 장면./김세정 기자

[더팩트 | 임영택 고전시사평론가] 문재인 정부는 무능하고 부패한 박근혜 정권을 단순히 타도하는 차원을 넘어 ‘나의 삶을 개선하라’는 엄중한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탄생했다. 썩은 살을 도려내고 사회를 전반적으로 개혁할 것이라는 시민의 기대치가 반영되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80% 내외의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었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북의 평화 분위기에 편승하여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하지만 조금씩 낮아지던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집권한 지 1년 반이 되는 최근에는 40% 중후반대를 오르내리며 지지율이 급전직하했다.

1992년 미국 대선은 공화당 현직 대통령이었던 조지 부시와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가 대결했다. 대선 1년여 전인 1991년 8월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은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었고 여기에 편승해 부시는 역사상 대통령 지지율 최고치(약 90%)를 기록했다. 그런데 불과 1년여 만에 지지율이 30% 초반까지 급락했고 클린턴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선거운동을 전개하며 결국 대통령이 되었다. 지금까지도 1945년 이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소속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경우는 1992년 부시가 유일했다.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 이슈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도 알 수 있듯 민심은 결국 경제 변수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사실 남한의 경제 해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기득권층의 이익을 옹호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99% 시민을 위한 입장에 서겠다는 결단만 내린다면 해결책은 엄존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말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뻔히 보이는 정책을 선택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혁명이 아닌 한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그리고 오랜 시간 누적된 적폐를 일순간에 청산할 수는 없다. 시민들도 이러한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오늘보다는 내일이, 내일보다는 미래가 더 나아지겠다는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촛불민심의 힘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앞당길 천재일우의 사업과 개혁의 계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내치, 특히 경제 문제를 잘 해결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진보적인 사회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기득권층과 재벌에 굴복해 버린 노무현 정부의 길을 갈 것이라고 예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당이 주도하여 '규제자유특구법(규제프리존법)'과 '인터넷전문은행법'을 통과시켰으며 대통령 주도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확정한 ‘2019년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소득주도성장 대신 경제 활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며 경제민주화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한비자'에 다음과 같은 술집의 ‘사나운 개’ 이야기가 나온다. 송(宋)나라 사람으로 술을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술의 양을 속여 팔지 않고 손님을 공손하게 대했으며, 술을 만드는 재주도 아주 뛰어났다. 또 깃발을 높이 내걸어 멀리서도 술을 파는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술이 팔리지 않아 쉬게 되었다. 그 이유를 이상히 여겨 마을의 현명한 사람에게 물었다.

그 사람은 주인에게 “당신네 개가 사납소?”라고 물었다. 주인은 “개가 사나운 것과 술이 팔리지 않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그 사람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이오. 어떤 사람이 어린 자식을 시켜 돈을 주고 술병에 술을 받아오게 하면 개가 달려와서 그 아이를 무는 경우가 있을 것이오. 이것이 술이 쉬고 팔리지 않는 이유요”라고 답했다.

무릇 나라에도 사나운 개와 같은 존재가 있다. 다스리는 방법을 알고 있는 인사가 나라를 다스리는 책략을 품고 만승의 군주에게 밝히려고 하는데, 대신이 사나운 개처럼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이것이 군주의 눈과 귀가 가려지며 다스리는 방법을 알고 있는 인사가 등용되지 못하는 까닭이다.

한비자는 군주 주변에서 훌륭한 인재를 시기하여 등용을 막거나 등용되었더라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여 스스로 떠나게 하거나 군주가 내치게 하는 못된 신하를 술집의 사나운 개로 비유하고 있다. 사나운 개는 신하들 뿐 아니라 때로는 군주까지 물어뜯는다. 최고 권력자의 인재등용과 올바른 정치를 방해하는 것이 어찌 못된 신하만 있겠는가. 사나운 개들은 사회 여기저기에서 개혁을 저지하거나 방해하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개혁은 아무런 저항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으며 험난하고 세찬 도전을 돌파해야 결실을 맺는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이라도 촛불민심을 떠받들어 진흙탕 속에서 연꽃을 피우는 심정으로 개혁을 보다 가열 차게 단행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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