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정치권에서는 '변화'와 '답보'가 혼재했습니다. 남북은 이제 군사분계선 사이 오솔길을 통해 상호 영토에 발을 딛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더는 원내대표가 아닙니다. 하지만 거대 양당에 대항하는 야 3당의 단식 투쟁,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윤리위원회의 불투명한 운영 등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입니다. 2018년도 얼마 남지 않은 12월 셋째 주, 우리 정계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살펴봅시다.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코너를 진행합니다. [TF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손학규-이정미, 홍남기 예방에 '같은 단식 다른 생각'
[더팩트ㅣ정리=임현경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에게 자리를 넘겨줬습니다. 보수정당에서 여성 원내대표가 나온 건 나 신임 원내대표가 처음입니다.
-제1 야당이 신임 원내대표를 뽑으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지만,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요구하며 여전히 농성 중입니다. 특히 71세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단식이 10일째 이어지며 건강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먼저, 1년여의 원내대표를 끝낸 김 전 원내대표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향한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떠나는 김성태, 취재진에게 '절친' 홍영표 부탁한 사연
-김 '전' 한국당 원내대표가 더는 원내대표가 아니라는 사실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데요(웃음).
-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들어간 문장을 볼 때마다 아직 낯선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또 금방 적응될 겁니다. 사실 기자들에게 김 전 원내대표는 애증(?)의 정치인입니다. 1년 동안 참 많은 일을 하게 했거든요(웃음). 김 전 원내대표조차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스스로 "김성태가 기자들에게 기삿거리는 많이 줬다!"고 자신할 정도로 말이죠. 지난 11일 선출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이젠 더 이상 김성태 전 원내대표를 뉴스에서 보기 힘들겠다는 생각에 좀 아쉽기도 합니다(웃음).
-김 전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향한 남다른 애틋함'을 드러냈죠. 사실 김 전 원내대표의 퇴장을 가장 아쉬워할 사람은 '절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두 사람의 '케미'가 상당했으니까요. 일단 두 사람은 공통분모가 많아요, 두 사람 다 노동계 출신이고 18대 때 국회에 처음 발을 디뎠죠. 홍 원내대표가 1957년생, 김 전 원내대표가 1958년생으로 나이도 비슷하고요.
-두 사람의 우정은 지난 5월 홍 원내대표가 처음 선출됐을 때부터 부각됐습니다. 김 전 원내대표는 당시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 중이었는데, 주변에서 건강을 염려하며 아무리 만류해도 그는 "이제 홍영표가 원내대표가 될 거다. 내 친구다. 그는 꼭 (요구를) 들어줄 거다"라고 말하며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결국 홍 원내대표가 당선 직후 김 전 원내대표를 방문했고 민주당은 특검법 통과에 합의했죠.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여러 의미에서 '환상의 콤비'였습니다. 취재진은 "두 사람이 마치 부부 같다"고 입을 모았어요(웃음).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하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 카메라에도 많이 잡혔습니다. 지난 10월 대정부질문 당시 벌인 몸싸움 장면은 너무나 유명해서 모두가 아실 거예요.
-김 전 원내대표는 임기를 마치며 홍 원내대표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고별식이 있던 날이 마침 예산안 처리 다음날이었는데 홍 원내대표가 몸이 좋지 않아 결근했거든요. 김 전 원내대표는 "제가 정말 많이 괴롭힌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 홍 원내대표가 잘 인내했다"며 "그런 가운데 '더불어한국당'이 만들어진 것 아니겠느냐"고 했습니다.
-'더불어한국당'은 야3당이 민주당과 한국당의 일방적인 예산안 처리를 조롱하며 붙인 별칭인데, 김 원내대표는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웃음).
-김 원내대표는 "빠른 쾌유를 기원하고, 사실 제일 어려운 게 집권당의 원내대표다. 거기다 거칠고 거센 제1야당 원내대표를 만났으니 오죽 힘들었겠나"라며 자신이 '거칠고 거센' 원내대표였다고 표현했습니다. 또 취재진들에게 "홍 원내대표 많이 격려해주시길 바란다"며 친구 부탁(?)까지 빼놓지 않았죠.
-정말 눈물겨운 우정이 아닐 수 없네요(웃음). 김 전 원내대표의 자리를 대신할 나 원내대표는 홍 원내대표와 어떻게 호흡을 맞출지 궁금한데요. 협상 파트너로서 두 사람의 케미를 기대해봅시다.
◆ 같은 단식 다른 경제? 손학규와 이정미의 '동단이몽(同斷異夢)'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지난 6일 단식에 돌입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여전히 차가운 국회 로텐더홀 바닥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두 사람 근황은 어떤가요?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가 지난 13일 손 대표와 이 대표를 예방했습니다. 홍 부총리는 두 사람에게 "어서 단식을 마치고 대표실에 계실 때 다시 찾아뵙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며 간접적으로 단식 중단을 권하기도 했죠. 물론 두 대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단결한 두 대표가 경제 분야에서는 완전히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네. 손 대표는 홍 부총리에게 "소득주도 성장을 어떻게 막을 수도 없긴 하지만, 경제 정책 전반을 다시 생각하고 대통령과 정부가 철학을 좀 바꿔야할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손 대표는 "경제는 일단 시장에서 돌아가야 한다"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고, 정부가 할 일은 기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라 말했죠. 홍 부총리는 "경제 활력 찾기에 주력하겠다"며 "민간과 현장, 대표님이 주신 귀한 말씀을 귀담아 듣겠다"고 답했습니다.
-손 대표는 홍 부총리의 첫 예방부터 쓴소리를 쏟아낸 것이 미안했는지, "제가 이낙연 총리랑 각별한 사이"라며 "인사검증을 하는데 (홍 부총리는) 걸리는 게 하나도 없었다"고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또, "단식이 너무 걱정된다"는 홍 부총리에게 "대통령을 만나시면 '손학규 단식 좀 풀어주셔야겠습니다' 한 마디 해주시길 바란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죠.
-이 대표는 손 대표와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 대표는 "배는 고파도 정신은 또렷하다"며 "기업도 그렇지만 국민 역시 경제주체다. 그들을 보듬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근 소득주도성장이 경제 지표 때문에 최저임금 셈법 변경이나 탄력근로제 도입 등 많이 흔들리고 뒷걸음질 치는 것 같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끈질기게 변화시켜 나가길 바란다"고 요구했습니다.
-홍 부총리는 이 대표에게 고 노회찬 전 의원의 연설로 유명한 '6411번 버스'를 탔던 기억을 털어놓기도 했어요. 그는 "새벽 4시에 첫차를 놓치지 않으려는 그분들의 힘겨움을 목격했다. 그분들을 만났을 때 가졌던 감정을 잊지않고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이 대표는 "오늘도 갑질 피해자들이 이곳에 많이 다녀갔다. 어젠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젊은 청년이 사망했다"며 "이제 경제의 중심은 그런 분들이다. 그들을 품어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역설했습니다.
-참, 개인적으로 취재 도중 놀랐던 점은 손 대표의 '자기관리'와 방문객들을 맞는 태도였습니다. 여러 정치인들 말을 들어보면 단식을 할 땐 자기가 '힘들다'라는 것을 꼭 그렇게 강조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수염도 기르고, 잘 씻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앞서 단식투쟁을 벌였던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나,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만 봐도, 날이 갈수록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고 수척해졌죠.
-그런데 손 대표는 조금 달랐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자신을 단정하게 관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다산 정약용의 '사의제'를 생각했다고 밝히더군요. 그는 직접 "생각은 맑게, 용모는 단정하게. 말은 적게, 행동은 진중하게 하라는 네 가지가 마땅히 지켜야할 교훈이라고 해서 사의제"라고 설명하기도 했죠.
-손 대표는 담요, 마스크, 안대 등으로 온몸을 감싼 채 누워있다가도 사람들이 찾아오면 정말 언제 그랬냐는 듯 꼿꼿이 앉아 사람들을 맞는 모습이었습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찾아왔을 때 힘든 내색을 거의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정말 '건강도 건강이고 정신력도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정용기 정책위의장을 향해서도 '빨리 단식이 끝나면 막걸리 한 잔 하자'고 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손 대표는 현재 71세로, 이제껏 단식 농성을 벌인 정치인들 중 '최고령'입니다. 현재 아무리 건강한 모습이라고 한들 기약없는 단식을 버텨내기는 힘들 겁니다. 어서 빨리 합의를 이뤄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 남북, 오솔길 오가며 GP 철수 검증…'카이샷'까지 동원
-지난 12일 DMZ(비무장지대) 인근 GP(감시초소) 철수 검증이 있었습니다. 남북 분단 65년 만이었는데요. 이 역사적인 현장에 <더팩트> 취재진도 다녀왔죠.
-그렇습니다. 남북 군사당국이 '9·19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 차원에서 시범 철수한 DMZ 내 GP를 상호검증하는 자리였는데요. 취재단은 이날 오전 국방부에서 DMZ까지 다함께 버스로 이동했습니다. 북측검증반이 MDL(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모습을 보니 이런 날이 다 오는구나 싶어 신기하더군요.
-당시 사진을 보니 DMZ 가까이서 군생활을 보내던 때의 일이 새록새록 떠오르더군요(웃음). 남측 지역은 잘 알고 있지만, MDL 너머는 워낙 베일에 싸여있는 곳이라 저도 궁금하네요.
-현장검증반은 남측 GP와 북측 GP를 연결하는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남북을 오갔습니다. 이번 검증을 위해 새로 만든 길이었죠. 오전에는 우리측이 북측 현장을, 오후에는 북측이 우리측 현장을 각각 방문해 검증했는데요. 남북이 DMZ 내에 설치된 GP를 서로 방문해 들여다보는 것은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있는 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봤다면서요?
-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생중계를 통해 상황을 주시했고,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및 각 군 지휘관들로부터 화상 보고를 받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군사적으로 서로 팽팽하게 대치하던 그런 비무장지대 안에서 남북이 오솔길을 내고 오가고, 또 서로 대치하면서 경계하던 GP를 철수하고 투명하게 검증한다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조차하기 어려웠던 일"이라며 분단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어떻게 생중계로 지켜볼 수 있었나요?
-'카이샷(KAISHOT)'라는 특수카메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카이샷은 지난 2011년 1월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해군특수전전단(UDT/SEAL)이 사용해 유명해진 무선영상전송 시스템입니다. 취재진은 이날 현장에서 카메라에 카이샷을 담으려고 했지만, 관계자들의 제지로 실패했습니다. 추후 국방부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특수장비 관련된 사항은 말해줄 수 없다더군요.
-참, GP 들어가는 쪽에 커다란 레이더가 있었는데, 관계자는 이것도 촬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었어요. 아마도 그 레이더가 지하투과레이더(GPR)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땅 속으로 고주파를 쏴서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지하구조물의 정보를 수집하는 장비죠.
◆민주당, 이재명 징계 유보 사유가… 형평성·통합 고려?
-이재명 경기지사가 결국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검찰이 그를 직권남용·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기소했는데요, 이 지사는 여전히 무죄를 자신하며 당 일각의 탈당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이 지사는 탈당 대신 모든 당직을 내려놓고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했고, 민주당은 이 지사의 결정을 존중해 징계를 유보하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앞서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와의 형평성과 당 통합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김 지사와 이 지사에 대한 당내 반응은 약간 다른 양상입니다. 두 사람은 모두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데요. 김 지사에 대해선 징계 논의가 아예 없었던 반면 이 지사의 경우 당원 1172명이 징계 청원서를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제출하는 등 내부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자칫 내부 갈등이 심화될 수도 있는 사안인데 윤리심판원은 이 지사 징계 청원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요?
-윤리심판원은 당의 사법기구에 해당하는 독립된 기구로 당헌당규와 윤리규범에 근거해 당원에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회의를 통해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기자가 조태제 윤리심판원장에게 이와 관련해 수차례 물었지만, 조 원장은 끝내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최고위에서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징계 유보를 결정한 만큼 별도로 윤리심판원이 징계 논의를 하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최고위에서 이 지사 징계 유보에 대한 이견은 없었나요?
-최고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는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당 분열을 막기 위해 유보에 힘을 실으며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판을 받고 있는 김 지사도 뒤늦게 당원권을 내려놓고 백의종군을 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이건 어떻게 나온 발언인가요?
-마찬가지로 형평성과 당 통합을 고려한 결정으로 분석됩니다. 이 지사의 백의종군 선언 하루 만에 김 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원권 포기를 선언했는데요, 그 이유에 대해 "이 지사의 백의종군 선언은 당의 단합을 위한 충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도 당을 위해 무죄가 입증될 때까지 모든 당직을 내려놓고 평당원으로서 성실히 일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지사와 김 지사, 두 사람의 재판결과에 따라 이들의 징계를 유보하거나 아예 논의하지 않았던 민주당의 희비가 좌지우지 되겠군요. 두 지사의 재판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임현경 기자, 문혜현 기자(이상 정치플러스팀), 이효균 부장, 이덕인 기자, 이새롬 기자, 임세준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