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MB 재판 2라운드 돌입…쟁점으로 떠오른 '증인·국고손실죄'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12일 열린 2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22명을 신청하면서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 6월 1심 재판에 출석한 모습. /더팩트 DB

이명박 측, 12일부터 항소심…재판 전략 대폭 수정

[더팩트ㅣ서초=임현경 기자] 다스 실소유주로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뇌물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이 12일 시작됐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옛 측근들을 모두 증인으로 신청하고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는 등 1심 때와는 판이한 재판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 심리로 이날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린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22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측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회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 진술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혐의 입증에 핵심 역할을 한 MB 집사 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지난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모습. /남용희 기자

◆ 1심서 "옛 동료 법정 세울 수 없다"던 MB, 증인 22명 무더기 신청

앞서 이 전 대통령측은 1심 선고를 앞두고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변호인들은 증인신청을 고려했으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래도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사람인데 그렇게 할 수는 없다'며 이를 반대해 무산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 22명을 증인으로 신청하며 1심에서 대폭 수정된 전략을 펼쳤다.

강훈 변호사는 재판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2심에선 (측근을) 증인으로 불러 법정에서 직접 진술의 합리성을 추궁해, 재판부로 하여금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할 수 밖에 없다"며 "1심이 중요 증거로 삼은 사람들은 증인 신청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검찰 진술증거에 동의한 건 반대신문권을 포기한 것이기에 증인 신청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강 변호사는 "단 한명의 증인도 법정에 출석해선 안 된다고 강력하게 반발하는 검찰을 이해할 수 없다"며 "서류증거만으로 재판하자는 검찰의 주장은 공판중심주의에 반대될뿐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라는 것"이라 반박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모두가 법정에 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구속만기인 내년 4월8일 전까지 주 2회 재판을 한다고 가정하면 기일을 13회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신청한 증인을 다 채택하면 증인신문에만 20회 이상 소요될 것 같아 만기 내에 재판을 종결하는 게 어렵다"며 증인신문 계획서를 다시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강 변호사는 이에 "재판부가 증인을 줄이라고 하니 뺄 수 없는 분들을 제외하고 22명 중 절반 정도로 줄여야 할지도 모르겠다"면서도 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등을 '뺄 수 없는 증인'으로 꼽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전 대통령에게 국고손실죄를 적용하는 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이 전 대통령 변호를 맡은 강훈 변호사가 지난 4월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뉴시스

◆ MB측 "국정원 특활비 수수, '국고손실죄' 아냐"…위헌법률심판 제청 의견서 제출

이 전 대통령 측은 지난 10일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기도 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제5조'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해당 법률 조항은 '회계관리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사람이 국고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도 횡령의 죄를 범하면 가중처벌한다'고 규정한다. 검찰은 여기서 이 전 대통령에게 6억 원의 특수활동비를 건넨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되며, 그 상급자인 이 전 대통령은 공범이라고 판단해 기소했다. 1심 재판부 역시 국고손실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측은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회계관계직원의 상급자는 회계관계직원에 대한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금전출납 업무를 집행하는 실무자로 좁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어 "어떤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된다는 것인지 이 규정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다"며 "이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대된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또한 "회계사무와 사소한 관련만 있는데도 국고에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만으로 가중처벌을 하는 건 지극히 부당하다"며 "이는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에 어긋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 11일에도 국정원장은 화계관리직원이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박근혜 정부시절 청와대 국정원 특활비 상납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1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모습. /뉴시스

재판부는 지난 11일에도 이와 관련해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는 이날 남재준·이병호·이병기 전 국정원장의 항소심에서 특가법상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본 1심 판단을 뒤집고 단순횡령죄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1심보다 1년 감형된 징역 2년을, 이병호‧이병기 전 국정원장 역시 3년6개월에서 1년 감형된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1심이 국정원장을 회계관계직원으로 본 것은 법리를 오해해 잘못 판단한 것"이라며 "중앙관서장에 해당하는 국정원장은 국고손실죄 항목에서 규정하는 '회계관계직원'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판결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 역시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만약 2심 재판부가 이 전 대통령 측의 신청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다면,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해당 조항과 결부된 이 전 대통령의 재판은 중지된다.

한편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공판기일을 내년 1월2일에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정식 공판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은 이날 1심 선고공판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변호인은 공판기일에 항소 이유에 대해 약 3시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국고손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조세포탈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며, 1심 재판부는 "공직사회 전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징역 15년·벌금 130억 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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