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나경원과 김병준 비대위의 불편한 동거?

나경원 신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병준 비대위원장과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당 나 신임 원내대표가 당선 직후 김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던 당시. /국회=이새롬 기자

친박계 지지 받은 나경원, 김병준과 괜찮을까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나경원 원내대표가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 사령탑으로 선출되면서 한국당 내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친박계가 지지한 나 원내대표와 복당파 중심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간에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신임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김학용 의원을 상대로 압도적으로 누르고 당선됐다. 총투표수 103표 중 68표가 나 원내대표를 선택했다. 김 의원은 35표를 얻는 데 그쳤다.

정치권에선 나 원내대표 승리의 주요인으로 친박계의 지원을 꼽는다. 애초 이번 선거가 계파전 양상을 띄기도 했다. 김 의원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탈당해 바른정당에 갔다가 다시 돌아온 대표적 비박계이자 복당파다. 나 원내대표는 친박계는 아니지만, 잔류파였고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옹호 발언을 하면서 친박계의 지지를 얻어냈다.

나 원내대표와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사이를 우려하는 시각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김 위원장과 친박계 사이가 썩 좋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비대위 구성이 비박계 위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을 영입해 비대위를 구성한 것 자체가 비박계인 김성태 전 원내대표 체제에서 이뤄졌다.

비대위의 인적쇄신 방향 등과 관련 친박계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사이엔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배정한 기자

특히 오는 15일 전후로 한국당 조직강화특위가 당협위원장 교체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교체 대상에 현역 의원, 특히 친박계 의원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말들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인적쇄신에 대해 언급하면서 친박계를 겨냥한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친박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김 위원장과 친박계 간엔 줄곧 갈등의 분위기가 감지돼 왔다.

실제 이날(12일) 나 원내대표와 친박계는 약속이라도 한 듯 비대위 인적쇄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 나 원내대표는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사실 112명의 의석도 많지 않은 의석"이라며 "우리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을 크게 해하는 쪽의 쇄신에 대해서는 좀 우려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당협위원장 교체 대상에 현역 의원을 포함하는 비대위의 인적쇄신 방향성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이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노골적으로 비대위가 '동력을 잃었다'고 꼬집었다. 홍 의원은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비대위의 인적쇄신과 관련 "동력을 잃었다. 그분들이 뭐라고 얘기한들 (사람들이) 코웃음 치는 것"이라며 "아무도 그분들이 뭐라고 뭐라고 하는 일에 지금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전날 선출 의원총회에선 나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경쟁상대인 김종석 의원과 토론 중에 비대위가 내놓은 경제 정책인 '아이(i) 노믹스'에 대해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당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 같다. 국민들은 잘 모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11일 나 신임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다만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극단적인 상황까진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나 원내대표가 친박의 지원을 받아 당선이 됐으니 지금까지 당의 주류가 복당파였던 것이 바뀌는 권력지형의 변화는 있겠다"면서도 "한국당이 처한 상황이 통합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둘의 관계가) 꼭 불편하다고 보긴 어렵다. 나 원내대표도 통합에 무게를 두지 않았나"라고 견해를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그리고 당선 직후 "저희가 하나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보수 통합에 힘쓰겠다고 강조해온 바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사실상 김병준 비대위는 마무리 수순이고 할 일을 거의 다 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케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나 원내대표도 얘기하고 있지만 최근 한국당 내엔 계파라고 할 게 많이 없다. 친박계에서도 통합을 강조하고 있고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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