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보수 첫 여성 원내대표'…나경원 '당선' 의미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수정당 사상 첫 원내대표로 선출돼 이목이 쏠린다. 11일 나 신임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축하를 받는 모습. /국회=이새롬 기자

비박계 김학용에 압승…'친박' 부활 신호탄 될까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11일 삼수 끝에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나 의원 당선은 보수정당 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의 탄생이라는 점 등에서 상당한 의미로 평가된다.

아울러 계파적 관점에선 '친박(親 박근혜)계'의 부활의 의미가 있단 관측이 나온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움츠리고 있던 친박계가 다시 전면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경쟁상대였던 김학용 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나 의원과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 정용기 의원은 총투표수 103표 중 68표를 얻어 38표를 얻은 김학용-김종석 의원 조를 압도적으로 눌렀다.

보수정당 역사상 여성 대표, 여성 대통령은 있었지만 여성 원내대표는 나경원 의원이 처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더팩트DB

이제껏 보수정당 역사에서 여성 대표, 여성 대통령은 있었지만, 여성 원내 사령탑은 없었다. 진보진영에선 지난 2014년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최초로 여성 원내대표직을 지낸 바 있다. 특히 보수 진영에서 대표, 대통령보다도 여성 원내대표가 탄생하기 더 힘들었던 데는 특수한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다른 선거와 달리 원내대표 선거는 투표 당사자가 국회의원들로만 구성되는데 그 집단이 대부분 남성이라는 점이다. 이는 물론 보수, 진보 가릴 것 없는 정치권 전반의 문제이기는 하나, 상대적으로 보수진영이 그런 부분에 있어 조금은 더 닫혀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전체 의원 129명 중 22명(28%)이 여성인데, 한국당은 전체 의원 112명 중 13명(15%)만이 여성이다.

아울러 원내대표의 주 역할이 '협상'이란 것도 여성 원내대표의 탄생이 힘들었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치권 전반엔 치열한 협상 과정은 남성이 아니면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고정적이고 보수적인 관점이 존재해온 것으로 관측된다. 협상 상대가 대부분 남성이란 점도 있다.

따라서 나 의원이 당선된 것은 그동안 폐쇄적이고 보수적이었던 정치 환경이 바람직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고무적 의미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당의 한 여성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여성들이 당선되는 이러한 현상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앞으로 더 많은 사례가 있으면 좋겠고, 나 원내대표가 좀 더 합리적으로 직을 수행해줬으면 좋겠다"고 견해를 밝혔다.

다만 '최초'라는 점이 나 의원에겐 더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첫 여성 대통령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보수정당 첫 원내대표의 선례로 남기 때문이다.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나경원 의원이 전임 김성태 원내대표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아울러 일각에선 선거 과정에서 친박계의 지원을 받은 나 의원의 당선이 숨죽이던 그들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나 의원은 원래부터 친박계 인사는 아니었으나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우호적 발언 등으로 친박계와 적극적인 스킨십에 나선 바 있다. 실제 친박계에서도 나 의원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다수 포착됐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나 의원은 친박들의 지지를 받고 당선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는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친박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공간이 확보됐다고 볼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다만 나 의원은 선거 과정 내내, 또 당선 직후 "당내 계파 갈등을 종식시키고 통합을 향해 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나 원내대표는 현재 4선으로 서울 동작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판사 출신인 그는 지난 2002년 16대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특보로 정계에 입문했고 당 대변인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한국당 여성 의원 중 '최다선' 등 타이틀과 함께 당의 대표적 여성 정치인으로 인식돼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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