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타워, KTX강릉, 한라산, 국회연설 등 유력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만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남이 성사된다면 어디를 방문할까?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가능성에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날짜를 두고 12일이냐, 18일이냐 등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6일 발표한 리얼미터 (tbs의뢰) 국민여론조사에 따르면,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므로 서울 답방을 환영한다'는 응답이 61%, '북한 위장평화 공세에 불과하므로 반대한다'는 응답이 31%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보다 더 관심을 끈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 정상의 남한 수도 첫 방문이고, 이로 인해 '북한 비핵화' 협상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보다는 5000명 규모를 수용할 수 있는 강남 코엑스나 일산 킨텍스에 프레스 센터가 마련될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더팩트>가 남산타워 꼭대기에 위치한 레스토랑을 정부측에서 예약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지난 4일 남산타워를 방문해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물었을 당시, 시민들은 김 위원장이 방문해야 할 곳으로 남산타워, 한라산, KTX 등을 꼽았다.
◆싱가포르 야경 vs 서울 야경
남산타워는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첫 번째로 장소이다. 앞선 지난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한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은 수행원들과 함께 심야 시내투어에 나선 바 있다. 싱가포르의 명물 '가든스 바이 더 베이'식물원을 방문하고,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에서 야경을 감상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시민들에게 손을 건네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러한 장소 방문을 통해 싱가포르를 북한 경제의 모델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서울을 방문한다면 경제발전에 관심이 많은 김 위원장에게 남산타워, 롯데타워, 63빌딩 등 고층 빌딩을 보여주는 것도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 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남산타워로 안내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 남산타워 꼭대기 층에 위치한 식당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13, 14일은 단체 손님으로 예약이 꽉 차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측 요청이 온 것이냐고 묻자 "개인정보법에 따라 알려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여전히 김 위원장의 답방 방문지로 남산타워를 꼽는다.
◆김여정이 보고 놀랐던 'KTX'
두 번째로는 한국 고속철도 (KTX)를 타고 강릉에 방문할 가능성이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석하기 위해 KTX를 타고 서울에서 평창으로 이동했다.
김 부부장은 KTX를 타고 난 뒤 김 위원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부장의 보고로 고속열차에 대한 김 위원장의 관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만나 KTX 기술을 높게 평가했다는 발언도 전해진다.
KTX를 타고 다른 장소에 방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강릉에는 스키장, 리조트, 강원랜드 등이 있어 김 위원장이 관심을 갖고 방문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이 추진 중인 원산 갈마 해안 관광지구 개발과 관련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남측과 북측이 함께 진행할 '동해안 공동관광특구'와 동해선 철도 연결 계획을 고려할 때 해당 지역 시찰 가능성도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KTX 타고 싶을 것 아닌가"라며 "KTX 타고 광주 경유, 목포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꼭 가도록 안내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고속철도에 관심이 많은 만큼 KTX 탑승은 유력하지만, 목적지는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백두'에서 '한라'까지…삼다수 이어 백산수 등장?
김 위원장이 답방한다면 문 대통령과 한라산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한라산 방문은 거의 확실시된다.
문 대통령이 4.27판문점회담에서 "개마고원에 꼭 가고싶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평양 정상회담에서 백두산을 함께 방문하는 등 극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김 위원장 내외와 백두산 천지를 산책하던 중 천지 물을 물병에 담고 있는 모습도 국민들에게 감동을 준 만큼 이번에는 어떤 그림을 만들어낼지 기대를 모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출입 기자단 산행에서 "원한다면 한라산 구경도 시켜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어머니 고 고영희 여사의 부친이자 외조부인 고경택이 제주도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백두혈통'을 내세워 집권을 강화한 만큼, '한라혈통'이라는 점이 드러나 단점으로 부각될 수 있지만 '백두혈통'이 한라에 도착했다는 점이 선전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달 11일 김 위원장이 서울에 답방한다면 한라산 백록담 분화구 안에 헬기를 착륙시킬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원 지사는 지난 2일 "김 위원장이 제주 한라산을 방문하게 된다면 제주도민들은 진보·보수를 떠나 적극 환영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경호와 경비, 안전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연설…한국당, 조원진의 표정은?
가장 인상적일 수 있는 장면은 김 위원장의 국회연설이다. 문 대통령이 15만명의 평양 시민들앞에서 대중연설을 한 만큼 김 위원장의 국회연설도 예상된다. 국회연설이 예상되는 이유는 경호가 편리하다는 점과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 앞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진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회(연설) 여부는 김 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또, 그 경우에는 우리 국회의장이 관련해서 여야 간에 합의를 모아 성사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 또한, 5일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며 "김 위원장의 국회 연설이 실질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가 대승적으로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현충원 참배와 천안함 유족에 대한 사과 등의 조건을 내걸고 있어 장애물도 존재한다. 또,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의 반발도 예상된다. 극우정당 소속 조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국회 연설 당시에도 '박근혜 석방요구' 피켓을 들고 항의해 결국, 경호원에게 제지당한 이력이 있다.
숙소로는 워커힐 호텔, 다른 방문 장소로는 전쟁기념관, 코엑스 아쿠아리움, 서울 4대궁,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등도 언급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평양에서 옥류관, 대동강수산물식당에서 식사를 한 만큼 서울에 위치한 대중식당을 찾을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시민들과 김 위원장의 만남도 성사될 가능성도 크고, 해당 식당은 '김정은'이 다녀간 홍보효과도 누리게 된다.
한편 보수야당에서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부정적이다. 김 위원장의 방문보다는 실질적 비핵화와 경제적 무능을 덮기 위한 '꼼수'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6일 비대위회의에서 "청와대가 김 위원장의 여행 기획, 이벤트 회사도 아니고"라며 "지금의 상황은 비핵화 진전이란 알맹이는 빠지고 답방이란 껍데기만 이야기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정권운용을 이벤트 행사 쇼로만 끌고 가고 있는 저들을 보면 과연 국민들이 언제까지 그 쇼에 속아 넘어갈지 지켜보자"며 "이번은 경제 폭망을 뒤덮고 사회체제 변혁을 준비하기 위한 이벤트 행사로 보이는데 다급하기는 다급했나 보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나경원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전 국민 쌍수 환영까지 운운한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인 구애가 무색하다"며 "단순한 한라산 투샷 찍기로 전락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jaewoopark@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