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안상수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 바 없고 회계상 문제일 뿐"
[더팩트ㅣ중구=이원석 기자] 홍영표 여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국회의원 26명이 정책자료발간·홍보물유인비 등 명목으로 국민 세금을 부정하게 더 타갔다는 주장에 당사자들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해 이목이 쏠린다.
시민단체인 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는 4일 오전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2016년 6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기간 동안 의원 26명이 정책자료발간 등 항목에서 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사무처에 영수증을 이중으로 제출하는 방법을 통해 부적절하게 국민 세금을 타갔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의 주장은 명단에 속한 의원들이 정치자금으로 해당 금액을 사용한 뒤 선관위에 영수증을 제출해 회계보고했고, 동일한 영수증을 국회에도 다시 제출, 지원금을 받아 자금을 중복 수령한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엄연히 말하면 정치자금은 세금이 아니지만, 국가가 세제 혜택까지 부여하는 공적 자금이고 "하나의 영수증으로 두 군데의 공적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라고 이들 단체는 지적했다.
그러나 당사자들 대부분은 이들 단체의 주장에 대해 '회계상의 문제'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먼저, 명단에 오른 의원 중 가장 많은 금액(1936만 원)으로 기록된 홍영표 원내대표 측은 이날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뉴스타파가 제기한 '중복수령'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 측은 "의원실은 의정보고서 제작 및 발송을 위한 정책홍보물유인비를 국회사무처로 지원받았다. 의원실은 해당 비용을 사무처가 입금한 '홍영표'명의의 계좌가 아닌 '홍영표 후원회'명의의 통장에서 업체로 지출했다"며 "국회와 선관위에 이중청구, 중복수령한 사실은 없으며 지출행위를 어느 통장에서 했는지에 대한 회계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홍 원내대표 측은 또, 이들 단체가 의원실에 문제점을 지적하자 해당 금액을 '반납'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이를 반납한 사실도 없다"며 "국회 지원금을 받는 지원경비계좌가 선관위 보고 의무를 갖고 있는 정치자금계좌에 비해 회계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해, 지원경비계좌에서 관리하던 해당 금액 1936만 원을 정치자금계좌로 이체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들 단체는 각 의원실에 문제를 제기한 결과, 23명의 의원이 해당되는 금액을 반납했거나 현재 반납 진행 과정 중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역시 명단에 오른 금태섭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SNS를 통해 "저와 관련된 이번 보도는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반발했다. 금 의원은 "선관위에 제출하는 영수증은 정치자금을 어디 어디에 사용했다고 증빙으로서 제출하는 것이고, 국회 사무처에는 보전되는 비용을 청구하기 위해서 제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수증의 용도가 전혀 다르다"고 했다.
의정보고서 발송비 등에 대해 의원실이 업체에 지급하는 시기와 관계없이 국회사무처는 1개월에 한 번 몰아서 금액을 보전해주기 때문에 의원실에선 먼저 정치자금으로 업체에 결제할 수밖에 없었고, 사후에 국회사무처로부터 보전을 받은 것이라는 게 금 의원의 설명이다.
단체의 문제제기에 '선관위 유권해석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던 금 의원은 "다만 뉴스타파 측에서는 사후에 국회 사무처에서 받은 돈을 다시 정치자금 계좌로 입금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선관위에 공식적으로 질의를 보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치자금 통장에 있든 혹은 지원경비 통장에 있든 계좌만 다를 뿐 돈은 그대로 공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이지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유용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발표된 명단에서 유일하게 '문제 될 것 없다고 주장'했다는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 측도 억울하다고 태도를 보였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금 의원 경우와 마찬가지로 "정치자금으로 비용을 사용한 것이고, 사후에 국회 사무처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것"이라며 "절차적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안 의원 측은 "후에 돌려받은 지원금에다 필요한 정치자금을 채우기 위해 의원 개인 자금을 더해 정치자금 계좌로 돌려놨다"며 "근데 문제를 제기한 뉴스타파에 설명을 했지만, 금액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더라"라고 지적했다.
일부는 보좌진의 '단순 실수'였는데 좋지 않게 보도됐다며 당혹스러운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명단에 오른 민주당 기동민 의원 측은 통화에서 "직원의 실수가 있어 인정했었고, 시정할 계획이었다"며 "'반납'의 문제는 아니고 해당 금액을 정치자금 계좌로 환입하면 되기 때문에 그렇게 실행할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럽게 보도가 나갔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이들 입장을 종합하면 현재 시스템상 어쩔 수 없이, 혹은 실수로 영수증을 중복 제출한 것이지 지원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세금도둑잡아라 등 단체 지적 취지에는 공감하나 '이중청구', '세금을 빼 갔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한 의원실 관계자도 "단순 실수도 많고, 시스템상 모호한 부분이 있어서 해당 금액을 불법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닌 의원실에선 당연히 억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분명히 이를 악용할 수도 있고 실제 그런 경우도 있어 문제의 소지도 있다. 차차 개선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이날 이들 단체에 따르면 한 의원실에선 보좌진이 이 방법을 악용해 돈을 사적으로 빼돌려 면직 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사무처도 이번 논란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무처 관계자는 이번 일과 관련 <더팩트> 문의에 "정책자료 발간 및 홍보물유인비와 정책자료발송료는 각 의원실이 발간 발송 등 수행한 후 관련 증빙서류를 제출하고 국회 사무처는 지원 목적에 부합하는 지출이 있음을 증명하는 지출증빙서류에 근거해 해당 비용, 편성된 예산 범위 내를 의원실에 지원한다"며 "개별 의원실에 정치자금 및 회계관리에 관한 상황은 국회 사무처가 확인하거나 관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는 답변을 내놨다
앞서 이들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홍영표·기동민·유동수·우원식·이원욱·변재일·김태년·금태섭·손혜원·유은혜·김병기·김현권·박용진·임종성 의원, 한국당 전희경·김석기·안상수·이은권·최교일·김재경·이종구·김정훈·곽대훈 의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 민중당 김종훈 의원 등 26명이 속한 '영수증 이중제출 의혹' 명단을 공개했다.
이들은 이와 관련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규모로 봤을 때 상당히 국회 내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던 부패 행위라고 저희는 판단하고 있다"며 "26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반납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18대, 19대 국회까지도 전면적 진상조사를 해야 될 사항이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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