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택의 고전시평] 계속되는 사건 사고, 신상필벌해야 나라가 산다

한국의 고질적 병폐 중의 하나인 사회 전 부문의 안전 불감증을 해소하고 사고공화국의 오명을 씻으려면 공직사회가 사건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사진은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빌딩 지하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 진화 장면./이새롬 기자

[더팩트 | 임영택 고전시사평론가] 한국은 가깝게는 2014년 세월호 대참사를 겪었으며 그 이전과 이후에도 대형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했다. 지난 24일에는 KT 아현 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로 통신 암흑상태가 지속되어 크게는 70대 시민이 응급구조 요청을 못하여 목숨을 잃었고 작게는 카드 결제 시스템과 병원 전산망 등이 마비되어 대혼란을 초래했다.

그간 한국은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여 ‘사고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사고의 일차적인 책임은 사고를 발생시킨 개인이나 기업 등에 있지만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공직사회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국의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스스로 일을 찾아서 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높은 시설이나 설비 등의 사전관리를 철저히 했다면 많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대책을 수립하고 발표하며 호들갑을 떨지만 임시방편과 면피용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소 잃고 외양간도 제대로 고치지 않아서 유사한 사건과 사고는 계속해서 일어난다. 공직 사회의 전면적인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고공화국의 오명을 씻지 못할 것이다.


조직, 집단 그리고 국가(이하 ‘조직 등’으로 표현)를 개혁하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조직이나 집단 그리고 국가 구성원의 욕구를 담아내는 핵심가치를 발굴해야 된다. 물론 그 가치는 구성원의 현재 욕구만 수용해서는 안 된다.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가치이어야 한다. 둘째,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핵심가치를 지속적으로 구성원에게 알려서 모두가 알게 해야 된다.


단발성으로 알리는데 그치면 구성원들은 핵심가치가 무엇인지를 잊어버리며 그들의 동의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없다. 셋째, 핵심가치를 잘 실천하는 사람은 포상하고 위반하는 사람은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신상필벌이 필요하다. 제아무리 훌륭한 가치라도 구성원들이 지키거나 수행하지 않으면 공염불에 불과한데 구성원을 핵심가치의 깃발 아래 끌어 모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신상필벌 밖에 없다.


앞에서 말한 세 가지를 실천해야 조직 등을 개혁할 수 있다. 이 조건들을 구비하지 않는 개혁은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생명력이 길지 않다. 세 가지 조건 중 한국의 공직사회에서 가장 취약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신상필벌이다. 신상필벌은 문자 그대로 상을 받을 만한 사람은 확실하게 상을 주고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반드시 처벌한다는 말이다.


신상필벌이 시행되면 사람들은 조직 등에서 기대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상을 받으려고 노력한다. 또한 처벌을 받을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조심하여 전반적으로 조직 등이 원활하게 운용된다. 반대로 신상필벌이 지켜지지 않으면 조직 등은 눈치를 보며 복지부동하거나 무사안일에 빠진 사람들이 득세하여 능력과 품성을 갖춘 사람들을 소외시키거나 무력화시킨다. 결국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신상필벌의 원칙을 공직사회에 관철시킬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지도자가 신상필벌을 자신의 확고한 철학으로 삼아서 실천해야 된다. 이것만큼 중요하고 효과가 확실한 방법은 없다. 최고지도자가 신상필벌의 원칙을 한 번만 적용해도 공직사회는 바뀌기 시작하고 두세 번 반복해서 실천하면 전면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신상필벌의 반복된 실천은 비정상의 정상화와 상식의 정착을 가져온다.


한국의 고질적 병폐 중의 하나인 사회 전 부문의 안전 불감증을 해소하고 사고공화국의 오명을 씻으려면 공직사회가 사건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공직사회를 개혁하려면 최고지도자가 신상필벌의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한비자는 “옳은 것인데도 쓰지 않고, 틀린 것인데도 없애지 않으니 나라가 어지러워지고 망하는 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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