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이해찬, '혜경궁 김씨' 파문 이재명 놓지 못하는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이 혜경궁 김씨 스캔들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자 이를 두고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해찬 대표가 이재명 지사가 방남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만찬 회동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뉴시스

전당대회 신세 때문? 내분 방지위한 '신중론'?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혜경궁 김씨' 파문에 휩싸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 대표의 수동적인 자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이 지사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고, 이 대표 측은 당 내분을 방지하기 위한 '신중론'이라고 주장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의 이러한 '신중한' 입장에 대해 이재명 지사와의 관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9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서 민주당이 이 지사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해찬 대표가 이재명 지사한테 아주 큰 신세를 졌거나, 아니면 약점을 잡혔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며 "그런 이유가 아니면 설명이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 논란과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인 김혜경 씨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는 모습. /수원=임세준 기자

실제로 지난 8월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지사의 지지세력으로 알려진 조직 및 단체들은 이 대표를 적극 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재명 지지 조직들이 전당대회에서 다른 후보들 말고 이 대표를 도왔다"며 "이는 이미 정계에는 다 알려져 있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대표의 측근 인사들이 이 지사 취임 직후 경기도 도정에서 요직을 차지했다는 점을 근거로 이 대표와 이 지사의 관계를 밀착관계로 보는 이들도 있다.

이 대표와 재단법인 '광장'에서 함께 활동했던 이우종 씨가 지난 10월 경기도 문화의전당 사장에 임명됐고, 이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인 이화영 전 의원도 이재명 지사 취임식 이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임명됐다.

최근 이해찬-이재명-이화영 이 세 사람의 만남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15일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방남단과 만찬을 진행했다. 이해찬 대표는 만찬 뒤 리 부위원장의 숙소에서 비공개 회담을 갖는 등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효원로 경기도청에 출근해 혜경궁 김씨(@08__hkkim)가 경찰 수사결과 이 지사 부인 김혜경 씨로 지목된 가운데 입장을 밝히는 모습. /수원=이선화 기자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진행한 토론회에서 "이화영 전 의원이 평화부지사로 갔는지 몰랐다"며 "이재명 지사와 자신은 아무런 인연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어 "내가 대선 후보로 나왔을 때도 이재명 지사는 정동영 후보 쪽에서 일한 사람"이라고도 덧붙였다.

반면, 이해찬 대표는 전당대회 후보 시절부터 이 지사의 스캔들에 대해 미리 예단해서는 안된다는 '신중론'을 펼쳐왔다.

당시 경쟁 후보였던 김진표 의원은 일찍이 이 지사를 당내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이 대표의 이러한 신중론은 '친문'으로 불리는 온라인 세력들에게 많은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시 당 대표 토론회에서 이 지사뿐 아니라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수사에도 같은 입장이라며 '신중론'을 강조했다. 그는 "김경수·이재명 지사 두 분 다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예단해버리면 그때부터 내분이 생긴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지난 17일 '혜경궁 김씨(@08_hkkim)' 계정이 이재명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의 소유라는 경찰 수사결과가 나오자 일부에서는 이 지사의 민주당 제명과 경기도지사직 사퇴 요구 목소리가 상당하다. 이런 주장이 나오는 것은 앞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스캔들 이후 제명 당시와는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의 정무비서 성폭행 의혹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은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안 지사에 대한 제명과 출당조치를 신속하게 결정했다.

그러나 현재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 지사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9일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사자인 "검찰 기소 여부를 지켜본 뒤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다"라며 "이 지사 측이 부인하고 있는 만큼,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필요하면 당의 입장을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명 지사는 19일 오전 경기도청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제 아내가 (계정 주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정말 차고 넘치는데도 유사한 것들 몇 가지를 끌어모아서 제 아내로 단정한 것"이라며 "차고 넘치는 증거 중에서 이미 목표를 정하고 '이재명의 아내다'라고 맞췄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경찰 수사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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