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종 한국당 의원, 한유총과 정책 토론회 개최
[더팩트ㅣ국회=임현경 기자] "아유 이제 좀 속이 풀리네." "눈물 난다 눈물 나."
전국사립유치원 설립자 및 원장들은 14일 국회에 모여 사유재산권 보장을 역설하는 전문가와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이같이 외쳤다. 이들은 정부·여당의 '박용진 3법' 추진에 분노하고 때론 눈물을 흘렸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주관하고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사립유치원 이대로 지속한가?'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현장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립유치원 관계자 1000여 명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방문증을 발급받아 회의장에 입장하기까지 30분 이상이 걸렸고, 좌석이 부족해 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거나 밖에서 대기하는 이들도 다수 있었다.
이들은 당정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책'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인 사유재산권 보장을 침탈하는 국유화 과정의 일환"이라고 입을 모았다.
"학부모 지원금으로 명품백 산 건 아무 문제 없다!"
발제에 나선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장은 "'정부지원금으로 명품백을 샀다'라는 문장은 경제학자가 보기에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며 "극단적으로 보면 히틀러 시대의 괴벨스를 떠올릴 만큼 너무나 섬뜩했다. 문장에는 거짓이 하나도 없지만, 그 안의 내용을 모르는 대중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의사도 환자에게 돈을 받으면 그중 일부는 국가의 지원을 받지만, 개인적으로 뭘 샀는지 보고할 의무는 없다"며 "장관들이 받는 연봉 1억5000만 원은 정부 돈이 아니냐, 그 돈으로 장관이 명품백을 사면 안 되는 것이냐, 정부지원금도 수익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경제학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보조금이 아닌 지원금 지급이 학부모의 구매력을 증가시키고 교육 공급자들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논리였다.
박세규 변호사는 "사립유치원은 개인의 사유재산이 공공 목적 영역에 제공된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 헌법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 110년 동안 제재 없다가 2013년 정부지원금 지급 이후 이렇게 갑자기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건 '코페르니쿠스(천동설이 진리였던 시대에 지동설을 주장했던 폴란드 천문학자)적 전환'"이라며 "지금까지 정부를 믿고 사유재산을 투자한 사립유치원에게 엄청난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원장·가족 급여 문제 정당성 있는 방안 마련해야."
사립유치원 내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장진환 공평보육·교육실천연대 상임대표는 "제가 보니 어린이집 원장은 월 500만 원을 못 받는데, 유치원은 2000만 원을 넘게 받는 사례도 있다"며 "당당히 사유재산권을 보장받고 싶다고 하신다면, 원장 급여의 적정선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상임대표는 "원장 가족에 대한 급여 지급 형태도 문제"라며 "다른 교사는 호봉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데, 원장의 자녀는 월 300만 원을 넘게 가져간다, 이런 건 자율정화 측면에서 내부 지침을 만들어 이번 기회에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여러분 내에서도 경영자에 대한 보수 적정성, 비근무 직원 급여 자제 등 정당성 부분을 전문가들과 시간을 갖고 만들어내야 사람들도 '사람유치원 말이 타당하다'라고 하면서 사회적 대화의 장이 마련될 것"이라 전망했다.
"생각 있는 엄마들은 사립유치원 원해…맞벌이로 교육비 남아도는 지경."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론이 나쁘다는 것은 거짓이며 대부분 학부모는 오히려 초·중·고등학교가 사립유치원처럼 운영되길 바란다'는 반박을 제기했다. 이경자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우리는 그동안 사립유치원에만 만족했었다.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낼 때가 되면 초등학교가 제발 유치원만 같기를, 평준화되지 않기를 바랐다"며 "그런데 지금 유치원까지 획일화하겠다는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초·중·고등학교가 망가진 것을 어떻게 살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유치원에 불을 지피면서 기회를 이용해 망가진 초·중·고등학교를 살려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공동대표는 비리유치원 명단 공개에 앞장선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을 두고 "가짜 엄마"라고 비난했다. 그는 "학부모 운동 20년 동안 듣도보도 못한 단체고, (공동대표인) 장하나 전 국회의원은 동성애 운동에 앞장서서 국회의원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며 "그 사람이 겨우 20~30명을 데리고 언론과 부화뇌동하며 날뛰고 있고, 우리가 인정하지도 않는 형편없는 교육부 장관 유은혜가 엄포를 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은 언론에 선동된 것이지 사실은 좋다"며 "뭣 모르는 엄마들은 가격이 싸니까 국공립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려고 한다는데, 생각 있는 엄마들은 그러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엄마·아빠 둘이 벌어서 자식이 한 명, 많아야 두 명인데 교육비가 남아도는 지경이 아닌가"라며 "엄마들은 사립유치원에 보내고 싶어 환장하는데, 똑같은 교육을 받으라니 미친 것이냐"고 역설했다.
이 공동대표가 말을 마치자, 현장이 떠나갈 듯한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에 좌장을 맡은 최철용 전 강동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는 "이분이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이유는, 여기 계신 분들의 마음과 같아서 일 것"이라며 힘을 실었다.
"국가가 두려워하는 유일한 대안은 문 닫는 것!"
교육부가 지난 13일 공개한 '사립유치원 원아모집 중지·폐원 발생 현황(12일 오후 5시 30분 기준)'에 따르면, 전국 사립유치원 60곳이 폐원 신청 또는 학부모와 폐원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원 승인을 받은 곳인 인천과 충북 각각 1곳이지만, 폐원을 위해 학부모와 협의 중인 곳은 서울 22곳을 포함 전북 6곳, 경기·충남·대구 각각 4곳, 인천·강원·울산 각각 2곳, 경북·부산 각각 1곳 등 총 48곳이다.
이날 토론회에서의 세력 집결을 계기로 더욱 많은 사립유치원이 폐원을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석호현 전 한유총 회장은 토론회가 끝난 뒤 관계자들을 만나 '폐원만이 유일한 대안"이라 강조했다. 석 전 회장은 어려운 처지를 호소하는 다른 원장들에게 "문을 닫는다고 해라. 아직 늦지 않았다. 이번 달이 넘어가면 끝이다"며 폐원을 종용했다. 그는 "우리가 끌려가는 건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서서히 공공화되며 모든 재산을 빼앗길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힘이 있을 때 문을 닫아야 한다. 국가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그것 아니냐, 난리가 날 것이다"고 장담했다. 그는 "20대 국회 때 해야 한다. 지금 이 타이밍을 놓치면 아무것도 못 한다"며 현시점이 법안 개정의 적기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석 전 회장은 앞서 신학용 전 국민의당 의원에게 사립유치원에 유리한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며 대가성 뇌물을 건넨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김순례·정양석·최교일·홍문종 한국당 의원과 손진영 국회 입법정책연구회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홍문종 의원은 "여기 의원들이 오기까지 무지하게 힘들었다"며 "교육자로서 양심을 가지고,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을 한다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