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유치원 관련 법안 따로 발의 예정…'시간 끌기' 논란
[더팩트ㅣ국회=임현경 기자] "논의는 계속해야겠지만, 잘 모르겠다."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박용진 3법'이 심사 과정에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해무와 맞닥뜨려 난항을 겪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12일 오전 10시 법안심사소위 회의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을 심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에서부터 목소리를 높이며 논쟁을 벌였다. 결국, 오전 회의 내내 법안을 심사하지 못한 것은 물론, 구체적인 쟁점조차 논의하지 못했다.
박용진 의원은 오전 회의가 끝난 뒤 현장을 빠져나가며 "자유한국당이 약간 논의를 안 하려고 하는 스탠스(입장)는 그대로인데, (조승래) 위원장님이 진행을 시작하셨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박용진 3법을 이날 심사하지 않으려 했으나 논의 끝에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조승래 법안소위원장은 "한국당이 12월쯤 법안을 낼 테니 그때 (3법과) 같이 논의하면 어떻겠는가 하는 의견이 있어서 (다른 위원들) 의견을 쭉 들어봤더니 계속 심사하자는 의견이 많아 그냥 심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쟁점', '한국당의 법안 발의 계획', '당일 내 심사 마무리 가능성' 등에 관한 질문에 "논의를 해봐야 알 것"이라는 답으로 일관했다. 그는 "논의를 해봐야 쟁점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알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논의를 하자고 말씀드렸던 것"이라며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한국당이) 어떤 의견을 담고자 하는지, (개정)안이 무엇인지를 모르겠다. 검토 중이라고만 말씀하신다"고 토로했다.
◆ 박용진"한국당, '침대축구'식 작전" vs 한국당 "허위사실 유포 유감"
민주당과 한국당, 양당은 법안심사 전날인 11일에도 법안 처리 속도를 두고 부딪쳤다. 박 의원은 당시 시민단체들의 '박용진 3법(유치원 3법) 연내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은 시간끌기 작전 말고 적극적으로 심사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한국당이) 박용진 3법에 대한 찬반이 없는 것 같은데 그게 걱정"이라며 "한 골을 넣고 '침대 축구'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시간끌기나 침대축구식 작전이 아닐까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국당은 같은 날 송희경 원내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유치원법' 개정에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한국당은 "우리 자유한국당은 유치원의 투명한 회계처리 및 사립유치원의 공정한 운영에 대해 개정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다시 개정하는 일이 없도록, 또한 졸속 개정으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라 부연했다.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시민 눈높이 맞춰야"…시민단체 "한국당, 한유총 비호 말라"
시민단체는 이를 두고 "문제의 시급성과 국민들의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교육위 소속 의원들은 박용진 3법의 심의를 지연하고 있으며, 심지어 한국당 의원들은 별도 법안을 내놓겠다는 핑계로 심의조차 거부하는 상황"이라고 규탄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같은 날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이 '유피아(유치원+마피아)' 3법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면, 법안을 심의·의결해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킨 뒤 자체 법안을 발의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게 아니라면, 한국당은 법 개정에 반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입장만 대변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이들은 "유피아 3법 통과 지연이 계속된다면, 국회 내 한유총 비호세력의 민낯을 공개할 것"이라며 "이 법을 당론으로 발의한 민주당도 무능함에 대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 경고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역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의 조속한 3법 통과를 촉구했다. 조 교육감은 "이제 국회의 결단만 남았다"며 "우리 시민의 높아진 눈높이에 걸맞은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유치원의 운영을 좀 더 투명하게 만들자는 너무나 상식적인 일도 힘들다"며 "학부모님들이 직접 나서서 서명도 받고, 기자회견도 열고, 국회에 전화도 돌려야 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시민의 대표들이 이런 일도 똑바로 처리 못해 매번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야 되느냐는 비판은 정말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국회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조 교육감은 끝으로 "좌고우면(左顧右眄,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임)할 필요 없이 의원들이 시민 지지를 믿고, 저희와 함께 동행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