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범죄 심리학자들이 연구해야 할 대상" 비난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좌파들은 내가 하지도 않은 46년 전 하숙집에서 있었던 '발정제' 사건을 덮어 씌워 '홍발정'이라고 조롱하고 있습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적은 내용 중 일부다. 지난 2017년 제19대 대선 과정에서 불거지며 시끄러웠던 '돼지발정제' 논란에 대한 홍 전 대표의 입장은 상당히 억울한 듯 하다.
홍 전 대표 돼지발정제 논란의 진원지는 자신의 자서전이다. 해당 자서전엔 '돼지흥분제 이야기'라는 제목의 에피소드를 담겨 있다.
"대학 1학년 때 고대 앞 하숙집에서의 일이다. 하숙집 룸메이트는… 같은 대학 가정과에 다니는 여학생을 지독하게 짝사랑하고 있었다… 그 친구는 무슨 결심이 섰는지 우리에게 물어왔다… 우리 하숙집 동료들에게 흥분제를 구해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 하숙집 동료들은 궁리 끝에 흥분제를 구해 주기로 했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고 비장한 심정으로 출정한 그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그 흥분제가 엉터리라는 것이었다… 여학생을 생맥주 집에 데려가 그 여학생 모르게 생맥주에 흥분제를 타고 먹이는데 성공하여 쓰러진 그 여학생을 여관까지 데리고 가기는 했는데 막상 옷을 벗기려고 하니 깨어나서 할퀴고 물어뜯어 실패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럴리 없다. 그것은 시골에서 돼지 교배를 시킬 때 먹이는 흥분제인데 사람에게도 듣는다고 하더라… 다시 돌아가면 절대 그런 일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다. 장난삼아 한 일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검사가 된 후에 비로소 알았다."
요약하면 홍 전 대표가 같은 하숙집 친구의 짝사랑을 돕기 위해 '흥분제'로 알려진 돼지발정제를 구해다줬다는 것이다. 그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홍 전 대표는 '우리'란 주어를 사용해 고민 끝에 흥분제를 구해줬다고 적고 있다. 이어 홍 전 대표는 친구가 흥분제를 짝사랑하는 이성에게 먹이기로 계획한 날을 '결전의 날'로 표현했다. 또 친구가 '비장한 심정'으로 '출정'했다고 적었다.
홍 전 대표는 친구로부터 전해들은 구체적인 상황도 묘사하고 있다. 친구는 맥주에 흥분제를 타 먹였고 쓰러진 여학생을 여관까지 데리고 갔다. 그리고 옷을 벗기려고 했더니 여학생이 깨어나 '실패'했다. 친구가 실패를 원망하자 '우리'는 돼지흥분제가 시골에서 돼지 교배를 시킬 때 먹이는 흥분제이고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확인한 바 있다고 분명히 적었다.
홍 전 대표는 대선 당시 논란이 커지자 '다른 대학 학생들끼리 한 얘기를 내가 관여한 듯이 써놓은 것'이라고 해명을 내놨다. 대선 이후로도 스스로 해당 내용을 직접 언급하며 입장을 표하고 있다. 지난 10월엔 SNS를 통해 '돼지발정제 사건은 좌파들의 상징조작, 이미지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의 계속되는 해명에도 논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논란 직후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다른 후보들은 홍준표 당시 한국당 후보와 토론을 거부했다. 그 중엔 역시 보수진영으로 분류됐던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있었다.
유 후보는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네거티브'를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본인 손으로 자서전에 '돼지흥분제 이야기'라고 소제목까지 달아서 성폭력 모의한 것을 직접 자서전에 썼다"며 "성범죄에 가담하고 버젓하게 자서전에 쓰다니 범죄심리학자들이 연구해야 할 대상"이라고 홍 전 대표를 맹비난했다.
한편 지난 6월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 해외로 떠났다가 약 세달여 만에 돌아온 홍 전 대표는 최근 SNS를 통해 정치권과 당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활발히 내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에 출마할 가능성 등이 제기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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