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비하인드] 윤창호 친구들 만난 김병준·손학규·배현진의 '고백'과 '말실수'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세 번째)과 배현진 비대위 대변인은 윤창호법 제정을 추진 중인 윤 군 친구들과의 면담에서 뇌사상태인 윤 씨에 대해 고귀한 목숨을 잃은 사건, 음주운전으로 젊은 생명 등이라고 사실관계가 틀린 발언을 해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5일 윤 씨의 친구들이 윤창호법 제정과 관련해 김 위원장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국회=이새롬 기자

사실관계 파악도 못 해 '목숨을 잃은' '희생' '음주운전 고백'…뒤늦은 사과

[더팩트ㅣ국회=박재우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5일 음주운전 피해자 윤창호 씨의 친구들을 각각 면담한 자리에서 기대 이하의 발언으로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려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들은 넓은 의미에서 꺼낸 말이었겠지만, 발언 자체는 피해자 윤 씨의 현재 상황에 관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인정한 꼴이 됐다.

이날 '윤창호법' 제정을 추진 중인 윤 씨 친구 4명은 김 위원장과 손 대표에게 ▲윤창호법의 조속한 통과 ▲윤창호법 관계법 적극 검토 ▲양형 기준 형평성 문제 국회에서 논의 ▲ 윤창호법 올해 통과 목표 ▲초월회(5당 대표-국회의장 만찬)에서 '윤창호법' 촉구 모두발언 등 5가지를 일목요연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사실관계 미확인으로 윤 씨의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하는 한편, 뜬금없는 자기 고백과 유체이탈 화법으로 공분을 사고 있다.

먼저 배현진 한국당 대변인은 윤 씨 친구들의 김병준 비대위원장 면담을 진행하면서 "윤창호 군 음주운전 사고는 고귀한 목숨을 잃은 사건"이라며 사실관계가 어긋난 발언을 했다.

음주운전 피해자 윤창호 군의 이름을 딴 윤창호법 제정을 추진 중인 윤 군 친구 김민진(왼쪽) 씨 등 3명이 5일 국회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면담을 하는 모습.

지난 9월 군 복무 휴가 중이던 윤 씨는 부산 해운대에서 음주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로 한 달 넘게 입원 중이다. 배 대변인은 윤 씨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발언한 것이다. 뇌사상태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윤 씨가 사망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김병준 위원장도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라며 "음주운전으로 젊은 생명이 그렇게 희생됐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음주운전에 의해서 희생된 사람은 제 주변에서도 있었다"며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희생'이라는 단어는 '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해 자신의 목숨, 재산, 명예, 이익 따위를 바치거나 버림. 또는 그것을 빼앗김' '사고나 자연재해 따위로 애석하게 목숨을 잃음' 등의 뜻이다. 윤 씨로 인해 음주운전 사고와 관련한 처벌강화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맞지만, 이를 위해 윤 씨가 현재 상황에 이른 것은 아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희생' 발언은 잘 못됐으며 올바른 표현은 '음주운전에 따른 피해자' '안타까운 피해자' 등이 바르다고 할 수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윤상호법 제정 촉구를 위해 찾은 윤 씨의 친구들 앞에서 돌연 자신의 음주운전 사실을 고백해 논란이다. 5일 국회에서 음주운전 피해자 윤창호법 제정을 추진 중인 윤 군 친구들과 면담을 하는 손 대표. /국회=이새롬 기자

바른미래당에서도 품위 없는 발언은 계속됐다. 손학규 대표는 윤 씨의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에서 요즘은 음주운전을 조심하지만…"이라면서 "나도 젊었을 때는 음주운전을 좀 했다"고 뜬금없는 고백을 했다.

이어 "최근 국회의원 음주운전이 다행히 다른 사람 신고를 해서 사고를 내진 않았지만, 음주운전 사고는 생명이 달린 것이고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용주 의원의 음주운전으로 윤 씨 친구들의 배신감이 큰 상황에서 손 대표가 과거의 음주운전 이력을 밝히는 것이 적절했는지는 따져볼 문제로 보인다.

손 대표는 자신의 음주고백에 뻘줌했는지 윤 씨의 친구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 발언으로 인해 친구들의 마음에 상처를 받았는지 우려됐다"며 직접 사과를 했다고 알려졌다.

윤 씨의 친구들이 적극적인 활동으로 '윤창호법' 입법을 이끌어낸 것에 비해 정치인들의 품위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한편 '윤창호법' 공동발의자로 참석한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이 음주운전에 적발되고 난 뒤 진행한 인터뷰에서 태도가 문제가 됐다. 이 의원은 1일 "음주운전 처벌 강화 관련 법안이 발의됐고, 그 법안에 동의한 국회의원으로서 창피스럽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있지 않도록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께서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해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이 발언을 두고 이 의원이 자신의 잘못을 '경각심'이라는 말로 둔갑시켜 희석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가중처벌과 음주 수치 기준을 강화하는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으로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사망하게 할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최소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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