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vs 드루킹 측, 양측 주장 정면 배치…진실은?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이원석 기자] 김경수 경상남도지사와 '드루킹' 김모 씨의 댓글 여론 조작 의혹 관련 첫 공판이 29일 열린 가운데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김 지사와 드루킹 간에 주고받은 텔레그램(메신저) 메시지 캡처 화면을 공개했다. 여기엔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기사 URL을 보내자 김 씨가 이를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이 속한 채팅방에 옮기는 정황이 담겼다. 김 지사 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성창호) 심리로 열린 공판엔 김 지사를 비롯해 드루킹의 측근이자 공범인 경공모 핵심 회원 '서유기' 박모 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박 씨는 드루킹 일당의 자금 조달과 사무실 운영,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 운영 등을 담당한 핵심 인물로 알려졌다. 현재는 드루킹과 함께 구속기소 된 상태다.
특검팀이 공개한 메신저 캡처본에 따르면 드루킹은 김 지사로부터 기사 URL을 받은 뒤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답했고, 이후 경공모 회원들에게 이를 전달하면서 'AAA'를 덧붙였다. 드루킹은 "A다 얘들아", "이거 놓쳤다, 빨리 처리해" 등 지시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박 씨에게 'AAA'의 뜻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박 씨는 "김 지사가 보낸 기사이니 우선 작업하라는 뜻"이라고 답했다. 드루킹은 지난 5월 2일 메시지에선 기사 URL을 올리며 'AAAAA'라고 적기도 했다.
박 씨는 킹크랩 개발 계기에 대해선 지난 2016년 8~10월 '송민순 회고록' 사건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2016년 10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참여정부가 2007년 북한에 의견을 물어본 뒤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졌다"고 주장했고, 이는 당시 야당의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힌 문재인 전 대표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박 씨는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 참관 의혹에 대해서도 '김 지사가 시연을 보기 위해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을) 방문하니 준비하라고 했고, 김 지사 방문 다음 날 (김 지사가) 킹크랩 사용을 허락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박 씨는 김 지사에게 댓글 조작 프로그램 작동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다.
김 지사 측은 내내 드루킹 측의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드루킹 일당이 허위 내용에 대해 입을 맞추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직접 공판에 참석한 김 지사는 처음 법정에 들어서서는 특검팀과 인사를 나누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었지만, 박 씨의 진술 등을 들으며 표정이 다소 굳어지기도 했다.
앞서 김 지사는 이날 오전 법정에 출석하면서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새로운 여정을 다시 시작한다"며 "지금까지 조사 과정에서 그래왔듯 남아있는 법적 절차도 충실하고 성실하게 이행하겠다. 재판 과정을 통해 모든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취재진이 '드루킹이 토사구팽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지금까지 사건에 대해 여러 차례 밝혔고, 그 내용이 사실과 다를 바 없다"고 부인했다. 킹크랩 시연회 참석 의혹에 대해선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 본 적도 없고, 사실 관계도 다르다"고 답했다.
한편 김 지사가 법원에 출석하는 건 지난 8월 17일 구속영장 실질심사 이후 73일 만이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이번 사건을 재판에 넘긴 이후로는 첫 출석이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공판준비기일을 열었지만,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김 지사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김 지사가 드루킹과 그 일당에게 댓글 여론 조작을 지시했다는 이번 의혹은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불거졌지만 법적 다툼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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