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안팎 커지는 갈등 '이를 어쩌나'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자유한국당이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진 모습이다. 출범한 지 100일이 넘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의 혁신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고, 최근 들어 꺼낸 '보수대통합'은 시작은커녕 갈등만 키우고 있다.
최근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전권을 달라'는 전 위원의 요구도 흔쾌히 수용하며 인적쇄신 칼날으로써 전 위원을 깜짝 영입했지만, 얼마 전엔 전 위원을 향해 "(전 위원 발언들로 인해)혼란이 많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는 최근 전 위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비대위 입장과는 다른 '단일지도체제'를 주장한 것과 일반적으로 극우 단체로 여겨지는 '태극기 단체'에 대해 "극우가 아니다"라고 옹호한 것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풀이됐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나는 정부에도 있어 봤기 때문에 되도록 구별해서 얘기를 하는데 전 위원의 경우 평론가 내지는 학자로서 의견을 피력하는 부분과 특위 위원으로서 피력하는 부분이 구분이 잘 안 돼 있다"고 말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전 의원의 일부 의견에 대해 '학자로서 의견'으로 일축한 것이다.
비대위와 차기 보수 주자 후보군으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표 간의 갈등도 보인다. 비대위는 최근 황교안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현재는 당 외부에 있는 인사들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며 조명을 비췄다. 상대적으로 홍 전 대표와 김무성 의원 등 이름은 계속해서 거론되지만 반대 여론이 있는 보수 인사들에 대해선 '책임론'과 함께 약간의 부정적 평가를 내리며 배제하는 듯한 분위기도 포착됐다.
이에 홍 전 대표 "최근 당내 일부에서 나를 두고 시비를 거는 것을 보고 여태 침묵하였으나 더 이상 침묵하는 것은 당을 위해서나 나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이 돼 한 말씀 드린다"라며 발끈한 듯 입을 열었다.
홍 전 대표는 SNS를 통해 "나는 친박·비박으로 당이 붕괴돼 대통령이 탄핵되고 구속된 후 (지지율) 4%밖에 되지 않던 정당을 맡아 대선에서 단기간에 24% 정당으로 만들었다"며 " 웅덩이 속의 올챙이처럼 오글거리며 당 안에서 서로가 엉켜서 서로를 할퀴는 어리석은 행동은 당을 더 어렵게만 할 뿐이다. 지금은 모두 힘을 합쳐 나라 체제 변경을 시도하는 문재인 정권에 대항할 때"라고 했다. 이는 자신을 향한 비대위의 부정적 평가에 대한 반발로 분석됐다.
'보수대통합'도 먼 얘기로 들린다. 오히려 통합 논의 당사자들끼리 언쟁만 붙었다. 전 위원과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태극기 단체'에 대한 견해를 놓고 충돌했다.
전 위원이 태극기 단체를 옹호한 것에 대해 하 최고위원은 "전 위원은 보수대통합이 아니라 보수대공멸의 주범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며 "태극기 부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류도 없고 죄도 없고, 죄를 지울 수도 없다는, 즉 박 전 대통령을 수령으로 모시는 개인 숭배집단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이에 전 위원은 "보수 궤멸의 주범이라고 했는데, 주범의 '범'자는 범죄의 '범'자다. 그 표현을 잘못 쓰면 상대방의 감정을 해치게 된다. 내가 만약에 하 최고위원이야말로 보수 궤멸의 주범이라고 하면 기분 좋겠느냐"고 따졌다. 그는 또 "나는 저 당(바른미래당)이 어디에 있고, 얼마나 큰지는 잘 모른다"며 "그리고 저 당이 스스로 보수라고 얘기한 적이 없지 않나. 그런데 내가 보수 단일대오 만들자고 하니까 왜 저 당에서 발끈하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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