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를 분주하게 했던 국회 국정감사가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번 국감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역시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였는데요, 많은 학부모와 국민들이 감춰져 있던 사립유치원 비리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번 주 한 정치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천재'라고 극찬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현재는 바른미래당에 속해 있는 이언주 의원 이야기입니다,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이 의원의 180도 달라진 모습에 정치권에서도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코너를 진행합니다. [TF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부글부글' 안민석 위원장, 도와주는 동료가 없네
[더팩트ㅣ정리=이원석 기자] -'국회의 꽃' 국감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막바지라 그런지 초반보단 잠잠한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불거졌던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는 여전히 시끄러운 것 같은데요, 많은 학부모, 국민들이 참담한 심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도 이 건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취재해보았는데요, 이 얘기부터 한번 해보겠습니다.
◆'한유총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원실 보좌진이 박용진 의원실에?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사립유치원 비리 폭로가 연일 뜨겁습니다. 그런데 박 의원실 보좌진 중 사립유치원과 관련한 특별한 사연을 가진 보좌관이 있다고요?
-네, 현재 박 의원실에 있는 한 보좌관은 과거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아 유죄를 선고받은 신학용 전 의원실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2013년 신학용 당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출판기념회 찬조금 명목으로 한유총으로부터 3360만 원의 입법 로비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 전 의원은 지난해 7월 대법원 판결에서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그렇다면 그 일과 해당 보좌관이 연관이 있다는 것인가요?
-아닙니다. 당시 한 보좌관은 한유총으로부터 돈을 받아 신 전 의원에게 전해준 것으로 확인됐는데, 현재 박 의원실에 있는 해당 보좌관은 직접적으로 그 일과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이 보좌관도 옆에서 그런 사실들을 듣고 봤을 것으로 추정되고, 따라서 이번 일과 같은 유치원 비리 문제에 대해 아마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당 보좌관은 아무래도 이번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 폭로에도 상당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보좌관은 박 의원에게 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해 강력하게 얘기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신 전 의원 사건 관련해 다른 인물들도 눈에 띈다면서요? 어떤 내용입니까.
-한유총 전 회장 출신인 A 씨는 신 전 의원에게 3360만 원의 입법 로비 뇌물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뇌물공여죄로 3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A 씨가 현재 자유한국당 지역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그 지역 한국당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 한유총과 정치권의 유착에 대해서도 의혹이 있는 만큼 주목할 만한 사안으로 보입니다.
◆'갑분싸'된 문체위 국감, 안민석 위원장의 '참을 인(忍)'
-지난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민석 문화체육 위원회 위원장이 분노하면서 국감장이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다)' 됐다던데 무슨 일입니까?
-네, 이날 국감엔 곽용운 대한테니스협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고 안 위원장이 직접 질의를 통해 곽 회장의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곽 회장은 혈연, 지연 관계가 있는 이들을 채용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당당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또 안 위원장의 질문 공세가 이어지자 상당히 불만 섞인 목소리로 대응했습니다.
-안 위원장이 급기야 "곽 회장이 답변한 것에 대해 법적인 규정의 검토를 하겠다"고 말하자 곽 회장은 "그렇게 하라"고 맞받아쳤습니다. '할테면 해보라'는 말투였죠. 순간 국감장 분위기는 싸해졌습니다. 안 위원장은 매우 굳은 얼굴로 분노를 삭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안 위원장은 "15번 국감을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잠시 정회하고 진정 좀 하겠다"며 국감을 잠시 중단시켰습니다.
-사실 곽 회장은 워낙 이전에도 말이 많았던 인물입니다. 그는 박근혜 정부였던 지난 2015년 7월에 취임했는데, 낙하산 인사, 자격 부족, 경력 위조, 다단계 사업 논란 등 다양한 의혹을 갖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박근혜 정부와 관련성이 있는 사람이기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많은 관심을 쏟았던 안 위원장으로선 더욱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국감 때 국회의원들이 화가 나서 고성을 지르고 증인을 윽박지르는 장면도 많은데, 안 위원장은 그런 모습을 보이진 않았네요. 사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공인인 국회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들에 대해선 부정적인 얘기가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억지로 분노를 참는 안 위원장의 모습에 긍정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또, 의외였던 것은 증인의 태도에 다른 위원들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평소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태도를 보이거나 실소하는 모습에 대해서는 주의를 주거나 단상에 세워 면박을 주었는데요. 이번 안 위원장과 곽 회장의 설전에서는 여야 의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으면서 안 위원장이 외로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박정희 천재" 이언주 의원 바라보는 당내 시선?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천재적이다', '그런 대통령이 있었던 것은 국민에게 행운이다'라고 극찬해 화제가 됐죠?
-네, 역사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평가가 극명히 갈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이 의원의 발언이 더욱 주목받은 것은 이 의원이 한때는 민주당에 속했던 정치인이었기 때문인데요. 민주당에서 원내대변인 등 다양한 직책을 맡기도 하고, 당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논평을 냈던 이 의원이 180도 태도를 바꾼 것에 다들 놀라는 분위기입니다.
-당내에선 이 의원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이 의원의 모습을 보면 민주당 출신이라는 게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네, 그래서 당내 관계자들, 정치권 인사들 몇몇 분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는데요, 대체적으로 좋은 소리가 나오지는 않더라고요. 특히 과거 이 의원과 함께 일했던 한 인사는 웃으며 "이 의원의 마음이 이해간다. 하지만 난 그렇게 정치를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아마 민주당에서 (그런 말을) 참느라 고생 좀 했을 거다. 자기에게 딱 맞는 옷을 찾아가는 여행 중이신 것 같다. 잘 어울린다"고 꼬집었습니다.
-이 의원의 박 전 대통령 발언이나 태도를 볼 때 자유한국당으로 가기 위한 포석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사실 이미 이 의원의 추후 행보에 대해 한국당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그런 질문들에 딱히 긍정도, 부정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인데요. 요새 이 의원이 최근 부산 영도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곳은 현재 김무성 한국당 의원의 지역구인데, 김 의원은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입니다. 즉, 한국당에선 아직 다음 주자가 없는 상황인 것인데, 마침 그곳이 이 의원의 고향이기도 하거든요. 따라서 정치권에선 이 의원이 부산 영도구에서 한국당 후보로 출마를 계획하고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20일간의 국정감사도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과거와 달라진 것 없는 국정감사를 보면서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국회의원들의 깊은 성찰이 필요해 보입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는데요, 이런 국회의 모습에 국민의 마음은 더 추워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임현경 인턴기자(이상 정치플러스팀), 임영무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임세준 기자, 이동률 기자, 김세정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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