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박정희 천재"라는 이언주, 3년 전 생각 180도 바뀐 까닭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천재적이라고 극찬해 화제다. 사진은 지난 12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홍종학 장관에게 질문하는 이 의원. /이동률 기자

이언주의 박정희 극찬, 민주당 원내대변인 시절 발언과 큰 차이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지난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은 일제의 피해 당사자들의 동의도 없이 제멋대로 한일협정을 강행한 바 있다." vs "박정희 대통령 같은 분이 그래도 역대 대통령 중에선 굉장히 천재적인 분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 경우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두 발언 모두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의 것이다. 앞의 발언은 지난 2015년 이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시절 낸 논평의 일부고, 다음 발언은 지난 22일 보도된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에서의 발언이다. 두 발언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이 의원의 평가가 180도 달라지면서 그 이유에 이목이 쏠린다. 정치권에서도 불과 3년 만에 이 의원의 박 전 대통령 평가가 바뀐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을 내놓는다.

현재는 중도 보수 성향의 바른미래당에 속한 이 의원은 과거 민주당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이 의원은 제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경기 광명을에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고 이후 원내대변인,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여러 차례 맡았다.

"박승춘 보훈처장은 2011년 말에 박정희를 찬양하고 유신에 반대한 민주화 운동을 종북 활동으로 감히 폄하한 DVD 동영상을 배포해 물의를 빚었다." (2013년 6월 20일)

"'박정희의 유산', 7인회의 멤버로 활동했던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의 신임 비서실장 임명은 국민을 아연실색케 한다. 김 신임 비서실장은 유신 정권 공안검사였으며, 한국 헌정사의 최대 오욕 중 하나인 72년 유신헌법의 초안 작성자로 지목된 바 있는 인물이다." (2013년 8월 5일)

이 의원은 지난 2015년 12월 원내대변인 시절 논평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정면 비판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정부와 여당이 자화자찬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피해자들을 외면한 비정상적인 위안부 합의, 과연 이 정부는 제정신인가"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일협정을 언급,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이 일제 피해자들의 동의도 없이 제멋대로 한일협정을 강행했고 "이 협정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개인에 대한 배상책임이 소멸됐다고 주장하는데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이언주 의원은 지난 2012년 제19대 총선에 민주통합당 경기 광명을 후보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문병희 기자

이 의원은 원내대변인 시절 또 다른 논평에서 박 전 대통령 시절을 '악몽'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현기완 청와대 정무수석이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선거법보다 노동 5대 악법과 경제활성화법 등을 먼저 직권상정 해달라'고 요구한 것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대놓고 국회를 무시하다 보니, 이젠 청와대의 수족들까지 나서서 요건도 되지 않는 직권상정을 해달라며 떼를 쓰고 있다"며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 긴급조치를 통해 국회를 해산시켰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정부·여당이 설마 그것을 추억으로 삼고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고 했다.

3년 뒤, 이 의원은 소속도 바뀌었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이 의원은 지난 2017년 제19대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이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하면서 현재 이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이 됐다.

최근 이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천재적'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박종진 전 앵커와 의원내각제와 대통령제를 놓고 대담을 나누면서 "생각해보면 외교·북방·경제까지 세상이 얼마나 복잡한가. (대통령은) 이걸 정말 완벽하고 전지전능하게 알아야 하는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통찰력이나 역사관에서, 경제나 여러 가지를 미래를 꿰뚫어 본다는 측면에서 천재에 가까웠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이런 대통령이 우리 역사에 나타난 것이 우리 국민에겐 굉장히 행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선 "노코멘트"라며 답을 피했다.

앞서 민주당 원내대변인 시절엔 일제 피해자들이 배상책임을 받지 못한 빌미를 제공한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더니, 이후 진영을 옮겨선 박 전 대통령의 존재가 국민에게 행운이라고 하는 이 의원의 발언엔 분명한 모순이 있어 보인다. 한 익명의 여권 관계자도 <더팩트>와 만나 "평가는 자유지만 독재 등의 많은 과오가 있는 인물에 대해 '국민 행운'이라는 발언은 심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언주 의원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발언과 관련해 평가는 자유지만 독재 등의 많은 과오가 있는 인물에 대해 국민 행운이라는 발언은 심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지난 5월 소상공인연합회 생존권 보장 결의대회에 참석해 발언하던 이 의원. /남윤호 기자

한편 이 의원은 최근 여권을 향해서 수위 높은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9일 SNS를 통해 "이해찬 (민주당 대표)을 비롯한 민주당 집권세력은 북한의 김정은 3대세습 공산독재정권이 동지이고 남한의 보수가 주적인 모양"이라며 "이들은 자유민주주의나 자유시장경제체제와 공존이 가능한 북유럽식 좌파가 아니라(유럽의 좌파는 동구권 몰락 이후 변했지요), 세계 유일의 세습공산독재정권인 북한과 맥을 같이 하는 시대착오적 체제변혁론자이자, 이미 몰락해버린 중국 문화혁명기 또는 소련 스탈린 식의 좌파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조승현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 제19대 국회의원, 민주당 제20대 국회의원,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민주당 원내부대변인, 민주당 원내부대표,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 등을 지낸 이 의원이 거짓으로 자신의 친정이었던 민주당에 대한 명예훼손을 하고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있는 것과 다름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조 부대변인은 "이 의원이 자신의 고향이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에 자주 발걸음을 한다'고 언론이 비꼴 정도면, 혹시라도 차기 총선을 위해 보수우익의 전사로 부활을 꿈꾸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라며 "역사에서 갈지(之)자 행보의 말로를 배우지 못한다면 정치인으로서 자격은 없다. 촛불혁명에서 사필귀정을 깨우치지 못했다면 정치인으로서 미래는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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