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브레인'에서 "文대통령은 北 에이전트'" 발언하기까지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취임 100일을 맞은 가운데 한때는 노무현 정부의 핵심 인사였던 김 위원장의 완벽한 '변신'에 대한 평가가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캠프 정책자문단장을 비롯해 참여정부에서 정책실장,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 장관 겸 부총리 등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의 '핵심'으로 일했던 그가 지난 7월 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 선임된 것에 정치권은 의아해했다.
김 위원장을 지명할 당시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김병준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 맡아 참여정부 정책 혁신 주도해왔다. 학자적 소신으로 냉철한 현실 인식과 날카로운 비판 정신 발휘할 분"이라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게 투철한 현실 인식과 치열한 혁신인 만큼 김 교수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진보 진영 인사인 김 위원장을 기용해 국민으로부터 질타받는 당의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파격적 결심으로 들렸다.
다만 한국당 내부 일각에선 우려도 제기됐다. '진보 진영 핵심이었던 김 위원장이 당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였다. 김 위원장 선임이 진보 진영 인사를 데려다 놓고 혁신하는 척만 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관계자는 이날(24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쓴웃음을 지으며 "김 위원장은 완벽하게 한국당원으로 변신했다. 참여정부에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라며 "취임 이후 김 위원장의 발언, 행보를 보면 한국당 입장에선 비대위원장으로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문재인 정부를 '국가주의적'이라고 평가하며 작심한 듯 각을 세웠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국가주의적 성향이 짙다. 시장에 맡길 것은 맡겨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학교 내 커피 등 고카페인 음료 판매를 금지한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해선 "참여정부 같으면 누가 발의했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을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2일엔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국가안보특별위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괴감이 느껴질 정도로 북한의 에이전트가 돼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여권에선 즉각 반발이 일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향해 북한의 에이전트라는 막말과 독설을 쏟아냈다"며 "다른 분도 아니고 과거 문 대통령 곁에서 국정을 경험했던 그가 냉전의 전사로 돌변한 데 대해 분노를 넘어 애잔함과 안타까움마저 든다"고 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24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나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정책실장, 비서실장으로 함께 일했다"며 "김 위원장이 노무현 정부 정책실장 때의 발언과 지금의 발언은 너무 깜짝 놀랄 정로 변화된 것에 대해서 저도 '깜놀(깜짝 놀라다)'이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취임 100일에 대해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한국당의 수장으로서 현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최근의 수위는 지나치다. 차라리 노무현 정부에 있었다느니 하는 말들이 없더라면 더 좋을 것"이라며 "한국당의 혁신을 주도한다고 가더니 오히려 다시 과거로 되돌리고 있는 최근의 행보도 놀랍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이 참여정부 시절부터 보수 성향이 짙었다는 분석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실제로 김 위원장은 친노(親 노무현) 중에서도 우파 친노였다 열린우리당 내 좌파가 아닌 보수에 가까웠던 사람"이라며 "극단적으로 (한쪽에) 쏠리기보다는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김 위원장 같은 사람이 한국당에 필요한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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