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가 중반부를 지나고 있습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이 신체 특정 부위에 '점'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셀프(?) 검사'를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농담부터 진담까지 주고 받았습니다. 조 의원은 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힐난하기도 했습니다. 정부 등 피감기관의 감시가 아닌 공방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맹탕 국감'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바람 잘 날 없는 정치권입니다. 유럽 순방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습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문 대통령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겠죠? <더팩트> 정치플러스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코너를 진행합니다. [TF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조원진, 서울시 항의 방문한 김성태 두고 "원래 그런 인간"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맹탕 국감'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매년 똑같은 비판이 나왔음에도 변하지 않는 국회를 바라보면서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실망감도 감지되고 있죠. 삿대질에 고성과 막말까지….
-국정감사도 이제 종반부로 향해가는 가운데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이 며칠 사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태극기 부대가 아닌 의정활동으로 주목받았다는 게 생경하기도 합니다. 먼저 조 의원 이야기부터 해보죠.
◆ '신 스틸러' 조원진, 불곰 같은 전투력?
-국정감사도 중반부를 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리 국정과 상관없는 잡음이 끊이지 않나요?
-18일 서울시, 19일 경기도를 상대로 한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가 특히 시끄러웠습니다. 그간 행안위는 정무위원회나 교육위원회 같은 곳에 비해선 차분하게 국감을 진행해왔는데요. 이번 주요 지방자치단체 감사 과정에서 여야가 크게 충돌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선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이 눈에 띄었다면서요?
-네. 조 의원은 '강한' 발언으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출연 비중과 상관없이 시선을 빼앗는 '신 스틸러' 같다고 할까요. 서울시 국감 때엔 서울시청에 항의 방문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두고 "원래 그런 인간"이라 말했습니다. 왜 자신의 질문 차례에 그런 일로 정회를 하느냐면서요. 조 의원은 "논의할 가치도 없다. 김성태는 원래 그런 인간인데 무슨 정회를 하느냐"며 국정감사 속개를 요구했습니다.
-이재명 지사와 묘하게 친밀함을 과시했다는 건 무슨 이야기인가요?
-조 의원은 19일 경기도 국감 시작부터 '가족에 관한 녹취록 2개를 틀고 싶다'고 주장해 긴장감을 조성했습니다. 그런데 인재근 위원장이 국회법을 들며 녹취록을 불허한 거죠. 조 의원은 "내 맘대로 틀면 된다. 내가 틀 방법은 많다. 어렵다고 해서 못할 것 아니다. 마이크 갖다 놓고 틀면 된다고. 그렇게 녹취재생에 대해서 알러지(알레르기) 반응을 하지 마시라"면서도 "이 지사가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어서 안타깝기도 하다"며 한 걸음 물러섰습니다.
-특히 조 의원은 "안희정 날리고 이재명 날리고, 그다음 박원순 까불지 말라, 까불면 날린다. 이게 회자되는 이야기다. 그런 맥락에서 탈당 권유도 받고 지사 되자마자 압수수색도 받았다"라며 이 지사를 지긋이 바라보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죠.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신세가 비슷하다며 이 지사에게 소회를 물었습니다. 이 지사가 "인생무상"이라 답하자, 조 의원은 만족한 듯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이 지사와 조 의원이 함께 목욕탕에 갈 뻔했다고 들었습니다(웃음).
-실제로 간 것은 아닙니다. 조 의원이 이 지사의 '여배우 스캔들'을 언급하며 "(누리꾼이) 나하고 목욕탕에 같이 가라는데"라고 말하자, 이 지사는 "갔으면 나을 뻔했다"며 맞장구쳤습니다.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허허 웃는 두 사람, 겉으론 굉장히 친밀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서로를 향해 비소하는 것처럼 느껴졌는데요, 기분 탓일까요? (웃음)
-'웃음 속에 칼을 감추고 있다'라는 뜻의 '소리장도(笑裏藏刀)'가 생각났습니다. 겉으로는 웃는 낯으로 상냥하게 대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상대방을 해칠 뜻을 품고 있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인데 겉으로는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팽팽한 기싸움이 느껴졌거든요.
◆ '안시성' 공방전 같았던 서울시청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서울특별시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습니다. 예정은 10시부터 2시까지였는데, 사실 9시까지 진행됐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원래 오후 2시부터는 서울경찰청에 대한 국감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차기 대선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국감이고,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채용 논란으로 질의가 끊이지 않았었습니다. 이런 빡빡한 일정 때문에 행안위 여·야 간사들은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오전 인재근 위원장이 정회 선언을 하기 전에 오후 추가질의를 여·야 4명씩만 하기로 합의를 했다고 여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이 말하자, 야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그런 적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홍 의원은 이에 화를 내며 "이런 식으로 합의한 일을 없었던 일로 하면 더 이상 못한다 마음대로 해라"라며 "한두 번도 아니고"라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결국, 서울시청 국감은 오후 9시까지, 서울경찰청 감사는 11시에 종료됐습니다.
-서울시 국감 당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항의 방문했죠. 그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요? 김 원내대표가 영상 촬영하고 있는 기자에게 한마디 했다고요.
-당시 서울시청은 경호 인력을 최대로 배치하고 출입문을 막았습니다. 김 원내대표와 한국당 관계자들의 방문은 마치 최근 개봉했던 영화 <안시성>의 '공성전'을 방불케 했습니다. 막으려는 자와 뚫으려는 자 둘로 나뉘어 욕설과 몸싸움, 고성이 난무했습니다. 결국 서울시 측은 마지못해 이들을 들여보냈습니다. 이럴 거면 왜 서울시는 경호 인력들을 고생시켰느냐는 말도 나왔지만, 서울시청은 애초부터 시위장소가 아니고, 한국당은 시위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모습을 취재기자가 영상으로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문을 뚫고 등장한 김 원내대표의 모습이 보여 그를 집중해서 찍고 있었는데. 김 원내대표가 기자에게 다가와 "누구세요"라고 물었습니다. 기자라고 답하자 "계속 나를 찍지 말고 저걸(문을 막고 있는 경호 인력) 찍어"라고 말했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서울시청 진입 이후에 "왜 못 들어오게 해"라며 "못 들어오게 하면 나 여기서 계속 농성할 거야"라며 드루킹 농성에 이어 2차 농성을 예고했는데요. 사실 그 얘기를 하면서 약간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습니다. 힘들었던 그 당시를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사실 기자들 사이에서는 박 시장이 자체 감사를 하겠다고 했는데 이 정도의 기습 항의 방문은 약간 이해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 '들개'라면서 대여 투쟁꾼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해왔습니다. 대여투쟁도 좋지만, 이로 인해 시민들은 1~2시간 동안 출입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비해 의원들은 조금 힘들었지만(?) 결국 자유롭게 왕래한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 '가톨릭 신자' 문 대통령, 교황 만나 얻은 세 가지
-여야가 국감장에서 다투는 것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죠. 특히 가톨릭 신자인 문 대통령이 교황도 만났죠?
-네, 문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궁 2층 교황 서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38분간 단독 면담을 하고 교황을 북한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뜻을 전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문 대통령께서 전한 말씀으로도 충분하나,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며 사실상 수락 의사를 밝혔는데요.
-원론적인 수준의 대답이 아닌 '나는 갈 수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이라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 그것도 북한에 교황이 방문한다면 그 영향력과 상징성은 상당히 클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때문에 한반도 평화체제 달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문 대통령도 흡족할 만한 결과로 여길 것으로 보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도 교황 방북과 관련해 "반신반의했지만, 교황께서 흔쾌히 방북을 받아들여 줘서 고무적인 성과"라며 반색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데요, 대통령 이전에 개인적으로도 교황을 만난다는 게 큰 영광이겠죠. 청와대가 제공한 사진에는 문 대통령은 교황을 접견할 당시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데요. 문 대통령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문 대통령이 교황에게 받은 '올리브 가지'와 함께 묵주반지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례적으로 묵주를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습니다. 교황의 선물이라, 문 대통령이 얼마나 기뻐했을지 상상이 됩니다. 미사포를 쓰고 동석한 김정숙 여사도 기뻐했죠. 또,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리브 가지'를 선물했습니다. "로마의 예술가가 평화의 염원을 담았다"고 설명했는데요. 종전의 시대를 끝내고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이루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문 대통령에게 큰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교황의 '올리브 가지' 선물과 관련한 해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 의원은 "예수가 나뭇가지 환영받으며 예루살렘 입성한 일을 상징하며, 사망권세 이기고 부활했듯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험난한 길에 온갖 어려움 이기고 마침내 영광의 평화를 이루리라는 교황의 뜻이 담긴 것! 또한 그 일이 있기 전날 밤 피땀 흘려 기도한 곳이 올리브나무 아래였죠"라고 설명했습니다.
-알다시피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가톨릭 신자입니다. 문 대통령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의 권유로 부산 신성성당에서 '하느님을 공경하는 이'라는 뜻의 '티모테오'라는 세례명을 받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김 여사와 결혼식도 부산 신성성당에서 올렸습니다. 김 여사도 '평화의 상징 비둘기'라는 뜻의 '골롬바'라는 세례명을 갖고 있습니다.
-또, 문 대통령은 20여 년 전 어머니가 선물한 묵주반지를 늘 끼고 다닙니다. 바쁜 정치 일정으로 성당을 잘 가지 못하자 묵주반지를 선물했다고 하는데요. 지난 대선 당시 후보들의 애장품으로 문 대통령은 묵주반지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교황이 선물한 '올리브 가지'의 의미가 이 의원의 해석대로다면 한반도 평화를 기원한 교황의 지지에 힘입어 문 대통령이 항구적 평화를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신진환 기자, 이원석 기자, 박재우 기자, 임현경 인턴기자(이상 정치플러스팀), 이새롬 기자, 문병희 기자, 남용희 기자, 임세준 기자, 이동률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