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김진태, 퓨마 사살 지적하려 '고양이' 데려왔다 '역풍'

김진태(오른쪽) 자유한국당 의원은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벵갈 고양이를 등장시켰다. /세종=뉴시스

동물보호단체 "'관심끌기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동물학대" 비판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동물도 아무 데나 끌고 다니면 안 된다. 자그마한 것을 한번 보시라고 가져왔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0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자신이 데려온 '벵갈 고양이'를 소개하며 한 말이다. 김 의원은 얼마 전 대전시립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가 사살된 것을 문제 삼기 위해 벵갈 고양이를 데려왔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도리어 "김 의원의 행동도 동물학대"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날 정무위 국정감사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됐다. 자신의 질의 순서에 김 의원이 "동물을 하나 가져왔다. 퓨마 새끼와 비슷한 동물"이라고 하자 탁상 위엔 철창에 갇힌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올려졌다. 김 의원은 "(지난) 9월 18일 사살된 퓨마와 아주 비슷한 거를 가져오고 싶었지만, 퓨마를 너무 고생시킬 것 같아서 안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9월 18일) 대전 모 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했는데, 아주 전광석화처럼 사살했다. 그날 저녁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데 눈치 없는 퓨마가 하필 그날 탈출해서 실검(실시간 검색어) 1위를 장식했다. 엔에스시(NSC)까지 소집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보다 훨씬 민첩하게 (NSC) 화상회의까지 열려서 빨리 처리해라, 이런 상황이 됐다"며 "(퓨마가) 불쌍하지 않으냐"고 따졌다.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선 "퓨마 사살을 비판하려고 고양이를 학대하는 꼴"이라며 거센 반발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kyli****)은 "낯 가리는 고양이를 생판 모르는 사람들로 꽉 찬 시끄러운 공간에 고의로 두는 건 그야말로 학대"라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love****)도 "고양이가 너무 불쌍하다. 낯선 곳에서 저런 철창에 갇혀 있게 하다니 진짜 동물학대"라고 비판했다.

벵갈 고양이가 철창에 갇혀 국정감사장에 들어오고 있는 가운데 겁먹은 듯 잔뜩 웅크리고 있다. /뉴시스

동물보호단체도 경악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다. 동물자유연대 활동가 장병진 씨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퓨마 사살 사건은 인간이 맹금류를 데리고 와서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김 의원의 '고양이' 대동에 대해서도 "앞뒤가 전혀 안 맞는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장 씨는 "참 우스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근본적으로 야생 동물들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개방된 공간을 두려워한다. 고양이과는 그게 더 심하다"며 "사진을 보니 철창에 가둬 홀 중간에 놓고 여러 사람이 빙 돌아서 보고 있더라. 당연히 동물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국감장에서 사람들 앞에 놓인 벵갈 고양이는 겁을 먹은 듯 잔뜩 웅크린 상태였다.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놀라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장 씨는 또 "이 과정이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면 몰라도 전혀 필요 없는, '관심끌기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며 "그 전날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 하며, 정말 불필요한 고통을 준 것이다. 동물학대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 의원 측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백문이 불여일견. 김 의원은 10일 정무위 국정감사에 벵갈 고양이를 등장시켜 화제를 모을 예정"이라며 "국정감사를 위해 어렵사리 벵갈 고양이를 공수해 며칠간 '닭가슴살'과 '참치' 등을 먹이며 깜짝 이색 증인을 준비했다"고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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