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전원책 영입은 애초부터 '김무성 띄우기' 목적?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으로 발탁된 전원책 변호사가 김무성 의원에 대해 대선주자급으로 논의되는 분들은 당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해 논란이다. /더팩트DB

전원책, 홍준표는 '답답' 김무성은 '대선주자급'…"金, 함부로 칼 들이대선 안돼"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으로 발탁되며 '저승사자', '단두대' 등의 별명이 붙었던 전원책 변호사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강해지고 있다. 애초부터 전 변호사의 영입 목적이 '인적쇄신'이 아닌 김무성 의원을 띄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 변호사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선주자급으로 논의되는 분들은 당의 중요한 자산이다. '김 의원'도 그중 한 분이고, 그런 분들에게 함부로 칼을 들이대선 안 된다"며 김 의원에 대한 인적청산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그는 또 "김 의원은 내가 자른다고 잘릴 사람도 아니다. 특히 내가 김 의원을 굉장히 좋아한다"며 "김 의원이 내 말을 가지고 자신을 타깃으로 한 것으로 오해할까봐 굉장히 걱정된다"고 했다.

전 변호사가 말한 '내 말'이란 그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 중진 몇 명이 공화주의란 말을 쓰는데 코미디다. 미국 시골에 가서 공부를 했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은 공부 좀 하셔야 한다. 면모일신이 안되면 다른 분 위해서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고 했던 것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최근 국회 세미나에서 '공화주의의 가치'를 강조한 김무성 의원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변호사는 이를 적극 부인하면서 오히려 김 의원을 '대선주자급'으로 띄운 것이다.

전 변호사는 김무성 의원은 내가 자른다고 잘릴 사람도 아니다. 특히 내가 김 의원을 굉장히 좋아한다며 김 의원이 오해할까 걱정이라는 말까지 했다. 지난 4일 전 변호사가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이원석 기자

당초 전 변호사의 조강특위 발탁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 것은 그가 지지부진하던 한국당의 대대적 인적청산을 시도할 가능성에서였다. 한국당이 내년 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이 있는 홍준표 전 대표, 당 분열의 책임이 있는 김 의원의 출마설이 나오면서 반발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것인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모든 당협위원장을 일괄 사퇴처리했고 이는 조강특위의 본격적 활동에 앞서 신호탄을 쏜 것으로 풀이됐다. 전 변호사에게 '저승사자' 등의 별명이 붙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전 변호사는 인적청산에 대한 의지는 적어 보였다. 그는 "제가 온다고 하니 많은 언론이 '차도살인이다', '단두대다' 말을 하는데 저는 소 키우는 사람이지 소 잡는 백정이 아니다"라며 "인적쇄신이라는 게 사람을 쳐내는 것이 아니다. 모두 우리 당이 가진 자산들인데 그분들을 쳐내는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 일이냐. 가장 좋은 쇄신은 한 분도 쳐내지 않고 성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이어 전 변호사는 김 의원을 치켜세우기까지 한 것이었다.

게다가 비슷한 처지인 홍 전 대표와 김 의원을 대하는 전 변호사의 태도는 사뭇 달랐다. 전 변호사는 김 의원에 대해선 '대선주자급이다', '좋아한다'는 말로 칭찬했지만, 홍 전 대표에 대해선 냉정했다. 전 변호사는 한 언론에 홍 전 대표에 대해 "자신이 진두지휘하는 선거에서 패배하고 대선, 지방선거 이후 곧장 복귀하는 게 홍 전 대표를 아끼는 입장에서 답답하다. 오히려 좀 더 내공을 쌓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저평가했다.

당 안팎에선 이런 전 변호사의 발언 및 행보에 대해 우려가 나온다. 심지어 전 변호사와 김 의원의 '연결고리'를 의심하는 눈길도 있었다.

한국당 사정을 잘 아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의심은 했었지만 전 변호사가 김 의원과 같은 편인 것 같다"며 "애초부터 전 변호사는 김 의원을 등판시키기 위해 데려온 사람 같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당 재선의원도 통화에서 "둘이 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런 발언을 한 것 아니겠냐"며 "어차피 전 변호사에 대해 당내에서도 우려가 많다. 현실 정치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무슨 쇄신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안팎에서 전원책 변호사의 김무성 띄우기에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이러한 시각을 가진 이들은 전 변호사를 영입한 이가 김용태 사무총장이란 점에도 주목한다. 조강특위 위원장을 맡는 김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전 변호사 영입 추진 상황을 밝히면서 "김병준 위원장과 제가 훌륭한 분을 모시려고 십고초려(十顧草廬)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전 변호사 영입에 공을 들였단 얘기다.

김 사무총장은 김 의원과 함께 바른정당으로 떠났던 대표적 김무성계 의원으로 꼽힌다. 즉, 처음부터 김 의원에게 상황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는 인사를 김 사무총장이 고려한 것 아니겠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아울러 전 변호사가 재차 '보수통합'을 주장하는 것에도 김 의원을 밀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사실상 김 의원이 주도한 바른정당 출신 일부가 한국당으로 돌아오지 않고 바른미래당에 있기 때문이다. 즉 보수통합을 통해 바른미래당내 보수세력이 돌아온다면 김 의원이 다시 세력을 결집하는 환경이 되는 셈이다.

한때는 한국당 최고위원이었으나 홍 전 대표와 대립하며 제명된 류여해 수원대 교수도 전 변호사와 김 의원 유착설을 제기했다. 류 교수는 SNS를 통해 "전 변호사는 김 의원과 한패 같다"며 "정치는 책임이다. 책임지지 않는 사람은 아니다. 혹시 김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것은 아닌가. 갑자기 홍 전 대표가 그립다"고 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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