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김기춘 ·조윤선, 재구속 두고 '엇갈린 명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화이트리스트 사건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 6월과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남용희 기자

김기춘, '블랙리스트' 석방 이후 다시 구치소行

[더팩트ㅣ임현경 인턴기자] 박근혜 정권 당시 특정 보수단체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 6월과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병철 부장판사)는 5일 오후 2시 일명 '화이트리스트'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 등 9명의 1심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두 사람은 이날 '화이트리스트' 선고에 따라 운명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4년과 2년을 받았지만, 상고 과정에서 구속 기간이 만료돼 풀려난 바 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이번에 징역형을 선고받아 다시 구치소에 수감되며, 조 전 수석은 집행유예로 재구속을 면하게 됐다.

이에 김 전 실장은 석방된 지 61일 만에 다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되는 상황에 처했다. 김 전 실장의 변호인은 재판부와 상의하기를 원했고, 김 전 실장 또한 마이크를 잡고 "심장병을 치료 받는 병원과 가까운 곳에서 비상시에 치료 받을 수 있도록 법무부에서..."라고 호소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화이트리스트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블랙리스트 사건 공소 기간 만료로 석방된 이후 61일 만에 재구속된다. 김 전 실장이 이날 오후 2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재판부는 "우리 헌법은 기업경영의 자유와 재산권을 보호하고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대통령 비서실 권력을 이용해 자금 지원을 강요하고 의사 결정 자유를 침해했다"며 "정치 권력의 불법적 요구는 장기간 거론된 고질적 문제"라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김 전 실장에 대해서는 "고위공무원으로서 오래 근무하며 실장 권력을 알았음에도, 조직과 지위를 이용해 하급자에게 이 사건 강요 범행을 지시하기까지 한 책임이 매우 엄중하다"면서도 "다만 오랜기간 공직 생활을 하면서 훈장을 받고 국가유공자증을 보유했으며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은 피고인에 유리하게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 전 수석에 대해 "정무수석으로서 자금 지원 요구를 고려하게 하고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고 받았음에도 승인하고 실행하도록 지시했다"고 봤다. 다만, 조 전 수석은 사건 범행이 이뤄지고 있던 중 정무수석이 됐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참작할만한 사정이 있고 직접 협박한 정황 찾을 수 없어 가담 정도가 중하다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범행 가담 시기를 참작해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장관이 5일 오후 열린 화이트리스트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한편 검찰은 앞선 결심 공판에서 "보수 단체가 국정을 옹호하고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도록 자금 지원을 하는 등 중한 범죄(직권남용)를 저질렀다"며 김 전 실장에게 징역 4년, 조 전 수석에게 징역 6년과 벌금 1억 원, 추징금 4500만 원을 구형한 바 있다.

김 전 실장은 당시 최후 진술에서 "저는 이미 다른 관련 사건으로 4년의 중형을 선고받았고 80세의 나이에 심장병이 매우 위중한 상태"라며 "관대하고 자비로운 판결"을 요구했다.

조 전 수석은 "검찰의 옥죄어오는 수사와 영장 청구 등 끝을 알 수 없는 긴 터널에 들어간 느낌이다"며 "첫 여성 대통령을 탄생시키려고 허드렛일도 마다치 않고 성실히 일했지만, 탄핵으로 모든 것이 좌절돼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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