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재판 불출석 전두환, 다음 달엔?…광주시민 "무서워서 못 와"

전두환 씨가 광주지방법원 재판에 잇따라 불출석하자 일부에서는 두려움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 씨 측은 지난 2013년부터 알츠하이머 투병을 하고 있어 출석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0월 11일 전 씨와 아내 이순자 씨가 제36회 대구공고 총동문회 체육대회에서 동문들에게 인사하던 당시. /문병희 기자

광주시민들 "비극의 중심에 전 씨가 있다"

[더팩트ㅣ광주=신진환 기자] "전두환? 말도 마쇼. 욕 나올라고 한께."

23일 오후 광주 남구 진월동 인근에서 만난 최형국(55) 씨는 '전두환 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최 씨는 마음이 심란했는지 허공을 한번 쳐다본 뒤 말을 이어갔다.

"그 악마 같은 놈이 광주 사람들에게 어떻게 한 줄이나 아냐"면서 "제가 1980년 5·18 민주항쟁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 전두환의 지시로 군인들이 최루탄은 기본이고 수많은 시민을 때려죽였다. 아직도 금남로 땅에 흥건한 피가 또렷하게 기억난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모든 광주사람이 전두환을 때려죽여도 시원찮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더팩트>가 만난 광주시민들은 전두환 씨에 대해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억울한 희생을 만든 이가 전두환이라는 이유에서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 씨는 군대를 동원해 광주시민을 강제 진압하고 유혈 사태를 벌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5·18 기념 재단에 따르면 5·18민주화운동 결과 사망자 166명, 행방불명자 54명, 상이 후유증 사망자 376명, 부상자 3139명 등에 달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광주 시내에서 만난 시민들은 전 씨에 대해 모든 광주사람이 전두환을 때려죽여도 시원찮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23일 오후 광주시 남구 진월동 일대에서 시민들이 거리를 걷는 모습. /광주=신진환 기자

전 씨는 오는 10월 1일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공판 출석을 앞두고 있다. 공판에 참석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수 차례 출석을 미뤄왔기 때문이다.

전 씨는 현재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다. 공교롭게도 그가 1980년 5월 18일 군대를 동원해 강제 진압한 도시 광주가 관할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전 씨는 1심 재판에 불출석했다.

불출석 사유로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까지 공개했다. 전 씨 측은 지난 2013년 알츠하이머를 진단받아 현재 치료 중에 있어 법정에 나가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전 씨의 부인 이순자 씨는 당시 "이런 정신건강 상태에서 정상적인 법정 진술이 가능할지도 의심스럽고, 그 진술을 통해 형사소송의 목적인 실체적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더더욱 기대할 수 없다"며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공개된 장소에 불려 나와 앞뒤도 맞지 않는 말을 되풀이하고, 동문서답하는 모습을 국민도 보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출석 불가를 알렸다. 전 씨는 앞서도 준비 기간을 달라며 지난 5월과 7월 재판을 미룬 바 있다.

그러나 일부 광주시민은 전 씨가 광주에 오지 못하는 이유로 '알츠하이머'가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라고 봤다. 시장상인 정모(49·여) 씨는 "전두환 씨가 광주에 내려오면 광주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이 두려워 광주에 못 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기가 사람이라면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반성하고 민주항쟁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5·18 기념 재단에 따르면 5·18민주화운동 결과 사망자 166명, 행방불명자 54명, 상이 후유증 사망자 376명, 부상자 3139명 등에 달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5·18 기념재단 공식 누리집 갈무리

전직 공무원 출신 천모(69) 씨는 "전 씨는 현재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뻔뻔함을 보여주고 있다"며 "광주에 내려온다면 시내가 발칵 뒤집어질 것이다. 광주시민들의 분노가 터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무서워 이번 재판에도 오지 않을 것이다. 애초 오려고 했다면 진즉 내려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광주 민주항쟁은 근현대사의 자랑스러운 역사이면서도 역사의 비극"이라며 "비극의 중심에 전 씨가 있고, 그가 살아있든 죽든 역사는 그를 응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생 김선영(24·여) 씨는 전 씨의 와병을 믿지 않았다. 그는 "사실 저는 광주민주화운동을 교과서로만 배웠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광주사람으로서 한으로 남을 일"이었다면서 "전 씨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고 하는데, 핑계로밖에 안 보인다. 당당하고 떳떳하다면 광주에 내려와서 법정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 달 1일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제201호 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 심리로 전 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된다. 다만, 전 씨는 출석 여부에 대한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은 한때 '북한의 사주에 의한 폭동'으로 매도당했지만, 진상규명을 위한 끈질긴 투쟁으로 1995년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제정이 이루어져 희생자에 대한 보상 및 희생자 묘역 성역화가 이루어졌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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