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에 취했나?…박지원 의원, 진도 아리랑 나오자 "내 고향 진도"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너무 멋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다리를 산책했다. 지난 1차 정상회담 당시 화제가 됐던 '도보다리' 산책을 떠오르게 했고, 리설주 여사 역시 두 정상의 모습에서 당시를 떠올렸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이자 북한의 퍼스트레이디 리 여사는 언제나 밝은 모습이지만, 감정 표현에 있어서는 남편 김 위원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례 브리핑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의 뒷이야기를 전했다.
◆ 리설주 "도보다리 걸어가실 때..."
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등은 백두산 천지에서 내려온 후 삼지연 초대소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이때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수행원 없이 삼지연 다리에 올라 짧은 산책을 즐겼다. 두 정상이 삼지연 다리를 걷는 모습을 본 리 여사는 근처에 있던 김 대변인에게 "아... 도보다리 걸어가실 때 모습이 연상이 됩니다. 그때 너무 멋있었습니다" 라고 했다고 한다.
삼지연 오찬이 끝난 후 우리 측 인사들이 작별의 술잔을 건넨다면서 김 위원장에게 여러사람이 가서 술잔을 건넨 사실도 뒤 늦게 알려졌다.
김 대변인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 원장 등이 김 위원장에게 술잔을 건넸다. 또,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최태원 SK회장,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김 위원장에게 작별의 술잔을 건넸다"면서 "이게 좀 빠져 있긴 하던데... 목란관에서 남쪽 예술인들이 공연했다. 가수 에일리는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를 불렀고, 지코는 '아티스트', 알리는 '365일', 그리고 김형석 작곡가는 피아노 연주와 알리의 '아리랑'을 같이 협연했다. 최현우 씨의 마술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 "하루 더 머물 수 있으니"…김정은, 문 대통령 마니또?
북측은 이번 남북정상회담 일정 내내 파격적인 대우로 문 대통령 내외를 극진히 예우했다. 문 대통령과 돈독한 친분이 생겨서일까. 북쪽에서 문 대통령에게 하루 더 머물 것을 제안한 사실도 전해졌다.
김 대변인은 "북쪽 관계자 이야기를 들어보니 문 대통령이 (백두산 천지)를) 올라갔다 내려와서 혹시라도 하루 더 머물 수 있으니 (김 위원장이) 특별히 준비해놓으라고 해서 삼지연초대소를 비웠다"며 "대통령 일행이 하루 더 머물 수 있도록 준비했고, 우리 쪽에 이를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쪽 사정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 북한에서 내 고향 진도를 외치다
뜬금없지만, 북한에서 "내 고향 진도"라는 외침이 백두산 천지의 허공을 갈랐다. 이 외침의 주인공은 박지원 평화민주당 의원이었다. 두 정상 내외에 이어 후발대로 천지 못가로 내려오는 중 케이블카로 돌아가는 두 정상과 마주했다. 박 의원과 함께 내려왔던 가수 알리가 즉석에서 '진도아리랑'을 불렀다. 박 의원은 이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알리의 노래가 끝나자마자 박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진도가 제 고향입니다!"라고 외쳤다고 한다. 왜 그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애향심이 발동한 것은 아닐까. 또 김 위원장은 전남 진도를 확실히 각인하지 않았을까.
◆ 김정은, '화끈한 지도자' 면모 과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두 정상의 기자회견 직전에 합의됐다고 전해졌다. 두 정상은 지난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했으며, 이 선언문에는 김 위원장이 이른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올해 안에 김 위원장을 초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북한 최고지도자가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측의 심장부인 서울을 방문한다는 파격적인 약속이 급히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결단'이 크게 작용했다. 김 대변인은 "답방을 하기로 한 것은 두 분 정상이 그날 기자회견을 하기 직전에 백화원 영빈관에서 합의된 것이고 문구도 그때 수정되고 확정됐다"고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 주변에서 서울 방문을 우려한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지난 19일 평양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통일전선부 주요 인사와 얘기하는데, 서울 방문하는 것에 대해서 주변에서 전부 다 반대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은 완전히 김 위원장의 독자적 결정이었는데 그것을 막지 못했다고 한다"고 전했다.